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여행’ 죽음의 재발견

  • 등록 2008-10-27 오후 12:00:00

    수정 2008-10-27 오후 12:00:00

[경향닷컴 제공] 장례식에선 삶과 죽음이 나뉘고, 미움과 사랑이 엇갈리며, 추억과 미래가 교차한다. <굿’바이>는 죽음을 둘러싼 극적인 풍경을 일본영화 특유의 차분한 시선으로 살핀다.

▲ 일본영화 ‘굿바이’

몸담고 있던 오케스트라가 해체되자, 첼리스트 다이고는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다. 자신의 재능에 한계를 느끼고 있던 그는 고가의 첼로를 판 뒤 아내 미카와 함께 고향 야마가타로 돌아온다.
 
직업을 구하던 다이고는 ‘여행을 돕는다’는 구절과 ‘고수익’이라는 말에 혹해 NK에이전트라는 회사를 찾는다. 그러나 알고 보니 회사는 ‘영원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을 배웅하는 납관 전문인을 구하고 있었다.
얼떨결에 취직한 다이고는 사장이자 베테랑 납관인 이쿠에이가 경건하게 고인을 보내는 모습에 감화받는다. 하지만 아내와 친구들은 다이고의 직업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똑같이 숨쉬지 않는 시신이지만, 그를 둘러싼 주위의 공기는 곳곳이 다르다. 이왕 보내야 할 이라면 가장 아름답고 존엄하게 보내야 한다. 그 편이 떠난 자와 남은 자 모두를 위한 길이다. 시신을 염하는 이쿠에이의 손길은 재빠르면서도 조심스럽다. 시신의 얼굴에 마지막 화장을 하면서도 고인이 평소 쓰던 립스틱을 사용하는 세심함을 잊지 않는다.

‘인간은 죽는다’는 주지의 사실은 종종 잊혀진다. 다이고 역시 마찬가지였다. 숨지고 2주 뒤에 발견된 독거노인의 시신을 염한 뒤 다이고는 애타게 아내의 살냄새를 탐한다. 대도시에서 꿈을 이루지 못한 뒤 낙향한 별 볼일 없는 인생이지만, 죽는 것보다는 살아 있는 게 낫다는 절절한 깨달음 때문일 것이다.

‘화해’라는 영화의 궁극적 주제는 진부하다. 하지만 진부한 주제가 반복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일본영화는 스케일을 펼치기보다는 <굿’바이>처럼 소소한 주제를 나지막이 이야기하는데 좋은 솜씨를 보여왔다. 연출은 <비밀>의 다키다 요지로, 음악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으로 친숙한 히사이시 조가 맡았다. <으랏차차 스모부>의 모토키 마사히로가 다이고 역을, 한때 일본 최고의 인기 여배우였던 히로스에 료코가 미카 역으로 출연한다.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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