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정은보 이사장, 밸류업과 달린다

24일 취임 100일 맞아 기자간담회 열어
"질적 성장 미흡…밸류업으로 자본시장 레벨업"
정책·감독 능숙한 거친 '원칙주의자' 親시장 스텝
"밸류업 중장기 의지 피력…시장 내 공감대 확대"
  • 등록 2024-05-26 오후 12:00:00

    수정 2024-05-26 오후 7:13:17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지난 100일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에 대한 해소 필요성을 절감한 시간이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증시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시선이 여느 때보다 뜨거워진 시점이다. 지난해 잇단 불법공매도 적발과 차액결제거래(CFD) 사태에도 불구하고 개미들은 여전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한 상장사의 주주환원 노력에 주목하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 가운데 자본시장의 수장이 된 정 이사장은 ‘원칙주의자’라는 본인의 색깔 위에 시장과의 소통을 내세웠다. 시장 관계자들은 “적어도 밸류업 프로그램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다”면서 “정 이사장이 물밑으로 확신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24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소회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원칙주의자, 시장과 소통을 위해 뜀박질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정 이사장은 지난 2월 부산 거래소 본사에서 취임한 후, 100일을 맞았다. 정 이사장은 24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기자들을 만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 이사장은 “증시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가 상승을 견인할 ‘질적 성장’이 미흡했다”면서 “밸류업 정책에 속도를 올려 국민의 자산운용 기회를 확대하고 우리 자본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밸류업’이 자본시장의 ‘레벨업’이라며 거래소의 노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물론 밸류업 프로그램은 금융당국 전반의 과제이기도 하지만, 정 이사장의 친(親) 시장 행보는 기존 예상보다 과감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이사장은 금융당국의 주요 요직을 거친 ‘원칙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은 1984년 행정고시(28회)에 합격하며 당시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무부에서 관(官) 생활을 출발했다. 이후 국제금융과 경제정책, 금융정책 등을 주로 담당했고 이후 기획재정부 차관보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까지 역임했다. 2019년부터는 외교부에서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를 지냈고 2021년부터는 금융감독원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이 기간 그는 시장친화적이기보다 정책을 통한 균형과 규제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취임 후 시장과의 소통에 망설임이 없다.

특히 그의 노력은 지난 3월에 빛을 발했다. 지난 3월에는 거래소의 마라톤대회 ‘2024 불스레이스’에 참여해 5km를 완주했다. 불스마라톤에는 5km와 10km 코스 외에도 통상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나 유관기관장을 위한 1km짜리 ‘VIP코스’도 있다. 하지만 정 이사장은 5km를 완주하며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정정한 모습을 보인 것은 물론이며 시장참여자들과 소통 의지를 드러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취임 후 시장사람들과 만나는 첫 자리였는데, 아무래도 쇼잉(showing)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아니겠느냐. 신선했다”고 회고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사진 정가운데)이 지난 3월 열린 한국거래소의 ‘불스마라톤’에서 5km 레이스 참가자들과 출발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밸류업, 중장기적 과제 공감대 이뤄”

이달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뉴욕으로 직접 떠나 우리 자본시장의 밸류업 현황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소개하고 지속성에 대한 홍보를 설명하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뉴욕 출장의 결과를 묻는 기자들의 말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해 어디에 새로 투자할 것인지 의사 결정하는 과정을 밟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밸류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정부의 세제 지원이나 거래소의 밸류업 추진 과정이 잘 이뤄지면 외국인 투자자도 더 정확한 정보와 경영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신뢰를 갖고 투자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 이사장의 취임 후 거래소 역시 바빠지고 있다. 기업 밸류업 자문단 구성을 주도하고 다양한 상장사 및 증권사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코스피 시장의 대기업 뿐만 아니라 혁신성장기업과의 소통도 확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거래소의 과제 중 하나인 불법 공매도 근절을 위한 중앙점검 시스템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정 이사장의 스타일이 굉장히 꼼꼼하면서도 신속한 대응을 강조한다”면서 “확실히 내부에서 속도감 있는 진행이 이어지며 긴장감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의 기대가 컸던 만큼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실망감도 있을 순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진행되는 과제이고 시장과 계속 이야기해 나가겠다는 것은 확실히 인지됐다고 판단한다”면서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열망이 커진 시기인 만큼, 기대감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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