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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세 나이에 신인으로 돌아간 최경주(51)가 경험한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 투어의 분위기다.
30일 경기도 여주의 페럼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원) 1라운드를 마친 최경주는 기자회견장에 들어와 사흘 전 이뤄낸 챔피언스 투어 우승과 약 1년 동안 경험한 투어 생활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최경주는 “PGA 투어와 비교하면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경기 중에서 팬과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해주는 건 다반사”라며 “나는 아직 카트를 타고 경기를 하지는 않지만, 의사의 소견서가 있으면 카트를 타고 티박스 앞에 가서 티샷하고 다시 카트를 타고 페어웨이를 가로질러 이동해서 다음 샷을 하기도 한다”라며 웃었다.
챔피언스 투어는 만 50세 이상의 선수만 참가하는 시니어 무대다. 한때 PGA 투어를 누볐던 스타플레이어 출신이 대부분이다. 필 미켈슨과 어니 엘스, 데이비드 톰스 등도 최근 챔피언스 투어를 뛰고 있다.
최경주는 “PGA 투어에서 8승을 했고 통산 3300만달러 이상을 벌었기에 챔피언스 투어 직행 출전권을 받을 수 있었다”며 “22년 PGA 투어 활동 덕분에 이런 축복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흐뭇해했다.
미국에서 챔피언스 투어는 PGA 투어 다음으로 인기가 높을 정도로 관심이 많다. 최경주가 우승한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의 총상금은 220만달러다. PGA 투어의 약 4분의1 수준이지만, LPGA 투어의 일반 대회 상금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다. 출전 선수도 제한적이어서 80명 정도가 나온다. 컷오프가 없는 대회도 있다.
까다로운 조건에 출전권을 받기는 어렵지만, 자격을 갖추면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 챔피언스 투어에 풀타임으로 활동하는 아시아 선수는 최경주가 유일하다. 통차이 자이디(태국)와 시게키 마루야마(일본) 등이 간간이 투어에 나오지만, 최경주처럼 풀타임으로 뛰지는 않는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 모여 있는 무대이니 가끔은 추억을 함께 공유하는 장이 되기도 한다.
최경주는 “경기 중 잠시 중단이라도 되면 모든 선수가 클럽하우스에 모여 옛 얘기를 하곤 한다”며 “모이면 ‘누가 어떤 대회에서 어떻게 경기했는데, 그렇게 치던 애가 쟤다’라는 등 적어도 20~30년 된 추억을 꺼내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NFL 얘기가 나와서 ‘나는 댈러스에 사니까 카우보이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누군가 막 화를 내더라. 다행히 다른 친구가 ‘KJ는 한국인이라서 그렇다’고 해서 분위기가 잠잠해졌지만, 만나면 옛 얘기를 하거나 좋아하는 스포츠 얘기를 할 때가 많다”고 PGA 투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우승하고 나서 나름 기자회견을 하려고 준비했는데, 챔피언스 투어엔 그런 게 없더라”라며 멋쩍게 웃고는 “경기에 나서면 경쟁자가 되지만, 여유가 있고 서로 격려해주는 분위기가 좋다”고 챔피언스 투어의 장점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