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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이번 방문에서도 비건 부장관은 코로나19 방역 대책으로 해당 음식점을 방문하기 어려워지자 아예 해당 주방장을 숙소인 주한 미국대사관으로 부르며 ‘닭 한 마리’ 사랑을 이어나갔습니다.
다만, 해리 해리슨 미국 대사,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 미군사령관 등과 함께 하려고 했던 방한 첫날 만찬은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검사 일정이 생기면서 결국 무산되고 말았는데요.
비건 부장관 동행단에 대한 코로나19 검사결과가 모두 ‘음성’이 나올 때까지 경기도 오산기지에서 머물러 있어야 했던 탓에 비건 부장관이 서울로 들어온 시점은 7일 자정 무렵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비건 부장관은 야참으로 닭 한 마리를 먹었냐니, 9일 한국에서의 마지막 오찬도 닭 한 마리였냐니 언론의 관심은 뜨거웠습니다만…
사실 비건 부장관이 닭 한 마리를 먹었냐, 아니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겠죠. 그보다는 이번 비건 부장관의 방문은 코로나19 시대 대면 외교란 무엇인가를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비건 부장관은 당초 미국에서의 코로나19 검사 음성 결과를 근거로 한국에서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을 계획이었습니다. 다만 어찌된 연유인지, 오산기지에 도착한 후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됐는데요 그 연유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는 입을 꾹 닫고 있지만, 아무래도 한국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요청했고 이것을 비건 부장관이 받아들였다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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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우, 마이크까지 사용해 2미터 거리를 지켰다고 합니다. 회장에서는 5미티 길이의 테이블을 놓는 형식으로 물리적 거리를 지켰고요. 또 통상 비건 대표가 해당 주무관청에 직접 이동하는 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일본 외무성 이이쿠라 공관에 일본정부 인사가 방문하는 형식으로 이뤄졌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비건 대표가 외교부와 국가정보원, 청와대를 각각 방문한 형식으로 이뤄졌는데요. 사실 차관격인 비건 부장관이 예방대상을 직접 방문하는 것이 통상적인 외교 관례인 만큼, 이보다 급(級)이 높은 고노 다로 방위상 등이 직접 외무성에 방문해 회담을 나누는 것은 코로나19 시대인 만큼 나올 수 있었던 이색적 외교풍경이기도 하지요.
일본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회장은 각 회담마다 소독하고, 식사는 직원이 직접 전달하지 않고 사전에 테이블에 올려놓은 채로 뚜껑을 덮어 보온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비건 부장관의 방한에 앞서 6일 사르도르 우무르자코프 우즈베키스탄 투자·대외협력 부총리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산부 장관 등과 만나는 등 이미 고위급 대면 외교가 시작됐지만, 일본에서는 비건 부장관이 코로나19로 입국을 금지한 나라에서 고위급 인사가 온 것은 처음이었던 만큼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고민이 컸다는 후문입니다.
우리나라는 10일에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외교장관이 방한해 강 장관과 회담을 가졌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첫 외교장관 방한에다 UAE로서도 외교장관의 첫 해외 출장 일정이 한국이었던 셈인데요, 이와 관련 외교부 관계자는 “상대방의 외교적 중요성을 감안한 선택”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지요.
코로나19는 아직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그동안 화상회의로만 이뤄지던 외교활동은 서서히 오프라인으로 움직이는 모양새입니다. 코로나19가 첫 발견되고 약 반년간 달라진 우리의 삶처럼 국제 정세 역시 만만치 않게 변화했는데요.
모기 외무상 역시 10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후 60여개국 외무장관들과 전화·화상 회의를 했지만 오늘은 20분 예정이었던 회담이 1시간이 넘게 진행되는 등 깊은 논의가 진행됐다”면서 “대면으로 하는 것이 솔직히 좋았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