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만 대리전’ 파라과이 대선, 친대만 집권여당 후보 당선

집권여당 페냐, 상대 후보 크게 앞서며 당선
IMF 근무한 '경제통'…대만 수교 유지 약속
로이터 "재정 적자·농업계 압력 과제"
  • 등록 2023-05-01 오전 10:53:10

    수정 2023-05-01 오후 7:24:39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중국과 대만의 대리전으로 흘러간 파라과이 대선이 ‘친 대만’ 성향의 집권 여당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파라과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집권 여당 콜로라도당의 산티아고 페냐 당선인(가운데). (사진=AFP)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집권 여당인 콜로라도당 소속 산티아고 페냐 후보가 43% 득표율로, 야당 정통급진자유당(PLRA) 소속 에프라인 알레그레 후보를 15%포인트 이상 앞서면서 당선을 확정했다.

파라과이 경제 살리기 나선 ‘경제통’

페냐 당선인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 “콜로라도당과 파라과이의 위대한 승리”라고 자축하면서도 “지난 수년 간의 경기 침체, 높은 재정 적자, 높은 실업률, 극심한 빈곤 증가 등 해야 할 일이 많기에 번영을 위한 단결과 합의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8월 15일 취임할 예정이다.

1978년생인 페냐 당선인은 파라과이 중앙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경제통이다. 현 콜로라도당 대표인 오라시오 카르테스 전 대통령 시절 재무장관을 역임했다.

콜로라도당은 2008~2012년을 제외하고 1947년부터 71년 동안 집권했다. 파라과이는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채택해, 마리오 아브도 베니테스 현 대통령은 대선에 출마하지 못했다.

이번 대선의 투표 참여율은 5년 전 대선 당시보다 높은 63% 이상을 기록했다. 선거는 당초 오후 4시 투표 종료 예정이었으나 양호한 날씨 영향으로 유권자들이 일찌감치 선거에 나서 긴 대기 줄이 형성되면서 투표율이 높아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대만과 수교 유지할듯…농업계 압력 과제

이번 대선에 국제 사회의 관심이 모아진 이유는 파라과이가 현재 13개 국가만 남은 대만과의 정식 수교국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하는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해 세계 각국이 대만 정부와 공식적인 교류를 하는 것을 완강히 반대하면서 대만 수교국은 줄어드는 추세다. 최근에는 온두라스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정식 수교를 맺었다. 이제 대만 수교국은 파라과이와 과테말라를 제외하면 바티칸과 마셜제도 등 도시 국가이거나 소규모 국가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사이의 내륙국가인 파라과이는 그동안 우파 성향의 정부를 이어가면서 미국 및 대만과 가깝게 지냈다. 페냐 당선인 역시 대만과 파라과이의 오랜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알레그레 후보는 친중 성향으로, 선거 운동 당시 주요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에 대두(콩)과 쇠고기 수출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유로 집권 여당과 대만과의 유대 관계를 비판하면서 당선되면 이 같은 외교 관계에 변화를 줄 것을 시사했다. 선거 유세 초창기에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접전을 보였던 알레그레 후보였으나 막판 야권 대분열로 표심을 모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알레그레 후보는 “우리는 변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으나 오늘날 결과는 그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로이터는 “페냐 당선인은 파라과이의 농업 중심 경제를 활성화하고, 주요 재정 적자를 축소하며, 중국이란 거대 시장을 위해 대만을 포기하라는 대두와 쇠고기 관련 업체들의 압력을 헤쳐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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