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별 지다…60여 년 무대 지킨 배우 오현경 별세(종합)

향년 88세
1955년 데뷔, 'TV 손자병법'으로 친숙
"연극배우에게 은퇴는 없다"며 무대 지켜
  • 등록 2024-03-01 오후 4:55:29

    수정 2024-03-01 오후 4:57:53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연극계의 큰 별이 졌다. 60여 년 동안 무대를 지켜온 연극배우 오현경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88세.

연극배우 오현경이 1일 향년 88세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2017년 2월 1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제4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은 뒤 소감을 말하고 있는 고인의 모습. 이날 시상식에서 고인은 “이번 상은 나뿐만 아니라 연극을 하는 수많은 후배들에게 격려가 될 것이다. 후배들이 잘 버티고 나아갔으면 좋겠다”며 연극계 후배들을 위한 소감을 밝혀 현장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사진=노진환 기자)
1일 유족들에 따르면 오현경은 이날 오전 9시 11분께 경기 김포의 한 요양원에서 숨을 거뒀다. 오현경은 지난해 8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6개월 넘게 투병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현경은 대한민국 연극계를 든든히 지켰던 거목이다. 서울고에 재학 중이던 1955년 제1회 전국 중고교 연극경연 대회 참가작품인 유치진 작가의 연극 ‘사육신’에 출연하며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연세대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한 뒤에는 연세극연구회에 들어가 연극에 빠져 지냈다. 대학 졸업 이후 1960년 창단한 ‘한국 연극계의 메카’ 극단 실험극장의 창립 멤버로 활동했다. 연극 ‘봄날’, ‘휘가로의 결혼’, ‘맹진사댁 경사’ 등에 출연했다.

1961년 KBS 특채 탤런트를 시작으로 드라마, 영화 등에도 출연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아왔다. 대중에게는 1987년부터 1993년까지 방송한 KBS 드라마 ‘TV 손자병법’의 만년 과장 이장수 역으로 친숙하다. 고인은 이 드라마에서 부장 승진에 매번 실패하는 인물을 통해 직장인의 애환을 공감 가게 그려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식도암, 위암 등으로 투병 생활을 하기도 한 고인은 2010년대 이후 연극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왔다. 2016년에는 연기 인생 60주년 기념 연극 ‘언더스터디’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노(老)배우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2018년 국립극단에서 선보인 연극 ‘3월의 눈’에서는 배우 손숙과 함께 노부부로 호흡을 맞추며 감동을 전했다.

2020년 8월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연극 ‘레미제라블’ 언론 시연회에서 열연 중인 배우 오현경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고인은 “연극배우에게 은퇴는 없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해왔다. 그 말대로 뇌출혈로 쓰러지기 전까지는 무대를 떠나지 않았다. 2020년 연극 ‘레미제라블’에서는 잘 들리지 않는 귀 때문에 보청기를 착용하고 무대에 올라 연기 투혼을 펼쳤다. 2022년 대한민국예술원이 개최한 포럼 ‘매혹으로서의 연극, 네 배우의 모놀로그’에서는 “연극은 배우와 관객이 무대를 놓고 서로 감정을 교류하는 것으로 몸짓과 말로 하는 예술”이라는 연기 지론을 펼치기도 했다.

무대에 서지 않을 때에도 늘 연극계를 생각해왔다. 3년간 1억원 이상의 사재를 털어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무료배우 재교육연구소 ‘송백당’을 운영하며 후배들을 양성하기도 했다. 2017년 ‘제4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고인은 “이번 상은 나뿐만 아니라 연극을 하는 수많은 후배들에게 격려가 될 것이다. 후배들이 잘 버티고 나아갔으면 좋겠다”며 연극계 후배들을 위한 소감을 밝혀 현장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1985년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1992년 KBS 연기대상 대상, 2008년 서울연극제 남자연기상, 2009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남자연기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2013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에 선출됐다.

2017년 세상을 떠난 배우 윤소정이 아내다. 아내 윤소정과의 사이에 배우인 딸 오지혜, 아들 오세호 씨를 뒀다. 빈소는 연세대학교 신촌장례식장 12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5일이며 장지는 천안공원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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