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게이트' 안닮은 듯 닮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

  • 등록 2015-04-18 오후 12:08:37

    수정 2015-04-18 오후 12:49:56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박근혜 정부 집권 3년 차에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정치권을 초토화시켰다.

현직 총리와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 등 친박(친박근혜)계 실세들이 무더기로 금품수수 의혹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특히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대선자금도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검찰수사 향방에 따라선 정권의 정당성과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검찰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경남기업 부사장과 상무 수행비서 등 성 전 회장 주변 인물의 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성 전 회장의 불법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서도 수사 착수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르면 20일부터 명단에 오른 정치인들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친박 정치인은 물론 야당 의원들도 성 전 회장에게 돈을 받았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역대 최대급의 대형 게이트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성완종 파문은 과거 이명박 정부 때의 ‘박연차 게이트’와 흡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자수성가형 기업인이 연루돼 있고, 여야를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활동하던 마당발이었다는 점 등이 여러모로 닮았다는 얘기다. 최 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현재진행형으로 수사결과 등을 지켜봐야겠지만, 중견기업의 경영자가 여야 정치인들을 상대로 전방위로 금품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연차 게이트 때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말했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이데일리DB)
◇ 정·관계 인사 무덤 됐던 ‘박연차 게이트’

박연차 게이트는 이명박 정부의 첫 대규모 사정 수사에 따른 결과물이다. 검찰 수사 결과 박 회장은 정·관계 인사들에게 무차별 금품을 살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은 2008년 7월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태광실업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가 단초가 됐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신발 주문생산(OEM) 업체로 재계 순위 600위권이었던 경남 소재 중견기업 태광실업과 박 회장은 게이트가 터지면서 일약 사건의 중심에 섰다.

대검 중수부는 2008년 9월 세종증권 매각과 휴켐스 인수를 둘러싼 비리의혹 내사에 착수해 그해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와 후원자 박 전 회장, 고교동창 정화삼 씨 등 12명을 구속 기소했다. 게이트 정국은 이듬해 상반기 정·관계 인사의 무덤을 만들며 온 나라를 통째로 뒤흔들었다. 검찰은 박 회장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모두 21명을 기소했다. 2011년 1월 대법원에서 박관용·김원기 전 국회의장,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 전·현 정권 실세들이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선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하고 내사 종결했다.

◇ 정·관계 마당발 朴회장…재력 바탕으로 금품로비

당시 박 회장은 정·관계의 ‘마당발’로 통했다. 박 회장은 청와대 고위 인사는 물론 여야 국회의원 등 상대를 가리지 않고 뭉칫돈을 뿌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재판 과정에서 한 끼 식사 값으로 280만 원을 썼다는 진술도 나왔다.

경남 밀양 출신으로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인 그는 신발사업에서 거둔 성공을 토대로 폭넓은 인맥을 형성했다. 그는 5공 때 민정당 중앙위원을 지내면서부터 정치권 인사들과의 친분도 쌓았다. 그가 지인들에게 “권력은 유한하지만 신발사업은 무한하다”고 한 말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박 회장이 재력을 통해 권력층에 종신보험 형태로 투자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박연차 게이트는 기업인이 정상적인 기업 활동보다 돈으로 권력에 기댄 정경유착의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의 ‘보험’은 정권 실세들로부터 유무형의 지원을 이끌어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실제로 한동안 신발산업에 머물던 태광실업은 노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화학, 건설, 전력, 골프장 등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한때 국내외 16개사, 3만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기도 했다.

◇ 30여 년간 거대 인맥 구축한 成회장…여야 넘나들며 광범위한 로비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성 전 회장도 ‘박연차 게이트’의 주역이었던 박 회장과 ‘닮은꼴’이란 평가도 나온다. 초등학교 중퇴 출신인 성 전 회장도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한 로비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회의원도 지냈다.

그의 특유의 ‘사람 욕심’은 5공 때인 민정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2년 대아건설을 인수하면서 청년회의소 활동과 민정당 ‘청년기업가 모임’에 참여하며 정치인과 교분을 쌓았다. 이후 30여 년간 성 전 회장은 정·관계, 재계를 아우르는 거대한 인맥을 구축했다. 2000년 그가 주도해 만든 충청 출신 정·관·언론계 인사들의 모임인 충청포럼은 회원이 3500여 명에 달한다.

성 전 회장이 인맥 형성에 공을 들인 것은 학력 콤플렉스에 기인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학력과 배경이 없는 상태에서 결국 동원할 수 있는 건 돈과 로비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보험’ 성격을 띤 로비 행태는 기업 외형 확장의 결과로 나타났다. 대아건설을 인수한 뒤 성 전 회장은 관급 공사를 싹쓸이하면서 사세를 넓혀 나갔다. 성 전 회장은 대아건설 회장에 이어 2004년부터 인수한 경남기업을 키워 도급 순위 26위권으로 끌어올렸다. 경남기업은 계속된 자금난에도 3차례나 채권단의 지원으로 회생하기도 했다.

◇ 불법정치자금 수수관행 ‘여전’…“투명한 자금공개, 엄격한 감시 필요”

전문가들은 불법정치자금 수수 관행을 없애기 위해선 정치선진국처럼 정치자금을 자유롭게 모금하되, 투명하게 관리토록 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인이 모금액을 공개하고, 사용처에 대한 영수증 처리도 꼼꼼하게 하는 미국의 방식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의 경우 후원금이 3자 명의의 차명으로 이른바 ‘쪼개기 방식’으로 이뤄진 것과 관련해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기부금 제공자의 신원 공개는 물론 그 제공자의 사업주도 인터넷에 전면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법정치자금 수수에 대해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용철 교수는 “정치자금 양성화를 위해선 돈을 준 사람뿐 아니라 받은 사람에 대해서도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 지금보다 형량을 늘리는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한국 정치사에서 불법정치자금 수수 관행이 여전한 것은 아직 우리 정치문화가 후진적인 탓이 크다”며 “대통령부터 솔선수범해 자금의 투명한 공개, 엄격한 감시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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