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판이 없어서" 택배기사 4명 중 한명은 불법 영업

4만2천대 택배차량 중 1만2천대는 무허가 불법 차량
국토부 영업용 화물차 신규 허가 중단해 합법 전환 어려워
박봉·장시간 근로에 합법 운송업자 택배기사 꺼려
택배운송비 인상해 택배기사 처우개선해야
  • 등록 2014-03-04 오전 9:24:52

    수정 2014-03-04 오전 9:24:52

택배차량 4대 중 1대는 무허가 화물용 차량이다. 운송업계에선 택배기사에 지급하는 택배운송비 현실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단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노란색(택배운송차량) 번호판이요? 1850만원은 줘야 삽니다. 어디를 가도 이 가격보다 싸게는 못 구해요.”

부천IC자동차매매단지에서 15년째 영업용 화물차(택배차량) 번호판 매매업을 하고 있는 여모씨는 “정부가 추가로 허가를 내줄 리 없어 가격이 오르면 오르지 떨어질 가능성은 없다”며 “계속 가격이 오르고 있어 사려면 하루라도 빨리 사는 게 이익”이라고 말했다. 작년 10월께 1700만원대 였던 노란색 번호판 가격은 4개월 만에 100만원 이상 올랐다.

해마다 20%씩 택배 운송물량이 증가하면서 화물차 수요는 크게 늘었다. 그러나 정부는 화물차 공급이 여전히 수요 대비 초과 상태라며 노란 번호판 발급을 제한하고 있어 노란색 번호판 프리미엄만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은 영업용 화물차 허가가 난 화물차에 대해서만 운송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영업용 화물차 허가를 받은 차량엔 노란색 번호판이 발급된다.

노란색 번호판 ‘웃돈’ 붙어 거래

택배기사 4명 중 한명은 ‘무허가’ 기사다. 택배업계가 추산하는 택배 차량은 4만2000여대. 이 중 1만2000대 가량은 자가용으로 등록된 불법 운송차량이다. 정부는 2004년 영업용 화물차 등록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꾼 후 10년 가까이 신규 허가를 제한해 오다 택배업계의 요구에 밀려 지난해 1만2000여대 분을 새로 발급했다. 그러나 급증하는 시장 수요에는 턱없이 못 미쳤다. 신규 허가 당시 1000만원 아래로 떨어졌던 노란색 번호판 프리미엄은 반년도 되지 않아 다시 1700만원대로 치솟았다.

택배업계는 불법 운행하는 택배 차량이 법 테두리 내에서 일할 수 있도록 노란색 번호판 신규 발급을 대폭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택배업계는 지난해 말 추산한 수요를 감안할 때 최소 1만1000여대 분량의 노란색 번호판이 추가 공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공급 과잉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며 추가 공급에 부정적인 모습이다.

국토부가 택배업계의 하소연에도 신규 번호판 발급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8만5000대에 달하는 개인용달 차량들 때문이다. 택배사업 초창기 운송 물량의 대부분을 소화했던 개인용달 사업자들은 택배회사들의 운송비 인하 경쟁 속에 상대적으로 싼값에 배송 위탁을 맡길 수 있는 무허가 택배 차량들에 밀려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었다.

최석규 서울용달협회 차장은 “불법 운송이어서 언제든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약점이 있는 무허가 택배기사들은 산동네 등 배송이 어려운 지역도 저렴한 단가로 배송을 맡았다”며 “합법적으로 허가를 받아 세금 다 내가며 운송하던 용달사업자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여서 결국 밀려난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기사는 택배회사가 아닌 각 지역내 택배영업소와 사업자 계약을 체결하는 특수고용직이다.

“택배운송비 인상이 해법”

‘택배운송비 현실화’가 산적한 택배업계의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데는 이해관계자 간에 이견이 없다. 작년 택배 운송물량은 15억 상자. 1995년 1000만 상자이던 운송 물량이 150배 성장하는 동안 택배비는 오히려 내려 2000년 3000원에서 지난해 2476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택배업계는 별도의 택배법을 제정해 택배 운임 인가제와 택배 차량 증차, 외국인 근로자 고용 등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택배 운임 인가제는 택배 운임 표준표를 만들어서 택배사별로 원가를 분석해 거리와 무게 등 운송 조건에 따라 운임을 정하자는 것이다. 현재는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 등 기업 고객들과 전체적인 운임 단가를 정하는 방식이어서 무게 외에는 거리나 배송 난이도에 따른 운임 차이가 크지 않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지리산 천왕봉 대피소와 도시지역 아파트 간의 택배 운송비 단가 차이가 크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운임을 현실화하면 택배기사들의 처우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차장은 “택배 운송비가 현실화되면 개인용달사업자 중에도 택배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아져 자연스레 무허가 택배 차량이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택배 운송비 인상에 따른 혜택이 택배기사들에게 집중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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