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女축구, 기적은 끝났지만 더 밝은 미래를 보다

  • 등록 2015-06-22 오후 2:22:53

    수정 2015-06-22 오후 2:49:47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태극낭자들의 아름다운 도전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4년 뒤 찾아올 미래는 벌써 밝은 빛을 내뿜고 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22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16강전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0-3으로 패해 탈락했다.

FIFA랭킹 18위 한국은 3위인 프랑스를 맞아 이변을 노렸지만 체격과 실력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제대로 전열을 갖추기도 전에 전반 4분과 8분 연속골을 내줬다. 초반을 잘 버틴 뒤 경기 후반 승부를 보겠다는 애초 작전은 일찌감치 물거품이 됐다.

한국은 뒤늦게 수비를 끌어올리고 총공세에 나섰지만 프랑스의 수비벽을 뚫기에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후반 3분 만에 쐐기골을 얻어맞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비록 8강 진출은 좌절됐지만 한국은 목표였던 월드컵 첫 승과 16강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했다. ‘금의환향’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은 특히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둘 당시 보여준 선수들의 투지는 국민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단순히 남자축구의 들러리가 아닌 여자축구의 존재감을 알리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여자대표팀이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우선 윤덕여 감독이 2012년 12월27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을 때부터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윤덕여 감독은 그전까지 남자축구만 맡았을 뿐 여자축구와는 인연이 없었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윤덕여호가 본격 출범한 뒤에도 쉽지 않았다. 남자와 달리 여자대표팀에는 관심과 지원이 눈에 띄게 적었다. 변변한 A매치도 자주 치르지 못했다. 그나마 지난 4월 러시아와 치른 두 차례 경기와 미국 전지훈련 동안 세계 최강 미국과 가진 평가전이 대표팀에는 ‘가뭄의 단비’였다.

부상은 대표팀의 가장 큰 적이었다. 월드컵 본선 멤버가 확정되고 대표팀이 처음 소집됐을 때 상당수 선수가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훈련과 재활을 동시에 진행해야만 했다. 설상가상으로 공격의 핵심이었던 여민지(스포츠토토)가 대회 개막을 앞두고 무릎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대회가 시작된 이후에도 부상 악몽은 계속됐다. 주전 공격수 박은선(로시얀카)도 발목 통증 때문에 조별리그 1,2차전에 결장했다. 프랑스와의 16강전에선 지소연(첼시 레이디스) 마저 허벅지 근육통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악재가 찾아왔다.

그래도 태극낭자들은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모자라는 실력을 정신력으로 메우려는 의지가 역력했다. 기적을 일으키겠다는 투지는 부족한 실력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했고 스페인전 역전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여자대표팀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돈 주고 절대 살 수 없는 경험이라는 값진 선물도 받았다. 현재 대표팀 주축 선수들 대부분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이다. 지소연을 비롯해 지금 멤버들이 4년 뒤 프랑스에서 열리는 월드컵의 주역이 될 수 있다.

하지만 2019년에 열릴 다음 월드컵을 앞두고 선결과제가 있다. 여전히 다른 나라와는 비교가 안 될 저변의 열악함은 여자축구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한국 여자축구는 실업팀부터 초등학교까지 통틀어 등록선수가 1765명(2014년 12월 기준)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과 16강에서 맞붙은 프랑스는 여자축구 선수가 무려 8만4000명에 육박한다. 한국의 이웃인 일본도 등록선수만 3만명이 넘는다. 세계랭킹 1위 독일은 26만2000여명에 달한다.

결국 한국이 진정한 여자축구 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보다 넓고, 깊은 저변의 뿌리를 심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대길 KBS N 해설위원은 “프랑스가 여자축구 저변을 어떻게 확대했고 리그 운영, 선수 육성을 했는지 되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일정을 모두 마친 한국 여자대표팀은 24일 오후 3시10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여자대표팀은 다가올 8월에 중국 우한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에서 일본, 북한, 중국 등 세계 정상급 팀들과 기량을 겨룬 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대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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