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이그는 참아야 했을까, "덤벼" 범가너의 '도'넘은 조롱

  • 등록 2014-09-24 오후 4:07:50

    수정 2014-09-25 오후 4:14:13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두 구단 모두에게 의미 있는 하루였다.

24일(한국시간) 다저스는 홈에서 벌어진 샌프란시스코와 3연전 2차전을 잭 그레인키(30·다저스)의 눈부신 호투(8이닝 6피안타 1피홈런 2실점 무볼넷 5탈삼진 등) 속에 4-2로 이겼다.

16승(8패)째를 거둔 그레인키는 3회초 상대투수 매디슨 범가너(25·자이언츠)에게 허용한 불의의 투런홈런을 제외하고 거의 완벽에 가까운 피칭으로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진정한 에이스란 이런 것’ 그레인키의 진가

그레인키는 앞서 운명을 건 자이언츠와 원정경기에서도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는 데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류현진(27·LA다저스)이 왼쪽 어깨통증을 호소하며 와르르 무너진 그날까지 자이언츠는 16경기 13승에다 홈 10연승을 자랑하던 무시무시한 기세를 뽐냈다.

야구경기가 분위기와 흐름의 싸움이라고 볼 때 누군가 이 엄청난 모멘텀(승리의 기운)을 꺾지 못하면 안 될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해준 게 다름 아닌 그레인키였다. 돌이켜보면 14일 원정경기에서 그레인키가 ‘6이닝 4피안타 무실점’의 완벽투로 샌프란시스코의 기를 누르지 않았다면 상황은 또 어떻게 바뀌었을지 아무도 몰랐다.

그만큼 중요했던 경기를 그레인키가 해줬고 이날 또 직접 지구우승의 쐐기를 박는 호투로 지난 4년 3번째 사이영상이 유력한 클레이튼 커쇼(26·LA다저스) 못지않은 팀 공헌도를 공인받게 됐다.

매디슨 범가너가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이로써 다저스는 잔여 4경기를 남겨두고 90승(68패) 고지를 밟으며 매직넘버를 ‘1’로 줄였다. 25일 커쇼를 앞세워 홈에서 우승 헹가래를 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경기를 남기고 최근 10경기 3승7패로 축 처진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2위 샌프란시스코에 4.5게임을 앞섰지만 자이언츠가 5경기를 치러야 돼 수치상으로만 아직 확정이 아닌 것이다.

85승72패의 샌프란시스코가 5경기를 모두 쓸어 담고 다저스가 4경기를 전패할 경우 동률이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워 이날 경기로 다저스가 2년 연속 지구우승을 확정했다고 봐도 무방해졌다.

비록 졌지만 자이언츠도 소득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같은 날 NL 와일드카드(WC)를 다투던 밀워키 브루어스가 신시내티 레즈에 1-3으로 덜미를 잡혀 포스트시즌(PS) 진출의 꿈이 사실상 좌절되고 말았다.

자이언츠는 밀워키(80승77패)에 5게임이 앞서 1승만 더 거두면 WC 티켓 2장 중 한 장을 거머쥐게 된다.

범가너의 고함, 푸이그 발끈할 만 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결과 그 이상으로 주목받는 재미난 장면이 하나 연출됐다. 갑오개혁이 있기 4년 전인 1890년을 전후해 생긴 까마득한 과거 뉴욕 시절부터 무려 124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는 라이벌 다저스와 자이언츠 팬들을 흥분케 한 푸이그와 범가너의 재충돌이다.

바로 라이벌 간 ‘희대의 앙숙’ 계보를 잇고 있는 푸이그와 범가너의 신경전에 이은 벤치 클리어링이다.

사건은 1회말에 일어났다. 1회 첫 타석에 선 푸이그가 투 스트라이크 이후 범가너의 슬라이더 승부구에 다리를 맞았다. 크게 걱정할 위협구는 아니었으나 투구를 피해 쓰러졌던 푸이그가 천천히 범가너 쪽으로 몸을 돌려 일어나려는 찰나 둘은 또 발끈했다.

범가너가 먼저 푸이그 쪽으로 뭔가를 소리치자 푸이그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헬멧을 벗어 던지고는 범가너를 향해 손동작을 취하며 맞받아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에 질세라 범가너는 글러브를 내동댕이치고는 고함을 쳤는데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이 지역의 유력 일간지인 ‘산호세 머큐리 뉴스’에 따르면 그 내용이 “덤벼, 한판 해보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경기 뒤 범가너는 ‘ESPN’을 통해 “푸이그가 거기 앉아서 나를 노려보고 있길래 내가 먼저 뭔가를 얘기했던 것 같다”고 시인하면서 “미래에 우리가 친해질 수 있음직하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화해할 뜻이 전혀 없음을 못 박기도 했다.

푸이그와 범가너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이번 시리즈 전까지 고작 20차례밖에 만나지 않은 풋내기들이나 다름없지만 둘이 경기마다 연출하고 있는 긴장감은 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기 충분하다.

지난 5월10일 경기가 절정이었다. 푸이그가 범가너로부터 홈런을 뺏어내고 방망이를 살짝 집어던지는 행동에 이어 마치 감상하듯 천천히 베이스를 돌아 홈플레이트로 다가오자 기다리고 있던 범가너는 근처에서 뭔가를 꾸짖었고 이내 험악한 상황으로 전개됐다.

다행히 포수 버스터 포지(27·자이언츠)가 말려 큰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으나 돈 매팅리(53) 다저스 감독의 퇴장을 불렀던 이 사건 이후 푸이그와 범가너는 앞으로 지켜볼 만한 새로운 앙숙관계로 팬들 사이에서 정립됐다. 둘은 124년의 다저스-자이언츠 라이벌관계에 편승해 언론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범가너는 별일 아니라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산호세 머큐리 뉴스’ 취재기자의 묘사대로라면 그는 그날 밤 얼굴 한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번쩍이는 눈빛으로 “그냥 푸이그를 축하해주려고 했다”며 “정말로 잘 친 한방이었다. 인상적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왜 모두들 그렇게 광분하는지 모르겠다. 아무 이유 없이 일이 빠르게 확대돼버렸다”고 짐짓 너스레를 떨었다.

이 같은 범가너의 인터뷰 내용은 해명이라기보다 뭔가 조롱하는 듯한 뉘앙스가 묻어있다.

“화해는 없다” 푸이그와 범가너의 미래는..

뿐만 아니다. 이런 사건이 있었는데도 그 뒤 푸이그는 참 순진하게도 지난 올스타전에서 한 팀으로 뛰었던 범가너의 사인을 요청했던 일이 탄로(?) 나 샌프란시스코 언론에마저 자존심도 없냐는 식의 조롱(?)을 받아야 했다.

2014년 올스타전이 열렸던 타겟 필드(미네소타 트윈스 홈구장) 측은 다분히 공개적으로 숙명의 앙숙인 다저스 올스타와 샌프란시스코 올스타의 라커를 클럽하우스 양쪽 끝에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시엘 푸이그가 베이스를 짚고 일어서려 하고 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그렇게 제법 먼 거리가 벌어졌음에도 푸이그가 굳이 껄끄러운 범가너의 사인을 받기 위해 클러비(선수들의 장비를 챙겨주고 세탁과 잔심부름을 도맡는 10여명의 클럽하우스 직원)의 손에 자신의 저지를 들려 보내는 광경이 포착된 것이다.

둘 간의 스토리를 잘 아는 기자들에게는 꽤나 솔깃한 장면이었다.

어쨌든 범가너는 클러비가 손에 든 푸이그의 저지에 사인을 해줬는데 왜 그랬냐고 묻자 “그가 내게 요구했다”며 퉁명스럽게 답했다.

푸이그에게도 다가가 이유를 물었더니 푸이그는 “올스타전에 나온 팀 동료 모두의 사인을 모으고 있다”고 에둘렀다.

화해의 제스처로도 비춰졌던 순간이었으나 둘은 두 달을 못 버티고 또 경기장에서 일촉즉발의 몸싸움을 벌일 뻔했다.

이런 에피소드가 하나둘씩 쌓여가면서 상황은 점점 더 흥미롭게 돌아가고 있다.

이제 20대 초반인 둘의 대결은 앞으로 셀 수 없이 많이 남았다는 점에서 ‘푸이그 vs 범가너’ 대결구도는 다저스-자이언츠 라이벌전의 새로운 백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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