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김경수 앞서지만 노인네들 마음 알 수 없어"

공식선거운동 초반 경남지역 민심 르포
유권자 대부분 "투표결과, 여론조사보다 좁혀질 것"
김경수 서부·김태호 동부 공략.."판 뒤집기 게임"
드루킹 영향 적어..단일화·홍준표 지원유세 변수
  • 등록 2018-06-02 오전 10:36:13

    수정 2018-06-02 오전 11:38:45

1일 경남 고성에서 진행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 유세에서 유권자들이 연설을 듣고 있다(사진=조진영 기자)
[경남 창원·진주·통영·진해·고성·사천=이데일리 조진영 유현욱 기자] “내는 한국당에서 김경수로 바꿔삐따. 근데 노인네들 마음은 알 수가 없는기라. 투표함 까봐야 않겠나”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31일. 경남 진주에서 만난 개인택시 기사 조상훈(48) 씨는 선거 판세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조씨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 유세로 차량 정체가 이어지는 광미사거리를 지나며 한마디 더 보탰다. “옛날 같으면 민주당이 어디 여서 유세를 하겠나. 치아라고 경적 울리고 난리도 아니낀데 세상이 많이 바뀌긴 바뀌었지요”

고성에서 30년째 금은방을 하는 신진원(66) 씨도 “예전 선거에서는 보수가 지팡이만 꽂아도 당선된다고 캤는데 이번엔 다르다. 민주당 선거운동원들이 매일 같이 돌고 또 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빨간옷 입은 사람들(한국당) 수가 훨씬 적다. 기가 팍 죽은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고성은 20대 총선 당시 이군현 후보가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간판으로 단독 입후보, 무투표 당선된 곳이다.

“여론조사 격차, 실제 투표에선 다를 수 있어”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왼쪽)와 자유한국당 김태호 경남도지사 후보가 24일 오전 경남 창원시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6·13 지방선거 후보등록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남은 여야가 함께 꼽는 이번 선거의 승부처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김경수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 시절 국무총리 후보자였던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가 맞부딪히는 지역이어서다. 특히 2012년 총선 당시 김해을에서 겨룬 이후 6년만의 ‘리턴매치’로도 관심이 높다. 여기에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전임 지사인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재신임” 발언까지 더해 여야 모두 반드시 이겨야하는 지역으로 떠올랐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지방선거 출정식을 창원에서 치른 이유다.

선거 초반 승기는 김경수 후보가 잡고 있다. KBS가 한국리서치가 경남거주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5~26일 실시한 여론조사(유선전화면접 20%, 무선 전화면접 80%, 응답률 17.3%, 포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를 보면 김경수 후보의 지지율은 50.6%로 김태호 후보(25.2%)를 두 배 가량 앞섰다. 5월 들어 진행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20%포인트 내외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가 지난 1일 사천에서 유세를 진행했다. 사천시민들이 유세를 보기 위해 모여있다(사진=조진영 기자)
그러나 경남지역 유권자들은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 결과엔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영중앙시장에서 옷 수선을 하는 차점용(64) 씨는 “여론조사 전화가 하도 많이 와서 끊어버리는게 한두번이 아니다”며 “김경수가 높다고는 하는데 50대 이상은 막상 표 찍으러 들어가면 (민주당에) 손이 안간다. 결과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손님으로 온 주부 김 모(55) 씨도 “맞지도 않는 여론조사 전화 좀 그만 하라고 (기사에) 써달라”며 “내 주변엔 5대 5”라고 말했다.

김경수 후보 지지자들도 이러한 분석을 부인하지 않았다. 진주 유세 현장에서 만난 상인 정 모(56) 씨는 “여기 이렇게 사람들이 모였어도 나이묵은분들은 없지 않냐. 60대 넘어 노인들 표심은 알수가 없다”며 “김경수가 우세하겠지만서도 실제 결과는 딱 붙어서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통영에서 만난 차주학(68) 씨도 “보수인 우리부터 대가리(생각)가 바뀌는 걸 보면 경남 민심이 바뀌고 있긴 한 것 같다”면서도 “투표장에 가면 또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상대 강세지역 적극 공략..“판 뒤집기 게임 보는 듯”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1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가운데)가 거제시 고현시장을 찾아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김 후보 왼쪽은 같은 당 변광용 거제시장 후보(사진=연합뉴스)
경남 유권자들의 경합 전망에는 이유가 있다. 거대 공단이 자리한 동부경남(창원, 김해, 밀양, 양산)과 서부경남(진주, 거창, 합천 등)의 표심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동부경남 득표율은 42.5%대 29.2%였지만 서부경남 득표율은 30.6%대 45.8%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전국에서 41.1%를 얻어 홍 후보를 17.7%포인트 차로 앞선 문 대통령도 경남에서만큼은 36.7%를 얻는데 그쳤다. 당시 홍 후보의 경남지역 전체 득표율은 37.2%였다.

이러한 이유로 김경수·김태호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초반부터 상대 후보의 표가 많은 지역을 서로 공략하며 표를 모으고 있다. 김경수 후보는 지난달 31일 서부경남의 최남단인 거제부터 통영-고성-사천-진주를 훑은데 이어 이튿날인 1일에도 거창-산청-합천-함양-진주를 연달아 방문했다. 2일에는 하동-남해-진주를 방문한다. 특히 매일 저녁 진주에서 유세를 마무리한다. 서부경남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진주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이력을 십분 활용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태호 자유한국당 경남지사 후보(가운데)가 지난달 경남 진주시 중앙유등시장을 찾아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부경남의 거창군 출신인 김태호 후보는 동부경남을 공략하고 있다. 31일 진주를 기점으로 창원-마산-진해로 동진(東進)하며 세몰이한 데 이어 1일에는 창원과 김해, 양산을 공략했다. 동부경남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창원을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한다는 점에서 선거운동 초반 진주를 거점으로 삼은 김경수 후보와 대비된다. 한 지역 정치권 인사는 “운동회에서 하는 판 뒤집기 게임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드루킹·홍준표·단일화’..3대 변수 영향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가 1일 오전 경남 거창군 거창시장을 찾아 시민과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드루킹 사건에 대해서는 지지 후보를 막론하고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대답이 많았다. 사천에서 만난 개인택시 기사 강 모(69) 씨는 “김태호를 지지한다. (도지사) 두 번 하면서 별로 한건 없지만 세번째에는 잘하지 않겠냐”면서도 “언론이 맨날 드루킹 보도 해쌌는데 실체도 없고 의혹만 있다. 그건 선거에 별 영향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마산에서 만난 회사원 김 모(31) 씨는 “김경수 후보를 지지한다. 드루킹 사건이 있지만 (김경수 후보가)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결백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표심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홍준표 한국당 대표에 대해서는 “보수표를 깎아먹는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김태호 후보 지지자라고 밝힌 회사원 박 모(52) 씨는 “경남지사 할적에 뭔가 할것처럼 하다가 갈수록 저속한 말을 해서 점수를 깎아먹었는데 지금도 그카고 있다”며 “절대 경남 내려오면 안된다. 표 다 날아간다”고 손사래를 쳤다. 통영에서 만난 주부 김 모(45) 씨도 “김태호 지지하지만 홍준표는 싫다. 시절 애들 급식을 다 날려버리지 않았냐”며 “조용히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홍 대표의 지원유세에 함께하지 않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아보였다.

지난달 12일 자유한국당 경남도당에서 열린 6·13 지방선거 창원시 출마자 필승 결의대회에서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왼쪽)와 조진래 창원시장 후보가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역정가에서는 한국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선 안상수 창원시장 후보가 조진래 한국당 후보와 극적인 단일화를 이루면 선거 판도가 다소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직인 안 후보가 보수 유권자 표를 많이 확보하고 있어, 동부경남에서 지지율이 낮은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홍준표 대표가 단일화를 추진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안 후보와 조 후보는 1일 각각 “단일화는 끝났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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