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가족', 김기덕 편견을 버리면 이야기가 보인다

'대세남' 정우, '무정도시' 김유미, '연기파' 손병호 출연
분단 현실에 녹인 새로운 가족애, 감동+웃음 선사
  • 등록 2013-10-31 오후 3:32:09

    수정 2013-10-31 오후 3:34:25

‘붉은 가족’ 포스터.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이 영화를 보기 전 관객들이 하면 좋을, 한 가지가 있다. 편견 혹은 고정관념, 그런 류의 생각을 버리는 것.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화면, 해외에서만 인정 받는 독특한 분위기. 모든 걸 내려 놓고 봐도 좋을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곧 개봉한다. 바로 ‘붉은 가족’이다.

자칫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로 치부될 만한 작품이었는데,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로 수 많은 ‘앓이’들을 양산하고 있는 배우 정우 덕에 영화 흥행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긍정의 사슬처럼 ‘연기파 배우’ 손병호와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난 김유미 등이 호흡을 맞췄다는 사실까지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다. 최근 일본 도쿄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아 개봉 시기도 1,2개월 앞당길 수 있었다. 여러가지로 김기덕 감독의 영화 중 어쩌면 가장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는 작품이 될 분위기다.

배우 손병호(왼쪽부터)와 박소영, 김유미, 정우, 이주형 감독, 김기덕 감독이 31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붉은 가족’ 언론시사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한대욱기자)
‘붉은 가족’은 김기덕 감독이 만든 영화는 아니다. 이주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틀을 완성하고 시나리오까지 쓴 건 김기덕 감독이다. 제작도 김기덕필름에서 맡았다. 김기덕 감독은 이 영화를 1년 여전 기획하기 시작했고, ‘동창생’ 혹은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과 경쟁을 붙일 생각으로 썼다. 앞서 개봉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배우 김수현 주연으로 화제를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동창생’은 배우로 첫 스크린 주연에 나선 그룹 빅뱅의 멤버 탑이 최승현이라는 본명으로 관객과 만나는 작품. 김기덕 감독은 의도한 대로 ‘동창생’과 같은 날 ‘붉은 가족’을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됐다. 두 작품 모두 11월 6일 개봉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붉은 가족’은 김기덕 감독의 손이 탄 작품이라 생각되지 않는 영화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 손병호도 이 같은 사실에 공감했다. 손병호는 “영화라는 게 뭘까 생각하면 시나리오 싸움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김기덕 감독 작품을 늘 좋아했는데 아쉬운 시선이 있었기 때문에 반신반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걸 정말 김기덕 감독이 썼나 싶을 정도로 따뜻한 작품이었다”고 덧붙였다.

‘붉은 가족’의 정우(왼쪽부터)와 손병호, 김기덕 감독.
손병호의 말대로 ‘붉은 가족’은 훈훈하다. 그렇다고 빤한 해피엔딩은 아니다. 일일극에서 흔히 본 ‘사필귀정’, ‘권선징악’ 등으로 연결되는 가족애가 아니다.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와 복잡하진 않지만 적당히 복선과 반전이 있는 장치 등으로 완벽에 가까운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배우들과 감독 모두 ‘저예산 영화’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열악한 촬영 환경에 힘들었던 때를 회상했지만 영화에선 그러한 허전함을 느끼기 어렵다. 아주 뛰어난 영상미나 감각적인 편집이 돋보인 작품은 아니지만, 굳이 그러한 장면이 필요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이야기가 탄탄하다.

이야기의 골격을 채운 건 명확한 메시지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 늘 하나의 주제의식은 강렬했지만 다소 일반적인 범주에서 벗어나있었던 건 사실. 최근작인 영화 ‘뫼비우스’를 통해서도 몇몇 관객들은 “그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이해하기 어려워서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평을 내놓았다. 이처럼 김기덕 감독의 주제의식은 조금 특별했다.

‘붉은 가족’ 스틸.
‘붉은 가족’은 조금 다르다. 남과 북으로 갈린 현실을 조명하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관객을 웃길 수 있는 가벼움을 담았다. 가족과 떨어져 남한에서 20년 넘도록 공작원 생활을 한 북한 요원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사과 만한 암 덩어리를 두 개나 안게 됐지만 ‘피보다 진한 게 정’이라는 또 다른 의미의 가족애를 설파하기도 한다. 이들을 감시하는 또 다른 고위 공작원들이 “이미 가족처럼 똘똘 뭉쳐있어 그 힘이 너무 세다”고 이야기하는 대목은 가족애에 대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

북한 공작원으로 등장하는 정우와 손병호, 김유미, 박소영의 연기는 뛰어나다. 북한 사투리와 표준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열연이 때론 감동을, 때론 웃음을 준다. 남북 문제를 다룬 영화 중에서도 가장 솔직하다는 평가를 받는 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이중성, 모두가 놓일 수 있는 모순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조국의 이름을 앞세우면서 냉철한 사고만을 강조하는 고위 공작원도, ‘위’에서 내려오는 임무 수행을 철칙으로 여기는 고위 공작원도, 결국엔 타성에 젖고 정에 무너지고 사랑에 무릎 꿇을 수 밖에 없는 같은 인간이란 사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동창생’이 최승현, 탑의 팬들을 위한 영화라면 ‘붉은 가족’은 ‘정우 앓이’ 중인 팬들을 넘어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을 위한 영화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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