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도에서 헌책거리까지… 20년전 추억 찾는데 1000원

[우리동네 수퍼 버스]인천 최고령 2번 버스
  • 등록 2009-06-04 오후 12:00:00

    수정 2009-06-04 오후 12:00:00

[조선일보 제공] 여행지 중에도 '복고풍' 때문에 끌리는 곳이 있다. 딱히 신기한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서울서 가까운 바다라는 이유만으로 주머니 가벼울 때 설렁설렁 찾기 마련인 인천 월미도가 그렇다. 낡은 모습을 휘황한 전구로 가린 바이킹과 인터넷 게임에 밀려 멸종 위기를 맞은 '두더지' '펀치' 같은 오락기들이 촌스러움을 자랑하는 듯 들썩이는 모습은 묘한 쾌감을 준다. 후끈한 '월미도 문화의 거리'부터 한적해서 데이트하기 좋은 월미공원·화도진공원을 지나 헌책과 문화가 뒤섞인 배다리 헌책골목을 잇는 인천 2번 버스가 인천 서부 여행을 안내한다. 30년 넘게 운행 중인 이 버스는 인천 간선버스 중 가장 오래된 노선이다.

▲ 한없이 부족한데도‘썩어도 준 치’라며 패기 있게 밀어붙였던‘한 때’에 대한 향수일까. 조촐한 월미 도 놀이공원 속 요란한 바이킹과 만국기는 마음에 묘한 안도감을 준 다. 인천역, 동인천역 등을 잇는 인 천‘터줏대감’2번 버스는 '월미도 문화의 거리'로 통하는 안내자다./조선영상미디어

 
◆월미도 문화의 거리: 다 자란 어른들의 '억지청춘' 프로젝트

통상적으로 '월미도'라 부르는, 바다 바로 옆 놀거리 많은 지역의 공식 명칭은 '월미도 문화의 거리'다. 지하철 1호선 인천역 앞 버스 정류장에서 2번 버스에 올라타면 약 10분 후 종점인 '월미도'에 도착한다.

가장 먼저 '월미놀이동산'의 커다란 바이킹 여러 개가 눈에 들어온다. 삐걱거리고 유난히 높게 올라가는 데다 조작자 기분 따라 운행 시간이 달라져 엄청 무섭다는 바로 그 '월미도 바이킹'이다. "아아악! 무서워요! 멈춰 달라고요! 으하하하하!" 좁은 공간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낡은 놀이기구들 위에 올라탄 어른들의 비명 속엔 즐거움과 공포가 반반 섞였다. '이곳에선 반드시 즐거워야 한다'는 강박의 노예가 된 듯 목청껏 소리를 지른다.

"양말이 그게 뭐니, 스타일 안 살게. 누나, 한 번 돌릴게." 통통 튀며 빙빙 도는 '디스코'를 운전하는 직원의 무례한 진행에 이의 다는 이 하나 없는 '무조건 웃어야 하는' 세계가 몸과 마음을 무장해제시킨다. 놀이기구 탑승료 종류에 따라 4000·5000원, 4개 기종 이용 가능한 '종합할인권' 1만3000원.

한껏 들뜬 마음은 서해안을 설렁설렁 오가는 '코스모스 유람선'으로 발걸음을 이끈다. 월미도에서 출항해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영종대교, 인천대교, 작약도 앞을 지나 돌아오는 약 20㎞, 1시간30분짜리 코스다. 바닷가 가판대에서 종이컵에 담아 파는 찝찔한 번데기와 고둥(한 컵 2000원)을 사가면 '유람' 기분이 제대로 난다. 오전 11시30분, 오후 1시30분·3시30분·5시30분 출항. 승선료 대인 1만5000원·소인(초등학생까지) 8000원. 문의 코스모스유람선 (032)764-1171

◆월미공원·화도진 공원·배다리 헌책 골목: 행락객 피해 천천히 걷다

데이트하러 온 연인들은 인파에서 떠나 '우리만의 시간'을 찾아 헤맨다. 월미산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월미공원'은 50년 가까이 군사통제구역으로 출입을 제한하다가 2001년 개방됐다. 덕분에 손을 덜 타 울창하게 자란 숲의 향긋함이 바닷바람과 섞인 채 방문객을 맞는다. 공원안내소에서 '주산책길'을 따라 정상(해발 108m)에 다녀오는 덴 왕복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정상 전망대에선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월미공원 서북쪽에 자리 잡은 '한국전통정원'은 부용지·애련지·소쇄원·국담원 등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정원을 재현한 고즈넉한 공원이다. 작은 연못들과 꼼꼼하게 정돈한 나무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안동하회마을을 본떠 만든 정원 안 '양진당'에서 6월 13일엔 규방공예 체험, 27일엔 전통목걸이 만들기 체험 행사가 오후 2~5시 열린다. 문의 인천 서부공원 안내소 (032)765-4133.

월미도에서 2번 버스를 타고 약 15분, 동인천역에선 버스로 약 5분 거리인 '화도진 공원' 산책로도 한적하고 편하다. 소나무, 정자, 벤치가 곳곳에 있어 걷다 먹다 쉬어가며 소풍 분위기 내기 제격이다.

'복고풍'이나 '재현물'이 아닌 정말 오래된 물건들과의 만남을 꿈꾼다면 월미도에서 버스로 20분 정도 걸리는 '배다리 헌책골목'('배다리 삼거리' 정거장)을 찾아봄 직하다. 산업도로 건설 사업 탓에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배다리 헌책거리'를 주민들이 힘 모아 지켜내고 있는 현장이다. 어느 헌책방보다 '내용물'만은 알차 헌책 마니아들에겐 '성지(聖地)'로 꼽힌다. 배다리 헌책골목의 '구심점' 격인 아벨서점(032-766-9523)에선 시 낭독회 같은 문화 행사가 많이 열린다.

●2번 버스 노선

오전 5시34분~오후 10시37분(효성동 기준) 4분마다 출발한다. 월미도→LG정유→월미공원→인천역(차이나타운)→동일방직→화도진공원→화평철교→동인천역→배다리삼거리→삼익아파트→동산고교→제물포역→제물포북부역→도화오거리→제일시장→석바위→석바위시장→간석오거리(인천광역 지하철공사)→부평삼거리→백운역→부평역→부평여고→산곡천주교회→효성1동. 요금 1000원. 문의 동화운수 (032)547-1371
 


>> 맛집 요모조모
 
▲ 월미도에서 태양은 하늘 중간에 한참 머물다가 바다로 주르륵 미끄 러져 내린다./조선영상미디어
인천역 건너편은 '한국식 자장면'의 탄생지로 알려진 '인천 차이나타운'이다. 자장면·탕수육은 물론 월병·공갈빵·중국차 등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많다.

동화원(同和苑·032-764-3838)은 다른 식당보다 작은 편이지만 손맛 좋기로 이름나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매콤한 사천 탕수육 1만5000원·2만원, 간자장 4500원. 한국 근대사가 구석구석 스민 차이나타운을 꼼꼼히 둘러보고 싶다면 인천역 관광안내센터에서 나눠주는 '근대역사의 파노라마, 도보관광으로 즐기는 이색여행' 팸플릿을 챙길 것. 1시간에서 3시간까지, 시간대별 차이나타운 도보관광 코스가 자세한 지도·설명과 함께 소개돼 있다.

화도진 공원 부근 화평동 냉면 거리엔 작은 선풍기만 한 그릇에 담겨 나오는 '세숫대야 냉면'(약 4000원) 가게가 다닥다닥 모여 있다.

낭만적인 차 한잔을 즐기고 싶다면 바다 노을 그리고 사랑(032-762-8275) 같은 월미도 해변 카페도 괜찮다. '1000일을 축하하며' 같은 연인들의 낙서로 가득 찬 테이블 위 시집과 한구석에 놓인 피아노, 통유리 뒤 반짝이는 바다가 '낭만 분위기'를 보장한다. 밀러 맥주 한 병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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