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인 아주산업과 매각주관사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지난달 29일 아주캐피탈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실시한 결과 러시앤캐시와 제이트러스트 두 곳이 참여했다. 아주캐피탈 매각은 이후 개별 협상을 통해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프로그레시브 딜’ 방식으로 진행된다.
두 후보 모두 최종매각가는 6000억원 안팎을 써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관건은 어느 곳이 아주캐피탈 인수로 인한 청사진을 잘 그려낼 수 있느냐는 점과 대주주적격성 심사다. 두 곳 모두 대부업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최근 행보에서는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국내 최대 대부업체 러시앤캐시를 보유한 아프로서비스그룹은 대부업 자산을 줄여 대부업의 이미지를 벗어려고하는 반면, 제이트러스트는 최근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SC캐피탈을 인수하는 등 캐피탈 업계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명도 면에서 좀 더 유리한 곳은 아프로서비스그룹이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의 제도권 금융 입성기는 10번의 시도 끝에 그야말로 ‘칠전팔기’전략인 셈이다. 올해 초 예나래·예주저축은행을 인수해 ‘OK저축은행’으로 제도권 금융에 신고식을 치렀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대부업 자산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형태로 대부업에서 철수한다는 방침을 금융당국에 전달하면서 대주주적격성 심사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심사 결과 ‘저축은행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5년내 총 대부자산의 40% 이상을 감축해야 한다’는 옵션을 걸었다. 자산규모가 2조원이 넘는 러시앤캐시는 이에 따라 7000억원 이상을 감축해야 한다. 러시앤캐시는 40% 감축이라는 가이드라인이 나오자 고민에 빠졌지만 결국 금융위의 안을 받아들여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할 수 있었다. 저축은행 인수를 위해 대부업 축소라는 카드를 꺼낸 셈이다.
러시앤캐시와 제이트러스트의 승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당시 일본 5위 대부업체인 다케후지 인수전에서 맞붙은 이래 계속됐다. 러시앤캐시는 먼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도 미즈사랑 등 계열사들이 법정 최고 이자율을 위반한 혐의로 영업이 정지될 수 있는 이슈와 맞물려 제이트러스트에 협상권을 넘겨야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두 곳의 자금조달 능력은 비슷하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조달금리 인하 효과와 영업 측면에서 그룹 고객을 연계한 멀티형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점 등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곳이 유리한 점수를 받을 것”이라며 “일부에서 현재까지 제이트러스트가 앞서고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아프로서비스그룹이 대부업 자산을 줄이겠다는 비전을 들고 나온 것이 금융당국이 보기엔 좋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