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배우의 득세와 아이돌의 성공적인 활용법

  • 등록 2014-02-25 오후 6:54:49

    수정 2014-02-25 오후 6:54:49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제공] 지금 안방극장에서 가장 뜨거운 여배우는 단연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33)이다. 10대에 안방극장에 데뷔해 단숨에 스타덤에 오르는데 성공한 뒤 만 스무 살 때 출연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무비스타’로 자리 잡은 그는 20대에 이미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그는 당시 완벽한 여배우는 아니었다. 그를 관통하는 가장 굵은 키워드는 ‘섹시’였고 그래서 남자가 그를 소비하는 코드는 딱 한 가지였으며 여자들은 그래서 겉으로는 ‘워너 비’의 따라 하고 싶은 여배우로 생각하면서도 내심 비호감으로 분류했었다.

하지만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를 그려내는 전지현은 다르다. 아직도 부족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자신의 체질에 잘 맞는 캐릭터를 만나 ‘엽기녀’에 비해 훨씬 자연스럽고 충분히 매력적인 연기를 펼친다. 여고생 복장을 한다거나 과한 애교를 떨 때는 낯간지럽기도 하지만 그것마저도 여배우의 망가짐을 불사한 혼신의 연기라고 곱게 봐주는 시선이 압도적이다.

MBC ‘기황후’가 역사왜곡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25%대의 압도적인 시청률로 지난 4개월간 월화극 부동의 선두를 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누가 뭐래도 하지원(36)의 힘이 절대적이다. ‘한국의 안젤리나 졸리’로 불리며 영화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펼친 하지원은 최근 영화 ‘조선미녀 삼총사’를 통해 이제 스크린의 액션여왕으로서는 다소 늙었다는 인상을 주긴 했지만 안방극장에서는 아직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실제 나이보다 아직은 어린 기승냥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물론 그의 최고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시크릿 가든’ 역시 30대 때의 작품이다.

KBS2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후속 ‘참 좋은 시절’은 시작부터 30%의 폭발적인 시청률로 질주하고 있는데 그 비결은 언론의 분석대로 ‘착한 대본’에 있는 게 맞지만 여주인공 김희선(37)의 기용이 최소한 미스캐스팅은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언제나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는 김희선이지만 이번 작품에서의 어색한 사투리 연기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오랜만에 야단맞지 않는 작품 혹은 캐릭터를 만났다.

지난 24일 종영된 SBS ‘따뜻한 말 한 마디’의 여주인공은 한혜진(33)과 김지수(42)였다. KBS2 새 월화드라마 ‘태양은 가득히’에는 한지혜(30)가, 내달 3일 새로 방송되는 SBS 새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에는 이보영(35)이, 오는 27일부터 새로 방송되는 MBC 새 수목드라마 ‘앙큼한 돌싱녀’에는 이민정(32)이 출연한다. 모두 30대 이상의 나이다.

그 어떤 작품도 대적하기 힘든 ‘별에서 온 그대’와 나름대로 훌륭한 선전을 펼치는 KBS2 ‘감격시대 : 투신의 탄생’의 원톱 주인공은 아이돌그룹 SS501 출신의 김현중(28)이다. ‘태양은 가득히’의 남자 주인공은 GOD 출신의 윤계상(28)이고 ‘참 좋은 시절’에는 2PM의 옥택연(26)이 출연 중이다.

KBS2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의 제왕’ 코너는 아이돌의 터무니없이 부족한 연기력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얼마나 떨어뜨리는지 비꼬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지상 최대의 목표인 제작진으로서는 고정 팬을 거느린 아이돌이 가진 일정한 시청률 보장의 유혹을 떨치긴 힘들다.

요즘 안방극장은 30대 이상의 여배우들의 전성기다. 고 최진실부터 채시라 이영애 김희애 고현정 김지호 김희선 등이 20대 때 안방극장을 장악했던 양상과 사뭇 다르다.

이는 작가 등 제작진이 예전에 비해 주인공의 연령층을 높인 이유가 크기도 하고 그만큼 요즘 여배우들이 나이에 비해 동안인 배경도 한 몫 한다. 그 바탕에는 시청자의 수준이 높아진 원인제공도 존재한다.

시청자는 아무리 작품의 내용이 뛰어나다 할지라도 주인공의 연기가 부족하면 채널을 돌린다. 작품의 완성도에서 주인공의 연기력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본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주인공의 연기가 어색하면 시청자의 몰입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예전처럼 시청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가 나온다고 무조건 채널을 고정하지 않는다는 게 배경이다.

10~20년 전에 비해 요즘 결혼적령기가 현저하게 늦어지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연령대의 체감온도가 많이 달라졌다. 즉 20대가 인생에서 가장 젊고 활동적인 황금기라고 생각했던 사고가 달라져 그 연령대가 30대 혹은 40대로 늦춰진 것이다.

예전에는 예쁘면 됐다. 연기학원을 제대로 다닌 것도, 아이돌처럼 연습생 시절을 거친 것도 아닌 여대생 고소영이 첫 작품부터 파격적으로 여주인공 자리를 꿰찼던 것은 그녀의 개성 강한 미모 때문이었다. 이병헌 장동건 정우성 김지호 등도 모두 그랬다.

하지만 요즘의 시청자들은 확연하게 달라졌다. 시청자들이 KBS2 ‘예쁜 남자’의 장근석과 ‘총리와 나’의 윤아에게 연속해서 등을 돌린 게 그 증거다. 주인공의 뛰어난 외모는 당연하고 그의 연기력은 필수며 완성도는 작품의 원동력인 엔진이다. 제작진이 이런 계산을 애당초 캐스팅에 적용하지 않을 리 없다.

이런 계산서 안에서 아이돌은 계륵이자 양날의 칼이다. 전적으로 시청률을 고려해 아이돌을 캐스팅하지만 그 선택이 오히려 해가 돼 돌아올 수 있기도 하다는 것.

20대 여배우의 입지가 좁아진 것과 아이돌의 드라마 진출은 얼핏 달라 보이지만 드라마 제작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첫째 목표가 시청률이라는 기준에 비춰볼 때 일맥상통한다.

여주인공은 드라마의 꽃이므로 가능하면 외모와 연기력이 완벽한 여배우를 캐스팅하는 게 완벽한 전략인데 요즘 시대의 흐름과 시청자의 수준에 맞춰 예쁘기만 하고 연기력이 어설픈 20대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내용은 공감대 형성과 흡입력 면에서 취약할 수 있고 설령 내용이 좋다고 하더라도 그 스토리를 완벽하게 이끌어갈 만한 연기력을 갖춘 여배우가 흔치 않다는 현실 속에서 작가 등 제작진은 검증된 인기와 안정된 연기력을 갖춘 30대 초중반의 여배우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드라마 선택권은 여자에게 있다. 예전에는 30~40대 주부들이 많이 봤지만 요즘은 10~20대 여자 시청자를 절대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경제사정으로 별도의 취미생활을 즐기기 어려운 남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남자 시청자도 급증했다. 따라서 아이돌을 캐스팅하는 것은 ‘오빠부대’나 ‘삼촌팬’를 손쉽게 끌어들이는 지름길이고 제작진이 이를 간과할 리 없다.

연예인의 연애나 결혼에 대한 팬들의 시선과 반응이 달라진 이유도 있다. 예전에 연예인 특히 여자들의 결혼은 연예활동의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연예인은 열애나 결혼이 알려지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지금의 대중은 연예인의 연애나 결혼에 대해 ‘쿨’하다. 그래서 한가인이 일찍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처녀 때보다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고 이요원이 유부녀가 된 뒤 더욱 성장할 수 있었으며 이혼한 싱글맘 장신영의 활동과 연애에 대중이 긍정적인 것이다.

한국 연예계 역사상 20대 여배우들이 가장 부진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요즘 단연 돋보이는 20대 여배우이자 아이돌 출신인 스타는 수지다. 아이돌의 가장 효과적이고 성공적인 성공사례가 이승기와 수지라면 고진감래의 케이스는 김현중이다.

수지가 속한 미쓰에이는 사실 지금처럼 성공하리라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아이돌이었다. 그들이 같은 소속사 선배인 원더걸스를 훨씬 능가할 정도로 성장해 소속사의 효녀가 되리라고는 팬들조차 기대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서서히 시동을 걸며 차근차근 계단을 밟았던 미쓰에이는 드디어 정상에 올랐고 그 시점은 수지가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국민 첫사랑’으로 등극한 때와 맞물렸다. 그리고 수지는 별도로 MBC ‘구가의 서’로 안방극장까지 점령하며 가장 성공한 아이돌 출신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수지의 연기력은 사실 연기력이라는 표현마저 낯 뜨거울 정도로 아직은 형편없다. 하지만 ‘구가의 서’를 통해 수지는 연기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몰매를 맞은 적이 거의 없다. 일각의 지적은 있었지만 이는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삼촌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 속에 쉽게 묻혔고 여자스타에게 흔히 있는 여자 안티세력마저도 그에게는 별로 없는 듯 비난보다는 긍정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는 김희선 전지현의 20대 때의 전성기와 사뭇 다른 양상이다.

그 이유는 김희선과 전지현에서 대중이 읽는 이미지가 오로지 미모와 섹시였지만 수지는 순수라는 차이점에 있다.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수지가 20대 때의 전지현이나 김희선의 미모를 능가한다고 감히 단언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는 운 좋게도 ‘국민 첫사랑’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고, 과하게 예쁘기만 할 뿐 연기력이 현저하게 뒤떨어져 뭘 해도 안티세력의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20대의 김희선 전지현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의 푸근한 이해심을 유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가수로서 아이돌 그룹과는 다른 정통 발라드의 노선을 걷긴 했지만 이승기는 10대에 가수로 데뷔해 성공한 뒤 20대가 돼 ‘1박2일’을 통해 예능돌로 활약하며 배우로서 시동을 건 뒤 현재 안방극장의 남자주인공으로서 흠잡을 데 없이 성장한 대표적인 아이돌로 거론하기 충분하다. 그 역시 ‘국민 남동생’이라는 호칭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이들과 똑같이 10대에 데뷔해 단숨에 스타덤에 올라선 김희선이나 전지현은 그 어느 때도 ‘국민 여동생’이나 ‘국민 첫사랑’이란 호칭을 들어본 바 없이 오로지 예쁘다거나 섹시하다는 평가로 일관되게 달려왔다.

솔로가수로 정상을 달리며 최소한 가수로서 만큼은 수지보다 한 단계 상위권에 위치한 아이유는 배우로서는 아직 저평가되고 있다. 이는 아직 그가 예쁘다는 평가보다는 귀엽다는 이미지로 대중에게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 역시 ‘국민 여동생’ 이미지로 대중에게 통했지만 20대가 돼 ‘분홍신’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도 섹시하기 보다는 여전히 귀엽고 가창력에 비해 연기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감격시대’는 굉장히 스케일이 큰 작품이고 그만큼 등장인물이 많다. 이 작품이 ‘별에서 온 그대’와 맞붙어 불이익을 당하는 와중에도 선전할 수 있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심에 연기력이 일취월장한 김현중의 성장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아이돌 출신의 배우인 김현중은 그 잘난 외모가 부끄러울 만큼 형편없는 연기력으로 그동안의 드라마를 통해 굴욕을 당해왔다. 그는 자신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도시정벌’이 편성되지 못함에 따라 제작이 무산되는 치욕까지 겪는 가운데 연기력을 갈고 닦아 이제야 배우로 인정받고 있다.

‘태양은 가득히’는 ‘애국가 시청률’이라는 굴욕적인 성적표를 받아 쥐고 있는데 그 배경에 윤계상 한지혜의 캐스팅이 관련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GOD는 정상이었지만 배우 윤계상은 아직 주인공으로서는 부족한 게 많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옥택연은 ‘신데렐라 언니’나 이번의 ‘참 좋은 시절’처럼 주조연을 선택한다. 이는 충분한 경험과 학습을 통해 단계적으로 확실한 자기위치를 찾겠다는 의도고 그 배경은 냉철한 주제파악이다.

드라마나 영화 제작자들은 투자유치 다음으로 어려움을 겪고 그래서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캐스팅인데 그 이유는 배우들의 운명이 작품선택에 있고 그것을 잘 아는 배우들이 출연제의를 받으면 지나치리만치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 때문이다.

만약 전지현이 ‘별에서 온 그대’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그는 그저 20대 때 배우로서 전성기를 보낸 유부녀로 끝났을 수도 있다. ‘도둑들’과 ‘베를린’ 속의 그는 멀티캐스팅의 한 부분이었을 뿐이지 그의 힘으로 이 영화의 흥행과 완성도를 이끈 것은 아니었다. 누가 뭐래도 ‘도둑들’은 최동훈 감독의 힘이 가장 컸고, ‘베를린’ 역시 류승완 감독과 더불어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등 세 배우가 선두에 나선 작품이다.

가요계는 20대 초반의 풋풋한 ‘걸’들이 주도하고, 드라마에서는 30대의 농익은 ‘언니’들이 득세다. 그리고 제작진은 아이돌을 포함한 20대의 남자 배우를 선호한다.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과 전지현같은 연상녀-연하남 커플은 현실의 반영이고 그래서 당분간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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