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꾸러기' 산토스가 김은선 주장 대행에게 고마워한 까닭

  • 등록 2014-07-10 오후 6:38:26

    수정 2014-07-10 오후 6:38:26

산토스의 늦잠꾸러기 골 세리머니. 사진=수원 삼성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모든 것은 김은선 캡틴(주장 대행) 덕이다!”

9일 있은 울산전에서 1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치며 ‘맨오브매치(MOM)’에 선정된 브라질 특급 산토스. 그러나 그가 경기 후 가장 고마워 한 것은 자신의 크로스를 멋진 헤딩골로 연결한 브라질 동료 로저도, 본인의 골을 어시스트해준 서정진도 아니었다. 바로 주장 대행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 김은선이었다. 무슨 사연이었을까.

사연은 이렇다. 수원삼성 선수단은 야간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아침에 다 함께 모여 클럽하우스 주변을 산책하며 컨디션을 조절하고 함께 대화를 나누며 시합을 대비하는 것이 정해진 스케쥴이다. 하지만 울산전을 앞둔 9일의 아침 산책에는 산토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평소 지각을 하는 일이 한 번도 없는 선수이기에 선수들이 의아해하며 산토스를 찾고 있을 때 클럽하우스에서 헐레벌떡 뛰어오는 선수의 모습이 보였다. 바로 산토스였다.

지각의 원흉(?)은 바로 늦잠. 그러나 거기에는 사연이 있었다. 산토스는 이 날 새벽에 벌어진 조국 브라질 대표팀의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다 그만 늦잠을 잤다. 눈을 떠서 시계를 보니 이미 아침 산책 시간을 넘겨 버렸던 것.

원칙대로라면 주장이 선수단 규정에 따라 벌금을 부과해야 하지만 자초지종을 들은 김은선 주장대행은 고민했다. 특히 산토스가 평소에 성실한데다 밤을 새며 본 월드컵 경기가 하필 브라질이 1-7 대패를 당한 경기라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에 측은지심도 작용했다.

결국 김은선 주장 대행은 벌금 대신 산토스와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지각에 대한 벌금은 매기지 않는 대신 산토스에게 울산과의 경기에서 반드시 골을 넣으라고 한 것이었다.

벌금은 간신히 면했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김은선 주장대행과의 약속이었다. 산토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비장한 각오로 경기에 임했고 그라운드에서 약속을 120% 지켜냈다. 전반 21분에는 로저의 선취골을 어시스트했고, 25분에는 본인이 직접 골을 터뜨렸다.

골을 넣은 산토스는 벤치 앞으로 달려가 침대에서 자다가 시계를 보고 깜짝 놀라서 일어나는 ‘늦잠꾸러기 세레모니’ 로 자신의 지각소동을 유쾌하게 웃음으로 승화했다.

겹경사로 산토스에게 골을 넣으라고 엄명(?)한 김은선 주장대행까지 빅버드 데뷔골을 넣으면서 이 날 경기는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경기를 마친 산토스는 믹스드존에서 “오늘 골을 넣은 것은 모두 김은선 캡틴 덕이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 더욱 열심히 뛰었고 약속을 지키게 되어 기쁘다. 다만 앞으로는 늦잠 자지 않고도 골을 넣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넉살 좋은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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