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파란 물빛에 가슴이 울렁 여기가 바로 '울릉천국'

국토 동쪽의 끝 울릉도·독도를 가다
  • 등록 2012-11-20 오전 10:27:32

    수정 2012-11-20 오후 2:08:28

[울릉도·독도=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배가 떠나갔다. 높은 파도에 다음 배는 잘하면 이틀 뒤에나 들어온다고 한다. 그리고 ‘진짜’ 울릉도 여행이 시작됐다.

나리분지를 빼면 평지다운 평지가 없는 섬 울릉도. 택시도, 승용차도 4륜구동 SUV가 기본이다.

풍랑주의보에 비까지 내려 안개가 자욱한 둘레길. 특히나 울릉도 동북쪽에 있는 내수전에서 석포까지의 코스는 옛길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울릉도 일주도로가 막혀 있는 그 지점이기도 하다.

비오는 내수전전망대~석포 둘레길. 백년도 더 된 옛길 주변에 원시림이 멋스럽게 자리한다. 김재은 기자
폭풍우에 출항이 어려우면 울릉도 섬 북쪽에 있는 천부와 석포 사람들이 이 길을 지나 저동으로 왔다고 한다. 배를 놓친 우리도 우비를 걸쳐입고 나섰다. 원시림이 빽빽이 들어선 오솔길을 따라 낙엽을 밟으며 걷는다. 노래가 절로 나온다. 곳곳에 너도밤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는 물론 천 년을 산다는 주목과 비슷한 회솔나무도 서로 어우러져 있다. 볕이 잘 들지 않는 북면에는 일색고사리, 고비 등 양치식물들이 사이좋게 자리한다.

좀 걸었더니 배가 고프다. 울릉도 토박이 문화해설사의 추천으로 산채비빔밥을 먹으러 왔다. 사실 전국 산자락 어디든 산채비빔밥을 팔기 때문에 별 기대가 없었다.

그러나 이건 별세계다. 도라지, 고비, 부지깽이 갖가지 나물은 어쩜 이렇게 부드럽고, 곁들여 먹는 명이김치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주인장 추천에 시킨 삼나물 무침은 새콤달콤 혀를 자극하고, 뼈를 붙이는 데 효능이 있는 마가목주 한 잔 곁들이니 여기가 천국이다. ‘울릉천국’

오늘은 울릉도 서북쪽 태하 관광 모노레일을 타보려 했는데, 거센 강풍에 다리 품을 더 팔아야 했다. 30분 정도 올랐을까. 한국의 10대 비경으로 꼽힌 울릉 대풍감이 눈앞에 펼쳐진다. 대풍은 바람을 기다리는 언덕이라는 뜻으로 푸른 물빛과 검은 바위들이 밀고 당기며 어우러져 있다. 반대편 북면을 향해 이어지는 기암절벽과 해안선에 감탄하다 살포시 카메라에 담아본다.
대풍감 북면을 따라 자리한 기암절벽과 해안선이 감탄을 자아낸다. 김재은 기자
천연기념물 49호로 지정된 대풍감향나무 군락지. 김재은 기자
조소를 전공하고, 프랑스에서 수년간 유학까지 마친 예술가가 문화해설사로 울릉도에 다시 자리 잡은 까닭이 궁금했다. “해외에서 살아볼까 하고 알래스카도 가보고, 스위스도 가보고 여러 군데 다녔지요.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울릉도만 한 곳이 없더라고요.”

250만년 전 화산활동으로 생긴 섬 울릉도. 며칠째 배가 뜨지 않으면서 한편으로는 불안감이, 다른 한편으로는 묘한 설렘이 교차했다.

울릉도에서 갈대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 동쪽 끝자락 관음도도 필수코스다. 지난 8월에야 섬과 연결되는 다리가 생겼다. 가파른 나무계단을 숨이 턱에 찰 때까지 오르면 후박나무들이 관음도 입성을 반겨준다. 오솔길을 따라 조금 더 걷다 보면 누런 갈대밭이 바람에 이랑이고, 오른쪽에는 죽도가 왼쪽에는 삼선암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관음도 갈대밭. 김재은 기자
울릉군청 뒤쪽의 옛길을 올라 도동등대에 오른다. 나폴리보다 더 아름다운 항구 ‘저동항’을 놓칠 수 없는 탓이다. 저 멀리 북저바위가 보이고, 저동항 앞에는 촛대바위가 서 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도동등대에서 저동마을로 내려온다. 군데군데 비경에 감탄사가 끊이질 않는다. 셔터를 누르는 손도 덩달아 바빠진다.

도동등대길에 바라본 저동항 풍경. 바다 가운데 북저바위와 저동항 인근 춧대바위가 또렷이 보인다. 김재은 기자
독도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늘어난다고 한다. 올해 벌써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은 37만명을 넘어섰다. 울릉도 사람들은 울릉도와 독도를 모자(母子)섬이라고 부른다. 명색이 ‘독도연수’였던 만큼 동도 경비대가 있는 곳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헬기장에서 바라본 서도는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하다. 침식작용으로 생긴 천장굴과 천연기념물인 사철나무를 보며 자연의 섭리를 깨닫는다. ‘한국령’이라고 또렷이 새겨진 바위와 초소를 지키는 경찰들. 삽살개 한 마리가 답답한 듯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내겐 낯선 풍경이지만, 그들에게는 일상의 ‘독도’인가 보다.

울릉도를 왔다고 다 독도 땅을 밟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날씨에 따라 못 갈 수도 있고, 통상 접안시설 인근에서 20여 분간 머물 수 있다.

독도 동도 헬기장서 바라본 서도 전경. 김재은 기자
“울릉도에 왔다가 예정대로 나가는 분들은 착하게 살지 않은 거래요. 착한 분들은 울릉도가 더 구경하고 가라고 붙잡는답니다.” 착한 일을 많이 하진 않았는데 어찌 됐건 난 예정된 일정보다 2배 더 머물렀다. 그래도 성인봉을 못 올랐다. 아쉬움이 있어야 다시 찾을 것 같아 아껴두었다면 핑계일까. 울릉도는 사흘만 머물면 사흘 정도의 볼거리를, 열흘이면 열흘간의 볼거리를 본다고 했다. 정말 그랬다.

울릉도에 들어온 지 엿새째 되던 날 간신히 묵호항 배에 몸을 실었다. 다음번에는 꼭 비행기를 타고 울릉도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

현재 울릉공항은 사업 타당성 검토단계로 사동항에 경비행기가 들고 날 수 있는 비행장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먹을거리=산채비빔밥 외에도 울릉도는 미식여행지로 손색없다. 오징어 내장탕, 자연산 홍합밥, 울릉 약소, 따개비 칼국수, 더덕, 명이나물도 빼놓을 수 없다. 오징어회는 날씨가 안 좋아 첫날 잠시 맛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피데기로 불리는 반건조 오징어는 짜지 않고 씹을수록 고소함이 묻어난다.

볼거리=봉래폭포, 죽도, 저동항과 촛대바위, 관음도, 나리분지, 천부항, 대풍감, 행남 해안산책로, 통구미마을과 거북바위, 성인봉, 신령수 길 등 가는 곳마다 볼거리는 그야말로 널려 있다. 제주도보다 100만년 먼저 형성된 울릉도는 유네스코 지정 지질공원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가는 길=서울에서 KTX를 타고 신경주 역에 내려 포항행 리무진을 탄다. 포항에서 배를 타고 3~4시간을 더 가야 울릉도 도동항에 닿는다. 동해 묵호항으로 가 배를 타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6~7시간은 족히 잡아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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