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섣부른 인플레 판단, 증시장기침체 빠뜨릴수도"

  • 등록 2002-10-04 오전 10:35:00

    수정 2002-10-04 오전 10:35:00

[edaily 한상복기자] 통화당국이 인플레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으나 이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착시일 뿐"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당국의 판단과는 달리, 강도높은 부동산 안정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일 이어지고 있는 인플레 우려와 통화긴축 요구가 콜금리 인상 가능성을 유발, 가뜩이나 위축된 주식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는 상황. 4일 증시 전문가들은 "정부의 어정쩡한 입장이 시장에 혼선을 야기해 투자자들의 발목을 묶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일방적인 인플레 진단은 자칫 잘못된 처방을 내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 상황에서 금리가 인상될 경우 주식시장은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4차례에 걸친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에도 부동산 투자열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최근에는 외국인 자금까지 저금리 기조를 틈타 부동산 시장에 대거 유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소폭의 금리인상은 부동산 투자 선호도를 위축시키는데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며 "아파트 공급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을 인플레의 주범으로 몰고 가는 것은 오판"이라고 주장했다. 자금흐름을 돌리기 위해 부동산 시장을 우격다짐으로 누를 것이 아니라, 좀 더 넓은 시각에서의 전향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상욱 서울증권 투자분석부 차장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당국의 우려와는 달리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고 해서 인플레가 발생하지는 않는다"면서 "지난 90년대 초반까지 신도시 건설 붐에 힘입어 부동산 가격이 인플레를 견인했던 측면은 있으나 그 이후로는 부동산 값의 물가에 대한 영향력은 크게 후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94년의 물가 상승은 신3저 경기에서 비롯됐으며, 98년의 물가상승은 외환위기 이후 환율 상승에서 기인했다"며 "최근 들어서는 물가가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가격 상승과는 오히려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용측면의 물가 상승압력이 강하더라도 비용 발생 원인 내에 상충요인(부동산 가격 상승에 반한 환율 하락)이 있고, 수요요인이 취약(경기활황에 따른 설비투자 수요 등)하다면 이중 어느 한가지 요인만을 인플레의 주범으로 결론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현식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택가격 상승세가 최근 한달동안 꺾였지만 역사적으로 최저 수준에 있는 금리와 주택수급 불균형, 미 소유자의 불안심리 등을 고려할 때 가격 상승 여지는 남아 있다"고 전망했다. 전 애널리스트는 "아파트 값 급등의 가장 큰 요인이 저금리라지만, 마땅한 투자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금리가 인상된들 부동산에 대한 선호도를 위축시키기에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철저하게 현금 흐름을 따지는 외국인들마저 부동산 매입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이들이 다른 투자대상보다 부동산을 가장 좋게 보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국인들은 외환 위기 전인 97년에 3800만 평방미터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2001년에는 1억3600만 평방미터로 4년만에 2.6배나 늘어났다. 올 상반기 들어서도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규모는 6500만 평방미터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나 늘었다. 전현식 애널리스트는 "외환위기 이전 5년간 연평균 62.5만호의 신규 주택이 공급됐으나 98년 이후 지난해까지는 30만~50만호에 불과한데다 아파트의 비중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어 당분간 주택수급의 불균형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은행 주택매매가격지수를 보면 8월15일 현재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전년말 대비 25.3% 올랐으며 전년 동월 대비로는 무려 30.8% 상승했다. 박상욱 차장은 "인플레는 실제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을 웃도는 인플레 갭이 지속적으로 발생해야 나타날 수 있는데, 미국 경기의 성장 전망과 이에 따른 수출경기의 성장 견인력이 예측 불가능한 상태에서의 일방적인 인플레 결론은 잘못된 처방을 내리기 쉽다"고 경고했다. 그는 "80년대 만연했던 인플레 갭은 90년대 이후 디플레 갭으로 변화되고 있으며 물가 상승률도 둔화되고 있다"면서 "다음 주 금통위의 콜금리 목표치 상향 조정 여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한은 총재가 2개월 연속 소비자물가가 오른 것을 걱정해 설비투자가 살아날 경우 인플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화폐단위 절하와 고액권 발행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는데, 인플레가 우려되는 시점에서 인플레 심리를 부추길 수 있는 정책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이고 화폐단위를 절하한다면서 고액권 발행을 검토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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