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봄..꽃 같은 밴드 `허쉬크릭`을 말하다(인터뷰)

  • 등록 2011-05-06 오후 6:42:39

    수정 2011-05-06 오후 6:42:39

▲ 밴드 허쉬크릭(왼쪽부터 곽성은, 리연, 미로, 김성완)
[이데일리 SPN 조우영 기자] 무심코 보면 쉽게 구분하기 어려운 봄꽃들이 있다.

매화와 벚꽃, 살구꽃이 그렇다. 매화는 향이 진하고 달콤하다. 벚꽃은 눈송이처럼 부서지는 하늘거림으로 사람들을 멈춰 서게 한다. 살구꽃은 매화나 벚꽃보다 붉다.

도종환 시인은 이를 두고 `겨우내 참고 참아온 나무의 열정과 설렘,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뜨거운 기다림의 마음이 그렇게 만든다`고 했다.

이처럼 같은 듯 다른 세가지 꽃을 한꺼번에 닮은 밴드가 있다. 최근 첫 미니앨범 `섬데이`(SOMEDAY)를 발매하고 각 방송사의 라디오 프로그램 등에서 폭발적인 섭외 요청을 받고 있는 혼성밴드 `허쉬크릭`(HUSH CREEK)이다. 따스한 봄기운이 완연한 5월, 그들을 만났다.   ◇ 매화의 진한 향이 나다

허쉬크릭은 설중 혹한을 뚫고 꽃을 피운 매화 같은 밴드다. 멤버들의 수려한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가 진해서가 아니다. 홍대 라이브 무대와 대학 행사에만 주로 서온 탓에 허쉬크릭의 이름을 아는 이는 아직 많지 않다. 록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불운의 밴드`로 불리기도 한다.   "2007년도 첫 싱글 `플라이 하이`(FLY HIGH)를 발표하고 반응이 좋았는데 3개월 만에 해체했어요. 한 멤버의 건강이 안 좋았던 데다 생계유지가 힘들만큼 수입이 없었거든요. 그래도 서울에 기타 하나 메고 올라와 꿈을 이뤘다는 게 기뻤어요."(김성완, 기타)   하지만 이들의 노래만큼은 대학가에 남아 생명력을 이어갔다. `플라이 하이`는 아마추어 밴드들이 각 대회에 참가할 때 카피곡으로 가장 많이 쓸 만큼 유명한 곡이다. 신해철의 `그대에게`로 대표되던 각 대학교 응원단의 치어리딩 곡은 어느덧 이들의 노래로 바뀌었다. 이들은 2009년 재기해 두 번째 싱글 `타임머신`을 발표, 인디차트 1위에 올랐으나 앨범 발매 당일 새로 영입한 보컬이 교통사고를 당하며 또다시 활동을 중단했다.   "아직 많은 분들이 허쉬크릭 모르셔서 아쉬움은 있지만 조급해 하진 않아요. 무엇보다 지금 음악을 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하죠. `잔잔한 강`이라는 뜻을 가진 팀 이름처럼 허쉬크릭은 꾸준히 오래 흘러가는 밴드가 될 테니까요."(미로, 베이스)  
▲ 밴드 허쉬크릭
◇ 벚꽃의 화려함 속 쓸쓸함을 닮다

만개했을 때보다 지는 모습이 아름다운 꽃이 벚꽃이라면 허쉬크릭은 내면의 슬픔을 담아낼 때 더욱 아름다운 밴드다. 허쉬크릭의 노래들은 대부분 경쾌하고 밝은 멜로디지만 그 노랫말은 인류의 화합, 사랑과 평화에 대한 진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거창하게 들리실지 모르지만 우연히 읽던 책에서 `원래 사람은 하나였다`라는 코란의 한 구절을 읽고 크게 감명받았어요. 그 뒤부터 제 음악적 모토는 하나예요. 남북 분단이나 종교의 화합 같은 내용을 상징적으로 많이 이야기하는데 사실 대중들은 알아채기 어려우실 거예요. 하하."(김성완, 기타)

"비틀즈의 `이매진`(IMAGINE) 같은 곡들은 심지어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멜로디는 정말 감미롭잖아요? 허쉬크릭의 노래들도 그래요.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든 사람들이 듣기 좋은 밝은 음악, 다양한 해석도 가능한 음악. 굳이 저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누군간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으니까요."(곽성은, 베이스)

"무거운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전체적인 톤까지 무겁다면 지루하고 따분한 곡이 될 것 같아요. 제 목소리가 긍정적이고 밝아 허쉬크릭의 곡들과 잘 어울린대요. 호호."(리연, 보컬)

◇ 꽃은 이제 열매가 될 차례

때로는 매화처럼, 때로는 벚꽃을 닮은 허쉬크릭은 살구꽃의 붉은 정열마저 닮았다. 음악을 하는 동안 오히려 경제적으로 궁핍해진다는 이들에게 음악은 `돈`이 아니라 `비타민`과도 같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음악은 `비타민`과도 같아요. 체내에서 만들어지지 않고 밖에서 흡수해야 하는 영양소. 사는 데 지장은 없지만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필수 요소죠. 또 그러한 음악을 하고 싶기도 하고요."(리연, 곽성은, 미로)   꽃이 진 자리에 열매를 맺듯 이들의 음악은 끊임없이 순환한다. 험난했던 음악적 여정도 이제 모처럼 잔잔히 흐르고 있다. 그래서인지 각 멤버들에게 있어서 허쉬크릭이란 팀은 사연이 깊다. 진부하지만 마치 `가족 같다`고 한다.

밴드의 홍일점이자 막내인 리연은 “성완 오빠는 본인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고 주장하는데 잔소리 많은 시어머니 같은 스타일이에요. 성은 오빠는 자기 일에 충실하다고 하지만 어찌 보면 집안일에 신경 안 쓰는 `셔터맨` 같은 아빠고요. 미로 오빠는 그런 아빠를 대신해 집 안에 사건 사고를 해결해 주는 듬직한 큰 오빠 같고요”라고 말했다. 

리연의 이 같은 비유에 미로를 제외한 성완과 성은의 원성이 이어지며 티격태격 말싸움이 시작됐다. 작은 골방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사남매 같다. 역시 영락없는 가족이다. 하지만 시어머니 잔소리를 늘어놓는다는 리더 성완의 말에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저에게 허쉬크릭이란 `자존심`이에요. 대형 기획사에 들어가 있는 잘 나가는 친구들로부터 `밴드 왜 하느냐. 그냥 우리 회사나 와라`라는 제안을 10년간 셀 수 없이 받았어요. 그 많은 기회를 마다한 이유는 누가 만들어주는 음악이 아닌 우리들의 음악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와서 `그것 봐라. 밥은 먹고 다니냐`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죠. 그렇지 않으려면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고 더욱 프로페셔널해져야 합니다.”(김성완, 리더)

`잔잔한 강처럼 꾸준히 오래 흘러가고 싶다`는 허쉬크릭. 이들의 바람처럼 5년, 10년 뒤에는 더 넓은 바다 앞에 어떠한 풍랑에도 흔들임 없는 허쉬크릭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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