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일상 속으로

목포 & 강경
  • 등록 2007-01-11 오후 12:34:00

    수정 2007-01-11 오후 3:32:44

[조선일보 제공]
▲ 목포 바다에서 잡힌 생선들이 온금동 담벼락에 한 줄로 나란히 걸려 바람을 맞고 있다.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절대 못 빠져나올 것만 같은, 이리저리 멋대로 휘어진 미로, 끊임없이 나타나는 계단, 빨갛고 파란 색색 지붕…. 목포 유달산 남쪽 산비탈에 들어선 온금동과 서산동에 가면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목포문화원 조상현 사무국장에게 ‘목포에 아직까지 1960~70년대 풍경이 남아있는 동네가 어디인가’ 묻자 “온금동과 서산동을 찾아가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알록달록 빨래집게에 생선이 대롱

목포 온금동&서산동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국립목포해양대학교 방면으로 달리다가 유달산 방면을 올려다봤을 때 먼저 눈에 들어오는 동네가 바로 서산동이고 그 다음이 온금동이다. 일단 ‘유달동사무소 2청사’를 온금동 일대 추억 여행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온금동의 행정 명칭은 바로 옆 동네인 서산동까지 포함한 ‘유달동’. 동사무소 옆, 비디오 가게 뒤편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골목길 탐사가 시작된다.      
 
골목길은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면 꽉 찰 정도로 좁다. 우물터, 생뚱맞은 종려나무, 대문 위에 장식된 용머리, 빨랫줄에 걸린 생선, 부부의 이름이 나란히 새겨진 문패 등등 사진 촬영 거리가 제법 눈에 띈다.

집들은 비록 낡았지만 지붕 색깔은 화려하고 담벼락도 분홍색, 연노란색 등 감각적인 색깔의 옷을 입었다. 손바닥만한 옥상에서는 빨랫감이 바람에 흔들린다. 난삽하게 얽힌 전깃줄은 때로 혼란스럽고 때로 묘한 구도감을 보여준다. 어느새 다다른 곳은 온금동과 노적봉을 이어주는 ‘아리랑 고개’. 지금 도로 개설 공사가 한창이다. 몸을 뒤로 돌리자 목포 앞바다와 옛 조선내화 공장의 우뚝 솟은 굴뚝, 그리고 고하도가 발 아래로 보인다.

연두색 페인트로 단장한 4층짜리 동신빌라 뒤편 골목길로 들어서면 온금동 뒷산 산책로가 시작된다. 남근석과 장사바위의 능선에 서면 전망이 한결 좋다. 하루를 환하게 밝혔던 해가 이 서민 동네에 마지막으로 따스하게 내려앉았다가 고하도 뒤로 넘어가려 한다. 온금동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서산동 풍경은 노적봉 주차장에서 야경으로 감상한다. 가로등에 불이 하나 둘 들어오자 허름했던 한낮의 풍경은 온데간데 없고 그림 엽서 같은 환상의 야경으로 변신한다.

온금동 여행을 마치고는 하당 신시가지에 있는 ‘용돼야지’(061-281-1782)로 갈 것. 청산도가 고향이라는 식당 주인이 고안해 냈다는 ‘홍합삼겹살 구이’(홍합 1접시 2만원·삼겹살 1인분 6000원)를 맛 봐야 한다. 청산도 남쪽 여서도에서 해녀들이 잡은 홍합과 기름기 적은 삼겹살을 불판에서 같이 굽는데, 도톰한 삼겹살에 홍합의 맛이 배어 들어 더욱 고소하다.

>> 찾아가는 길

목포역 - 여객선터미널 - 목포수협직판매장 - 유달동사무소 2청사(061-270-3616)

동사무소나 조선내화 공장 주변에 차를 대고 걸어서 돌아다니면 된다.
 

 
 
빛바랜 간판에 추억이 방울방울
 
강경

젓갈 시장으로 유명한 충남 논산시 강경읍. 간간이 짭조름한 젓갈 냄새가 번져나는 강경읍내의 중앙초등학교 뒤로 가자. 중앙리에서 북옥리의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도로 양편에 흘러간 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직선 거리로 따지면 고작 500m. 그런데 골목길을 샅샅이 누비자면 넉넉히 반나절은 잡아야 한다.

과거 강경은 금강을 끼고 있던 덕에 전국 최고의 내륙 포구 도시로 꼽혔다. 강경읍 중앙리 일대는 1970년대까지 시장통의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이후 고속도로의 등장과 논산, 연무의 발전에 밀려 빛이 바랬다. 이것이 강경이 허름한, 그러나 이제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특별하게 빛나는 1960~70년대 풍경을 간직하게 된 사연.

이 마을에서 제일 돋보이는 촬영 대상은 족히 수십년은 돼 보이는 간판들. 문구점, 분식점, 이발소, 사진관, 전자제품 수리점 등의 간판이 유리창이나 출입문 위에 얌전히 붙어 있다.


▲ 강경에서 발견한 추억의 목욕탕 굴뚝

골목길을 걷다가 영화 ‘장군의 아들’ 등을 촬영했다는 ‘대동전기상회’ 건물 옆을 지날 때면 정말 세트장 속을 거니는 기분이다. 가전제품을 파는 주민은 “여기 와서 일제 시대 지어진 저 대동전기상회 건물을 쳐다보는 외지인들한테 1000원씩만 받아도 떼부자가 될 것”이라고 웃었다.

거리에는 기와집, 벽돌집, 양옥집, 함석지붕집, 잡풀 우거진 폐가,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적산가옥이 섞여 있다. 낮은 지붕, 파란 철대문, 창문에 덧댄 쇠창살, 담장의 낙서, 높다란 목욕탕 굴뚝 등은 30대 중반 이상 여행객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추억 속으로 깊숙이 끌어당기기에 충분하다. 마을 중앙에 솟은 이동통신 중계탑만이 지금이 첨단의 2000년대임을 말해 준다. 등록문화재인 강경북옥감리교회 뒤로 해서 옥녀봉으로 오르면 과거의 시간 속에 침잠해 있는 강경읍내 풍경뿐 아니라 멀리 논산시내, 대둔산과 계룡산 줄기까지 시야에 잡힌다. 
 
>> 찾아가는 길

천안논산 고속도로 연무 IC - 68번 지방도 - 강경읍 - 중앙초등학교
 
강경읍사무소(041-745-3007)에 차를 대고 걸어 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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