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좌향左`..시장 `우향右`

따로 노는 경제정책과 시장반응
정책공표해도 효과는 정반대 일쑤
정부 "시차때문, 긍정효과"기대 되풀이
  • 등록 2005-06-20 오전 11:45:09

    수정 2005-06-20 오전 11:45:09

[edaily 김수헌기자] 정부 정책과 시장이 정반대 방향에서 놀고 있다. 시장이 정부 정책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것은 고사하고, 아예 거꾸로 가는 경우가 많아 정부도 정책수립과 집행에 자신감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정부는 늘 "정책집행과 효과간 시차(時差)가 있다"고 설명하지만, 정책을 내놓는 것만으로도 일정기간 기대되는 `공표효과(Announcement Effect)`조차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간이 지난 뒤 실제 효과가 나타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책 실패냐 시장 실패냐는 논쟁으로 번져갈 조짐이다. ◇외환정책 발표에 환율 반짝後 하락세..역부족? 20일 재정경제부와 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 16일 재경부가 외환수급불균형 해소를 위한 해외투자활성화 방안을 내놓자 이날 달러/원 종가는 전일 대비 2.0원 오른 1014.20원을 기록했다. 국제수지 흑자 등으로 외환초과공급이 지속되는 상황이 환율관리에 부담이 되자 기업과 개인의 해외 부동산 투자규제를 상당부분 풀어 수급을 조절하겠다는 것이 정부 의도였다. 재경부 관계자는 특히 "환율이 조금만 올라도 달러 매물을 내놓기 바쁜 기업들의 불안한 심리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혀 이번 정책에 거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환율은 그 다음날인 17일 전일 대비 4.90원이나 급락하면서 한주만에 1000원선인 1009.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110엔대를 향하던 달러/엔이 108엔선으로 떨어지는 등 외부요인도 있었지만, 정부의 정책타깃이었던 수출기업들까지 선물환 등을 통해 매도에 나서는 등 정책의지가 시장에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환율은 20일 오전 11시 현재 1008.30원으로 전일 대비 1.0원 떨어진 상황이다. ◇부동산, 정책실패냐 시장실패냐..거꾸로 움직이는 강남북 집값 정책과 시장이 따로노는 대표적 사례는 부동산. 정부는 강남 집값 상승이 여타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위해 판교신도시 개발과 종합부동산세 도입, 2006년 1가구 2주택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 및 2007년 실거래가 전면도입, 재건축 소형평형의무화, 이익환수 등 강도높은 부동산정책을 최근 잇달아 내놓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강남 집값은 올리고, 강북과 수도권 일부 외곽지역의 집값만 떨어뜨렸다. 2주택 소유자들이 내년 양도세 실가과세에 부담을 느껴 강북과 외곽지역 주택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주택가격은 떨어지고, 공급이 부족한 강남 집값은 오히려 뛰었다. 비강남지역 집값 잡기에만 성공한 꼴이 된 셈. 집값안정을 목표로 추진됐던 판교신도시 프로젝트는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최근 5개월동안 주변 지역 아파트 값을 11조원이나 끌어올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강남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실수요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가수요 또는 투기수요가 모두인 것처럼 인식, 수요억제위주 정책에만 매달린 탓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판교 역시 분양가 규제나 다름없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 분양 이후의 시세차익 등 투기심리를 자극하는 등 시장을 제대로 읽지못한 정책의 결과물이라는 비판도 있다. 물론 강남이나 분당 등 최근 집값이 급등한 지역의 경우 전세값은 안정돼 있기 때문에 매매가격에 거품이 끼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정책 가운데 아직 시행에 들어가지 못한 부문이 많아 정책실패를 언급하기에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세청이 연일 계속해서 투기혐의자들을 잡아내면서 시장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부동산 정책의 틀을 근본적으로 전환해 시장 흐름에 맞는 중대형 공급 대폭 확대, 소형 의무제 의무화 해소 등 규제완화 등을 통해 수요억제 중심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주택의 수요 공급 질서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지역별 ㆍ계층별로 수요가 다른데 이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려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수요가 있는 지역과 중대형 공급 확대가 집값 안정의 유효한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관료들도 알고 있지만, 이같은 정책이 행여 참여정부 코드와 맞지 않다는 청와대의 질책 등을 우려해 건의를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저금리효과 있나, 없나..투자·소비확대효과는 적고 부동산엔 영향 정부의 저금리 정책목표는 경제학 교과서대로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고용확대 등을 통한 소비증가 효과를 얻어 경기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콜금리는 이달들어 벌써 7개월째 3.25% 수준에 묶여있지만 소비회복은 지지부진하다. 살아나던 소비심리도 지난달부터 한풀 꺾였다. 저금리는 그 대신 부동산 값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저금리가 부동산값을 부추긴다는 것은 한덕수 경제부총리나 박승 한국은행 총재 모두 인정하고 있다. 경원대 홍종학 교수는 최근 칼럼 등을 통해 "현재의 경기부진을 해소하는데 저금리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부동산 가격폭등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켜 경제의 장기 건전성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 2년간 대기업들은 이자율과 관계없이 막대한 내부유보자금을 활용, 투자를 늘려왔지만 중소기업들은 금리인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그러나 "고유가와 저환율속에서 그나마 이 정도라도 성장하고 있는데는 저금리 기조가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고 주장하고 있다. ◇조기창업러시 부작용 낳을뻔한 자영업대책..무리한 컨설팅도 문제 여론의 비난을 받아 궤도수정중이긴 하지만, 정부가 지난달 말 자영업자 구조조정과 진입제한을 골자로 내놓은 자영업종합대책의 경우 그대로 시행됐더라면 오히려 자영업자를 늘리거나 국민들의 세금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미용, 제과, 제빵, 세탁 등 일부 업종에 대한 창업제한은 제도를 시행하기 전에 먼저 창업하려는 조기창업 러시를 불러일으켰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올 하반기에 시작해 2007년까지 2년6개월동안 전국 70만개 자영업 점포를 컨설팅, 사업유지나 업종전환, 퇴출 등을 유도하겠다는 발상은 애초부터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컨설팅업계 한 전문가는 "정부 의도대로 컨설턴트 1000명을 동원해 2년반동안 70만개 점포를 컨설팅하려면 한 사람이 하루 1개꼴로 해야 된다는 이야기인데, 컨설팅 업무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말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점포 1건당 50만으로 계산한 컨설팅비용 중 40만원을 지원해주기로 함에따라 엄청난 국민세금이 능력 검증도 안된 컨설턴트의 호주머니로 들어갈 판"이라며 "제대로 자영업 컨설팅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컨설턴트는 전국적으로 100명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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