[런던에서 온 편지]⑪일본마저 멀어져 가네.. 속 타는 영국

  • 등록 2017-10-16 오전 8:20:00

    수정 2017-10-16 오전 8:20:00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출처=BBC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약 130여년전인 1880년대와 1890년대만해도 전 세계 4분의 1을 식민지로 호령했던 영국입니다. 그런데 요즘 영국은 빈번한 테러와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라는 난관을 맞아 휘청거리고 있죠. 과거의 영광 재현은커녕 현상 유지마저 힘들어 보입니다. 특히 자국이 더욱 잘 살고자 선택했던 브렉시트는 오히려 역풍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영국의 앞날은 안갯속이죠.

대영제국의 깃발 아래 아쉬울 것이 없었던 영국은 요즘 여기저기 아쉬운 소리 하느라 바쁩니다. 영국은 유럽연합에 속해 있을 때는 유럽연합이 다른 국가와 맺은 무역 협정을 그대로 적용하면 됐지만, 유럽연합을 나오면서 다른 국가와 개별적으로 무역 협정을 맺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전에 유럽연합과 깔끔하게 일단 결별부터 해야 하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습니다.

현재 영국과 유럽연합 간 어떻게 결별할지 협상을 진행 중인데 영국의 EU 재정부담금, 영국에 들어와 일하면서 사는 유럽연합 국민의 영국 내 지위 문제, 아일랜드공화국과 영국령인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 등 어느 것 하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국 입장에서는 영국 산업과 경제를 살리고 주요 무역 상대국에도 영국의 앞날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개별 무역협정을 빨리 맺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한데 유럽연합과의 결별에서부터 삐걱거리자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죠. 그래서 주요 무역상대국들에 조금만 기다려달라, 영국이 유럽연합에 있을 때보다 더욱 서로에게 좋은 무역 협정을 맺자고 구슬려보지만 상대국들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일본을 예로 들어 볼까요.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8월말 3일간의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방문의 목적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일본은 영국의 주요 사업 파트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해주면서 영국과 일본이 끈끈하게 경제협력을 하자는데 대한 일본 측의 확답을 받아내기 위해서입니다. 양국 간 각종 사업 협력 기회 등도 검토됐죠.

일본은 영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임에는 분명합니다. 일본의 영국 내 투자가 영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죠. 일본 기업들은 현재 영국에 약 400억파운드(약 58조496억원) 가량 투자하고 있습니다. 일본 기업 1000여개가 영국 내 유럽지사나 공장을 운영하면서 영국인 등을 포함해 약 14만명을 고용하고 있죠. 영국에 들어와 있는 일본 기업 가운데 40% 정도가 제조업체인데 이들은 영국을 통해 유럽 단일 시장에 물건을 내다 팔기 위해 영국을 유럽 본사로 선택했습니다.

영국은 비즈니스 공용어인 영어를 쓰는 데다 유럽 본토와도 교통 네트워크가 잘 발달해있어 일본 기업뿐 아니라 많은 글로벌기업들이 유럽연합 회원국들 가운데서도 영국을 유럽 본사 거점으로 많이 두고 있었죠. 그런데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게 되면, 향후 영국과 EU 간 새로운 무역협정 결과를 봐야 알 수 있긴 하겠지만, 기존처럼 무관세로 EU 단일시장 접근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선 일본 기업들로서는 굳이 EU 시장에 물건을 팔기 위해 영국에 거점을 둘 필요가 없어집니다. 실제 벌써부터 금융권이나 제조업계 등지에서 영국이 아닌 다른 유럽 지역으로 유럽 본사나 공장을 옮기는 것을 검토하는 일본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일본에 EU와 영국 시장 가운데 우선순위를 묻는다면 당연히 28개국을 회원국을 거느리고 있어 시장 파이가 훨씬 더 큰 EU일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7월 일본과 EU가 자유무역협정을 완료하기까지 18차 협상,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제 막 그 결실을 맛보려는 참이죠. 또 일본은 호주,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경제 대국들이 참여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TPP) 발효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EU 와의 결별 협상도 지지부진한데다 언제 일본과 개별 무역협정을 시작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영국과의 새로운 무역협정은 일본의 많은 현안 가운데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이유죠.

영국 언론들은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이후의 영국 경제에 대한 투자와 지지를 요청하기 위해 이번에 일본을 야심 차게 방문했지만 기대했던 것만큼의 결과를 전혀 얻지 못했다고 분석합니다. 일본 정부는 메이 총리가 영국에 들어와 있는 일본 기업들에 브렉시트 이후에도 관세 등에서 기존처럼 우호적인 사업환경이 유지될 것이라고 확인해 주길 바랐지만, 메이 총리는 영일 무역협정과 관련해 어떠한 요구와 질문에도 확답을 해주지 않아 일본 정부와 기업들을 씁쓸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메이 총리 입장에서도 영국과 EU 간 결별 협상이 어떻게 결론 날지 모르기 때문에 영일 무역과 관련해 확실한 대답을 해주고 싶어도 전혀 해줄 수가 없었겠죠.

이에 따라 일본 정부나 기업들도 겉으로는 메이 총리의 영일 경제협력 강화 주장에 동조하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실제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의 경제협력과 투자 등에 얼마나 나서줄지는 미지수라고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 꼼짝 마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