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의 채권프리즘)"뚱뚱한 꼬리와 쏠림"

  • 등록 2001-08-22 오후 12:20:50

    수정 2001-08-22 오후 12:20:50

[edaily] edaily는 채권시장에서 분석가로 신뢰받고 있는 김경록 미래에셋투신운용 대표의 칼럼을 22일부터 정기적으로 연재합니다. 김 대표의 칼럼은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고민과 매매 전략, 경제 상황과 금리와의 관계 등에 대한 독특한 고찰을 담고 있어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들에도 경제 현상을 판단하는데 훌륭한 참고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편집자) 시장은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는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가격변수가 생각보다 한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움직인다는 것과, 종종 시장은 무방비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전자는 금리나 주가가 그만 떨어질 때가 되었는데 하는 생각보다 훨씬 오랫동안 계속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금융가격 변수의 특징(뚱뚱한 꼬리를 가지는 분포)을 말하는 것이며, 후자는 단기적으로 시장 참가자들의 행동이 한쪽으로 몰리면서 발생하는 현상(쏠림 현상)을 뜻한다. 현재의 시장상황도 이 두 가지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다. 금리는 생각보다 오래 그리고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시장 참가자들은 금리가 오르면 매수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 두 달 정도 되며, 국고채 3년 금리가 6%일 때부터 애널리스트들이 금리가 더 하락하면 매도할 것을 권유한 것도 두 달 정도 지속되었다. 이제는 금리가 4%대에 접어들었는데도 채권을 매도하라는 애널리스트들의 권고는 오히려 사라지고 있다. 경제사학자인 갤브레이드에 따르면 금융도취(financial euphoria)의 막바지에는 주가가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시장을 이미 떠나버린 상태이며, 몇몇 남은 사람들도 주가의 하락 경고를 하면 비난과 비웃음을 당하게 된다고 하였다. 현재 우리나라 채권시장의 위치는 펀더멘탈을 통해서 판단할 수 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동의 하듯이 최소 3개월 정도는 펀더멘탈이 개선되기는 어렵다. 그 이후도 회복이 불투명하므로 현재로서는 downside risk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 10년의 호황을 알아 맞히지 못했듯이 지금 진행되고 있는 불황의 깊이와 지속성도 예측하기 힘들 것이다. 1929년 공황도 초반에 사람들은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적절한 조정은 향후 상승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설령 미국경제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경제가 곧바로 이를 따른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미국이 계속적인 금리 인하로 경기가 회복된다면 소비재 위주로 경기가 회복되는데, 이러면 IT산업의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경기가 미국 경기 회복에 뒤이어 곧바로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금리 역시 뚱뚱한 꼬리에서 쉽게 벗어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이를 형성하고 있는 기반은 2001년 상반기와는 달라지고 있다. 첫째, 저금리가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금리인하의 rush가 거의 끝점에 왔기 때문에 공격적인 포지션을 가지고 얻을 수 있는 이익(payoff)이 크게 줄었다. 미국은 연준금리를 최대 0.75%p 인하하여 3.0%까지 내릴 수도 있을 것이나, 이것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해당한다. 그렇지 않다면 시장에서 기대하고 있는 0.5%p정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저금리정책을 공격적으로 행하기 어렵다. 물론 당국은 경기부양은 저금리 정책으로, 구조조정은 재정으로 하는 현재의 기조를 쉽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저금리 정책의 효과에 대한 비판이 계속 제기될 것이며, 주식시장 등으로 자금이 이전되지 않고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게 된다면 추가적인 금리인하는 부담이 될 것이다. 그리고 경기가 추가적으로 악화되면 재정지출에 대한 압력이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둘째, 경기침체의 깊이와 기간이 심화되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게 된다. 최근에 달러가 강세가 되었다가 곧바로 약세로 돌아선 것이 하나의 예다. 그리고 기업의 수익성이 얼마나 더 악화될지, 기업의 자금사정이 양호할 지도 의문이다. 우리나라는 수출이 급감하면서 무역수지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셋째, 뚱뚱한 꼬리의 막바지에서 전환될 시점에서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커진다. 아래 그림은 우리가 균형금리라고 보는 경상성장률과 명목금리의 차이의 분포를 그린 것이다. 경기가 하락하는 시점에서는 명목금리가 경상성장률보다 낮으나, 경기침체가 가시화된 현 시점에서는 그 차이가 크지 않다. 만일 펀더멘탈이 좋아진다는 신호들이 나오면 균형금리와 시장금리의 차이는 A의 영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것은 가시적인 회복신호가 나올 때이므로 가능성이 낮으나, 일어났을 경우 채권시장이 받는 충격은 크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자본이득을 위한 듀레이션 베팅을 추구하고 있으면 잘못이다. 장단기 금리차이도 충분히 좁혀져 있으므로 보유채권 만기를 늘려서 고정이자수입을 추가로 획득할 여지도 작고, 금리가 10~20bp 하락 하더라도 수익의 기회손실이 크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시장은 이것과 반대방향으로 쏠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국고채 금리가 5월부터 하락하면서 6%초반까지 떨어졌을 때, 시장 참가자들은 금리가 오르는 것 보다는 금리가 6%밑으로 떨어지는 것에 대해 무방비 상태였다. 이 당시 금리가 오르면 매수하겠다는 생각들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그 허점을 치고 금리는 바로 5%대로 하락하였다. 그리고 금리가 5.5%에 근접했을 때도 마찬가지 현상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장 참가자들의 대부분이 금리가 하락하면 마음이 편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시장금리 변동은 금리상승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채권가격의 변동성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쏠림 현상이 있을 때 크지 않은 충격에도 시장 금리는 많이 변동할 수 있다. 우리는 향후 금리를 상승시킬 요인이 무엇인가를 찾고 묻는다. 그러나 이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2월의 금리상승 요인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으며, 5월부터 금리가 4%대로 떨어질 때도 ‘금리가 상승할 요인은 없지 않은가’ 정도였다. 이렇게 보면 2월부터 현재까지의 금리변동을 이끈 것은 시장 참가자들의 위치였다. 2월에는 시장 참가자들은 모두가 금리가 하락하면 행복한 상황이었기에 금리가 상승하면 무방비인 상태였다. 무방비 상태는 고함만 쳐도 혼비백산한다. 5월 이후는 금리가 상승하는 데는 철저히 방비를 하고 있었으나 하락하는 데 대해서는 무방비였다. 이처럼 시장 참가자들에게는 외부에서 가해질 금리 상승, 하락 요인보다 시장의 방비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나라 왕 부차는 와신상담(장작개비에 누워서 쓸개를 빤다는 것은 얼마나 고통스러울 것인가)을 하면서까지 월나라를 이겼지만 결국 그 고통도 잊어 버렸다가 월나라에게 다시 지게 된다. 과거의 일을 계속 마음에 새겨 두기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멀리 바라보지 않으면 근심은 가까이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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