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플방지] "n번방 26만명 처벌? 억울해서 잠 안와"

'텔레그램 박사방' 참여자 처벌 질문 쏟아져
"n번방 26만 명 참여"
실수 또는 호기심 '변명'
  • 등록 2020-03-23 오전 9:07:17

    수정 2020-03-23 오전 11:11:58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한 누리꾼은 지난 21일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인(지식in)에 “너무 억울해서 잠이 안 온다. 제가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정당한 성인 콘텐츠를 이용료를 내고 시청한다는 게 잘못인가”라며 “n번방 참여자들을 처벌하는 것보다 자기 몸 영상 올리는 여성부터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지, 그런 영상 안 올렸으면 26만 명의 피해자들도 없었을 텐데 여자들 잘못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찌 보면 시청료를 냈는데 방이 없어졌으니 운영자와 여성에게 기만죄, 사기죄를 적용할 수도 있다”며 “가장 큰 피해자는 참여자들인데 처벌을 하다니…”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누리꾼은 지식인에 “n번방에 실수로 들어가서 영상 몇 개 받았다”며 “사건 터지고 회원 탈퇴하고 텔레그램 삭제했다. 저는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처벌받을까? 눈팅만 했다”는 질문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19일 미성년자들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물을 찍어 유포한 이른바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모(25) 씨가 구속된 뒤 지식인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러한 내용의 글이 쏟아졌다.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에는 ‘텔레그램 n번방 사태 해결해드린다’, ‘n번방 기록 삭제’, ‘n번방 처벌 안 받는 법 알려드림’ 등이라는 오픈채팅방이 잇따라 등장하기도 했다.

사진=네이버 지식인 캡처
“n번방 참여자 26만 명…한 방에 최대 1만 명 참여”

n번방은 서버가 해외에 있어 추적이 어려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을 이용해 성 착취 영상물을 공유하는 대화방의 시초다.

방마다 1번방, 2번방 등 숫자가 붙어 있어 n번방이라 불렸다. 이곳에선 음란물이나 불법 촬영물 공유는 물론 미성년자를 포함한 일반 여성을 상대로 한 성 착취물을 주로 공유했다.

운영자 조 씨가 구속된 ‘박사방’은 n번방을 모방한 것으로, 조씨는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내고 이를 빌미로 성 착취물을 찍도록 협박한 뒤 이를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조 씨는 동사무소 공익요원을 매수해 채팅방 회원과 피해 여성들의 정보를 빼낸 뒤 협박 수단으로 악용하기도 했다.

특히나 박사방에선 엽기적이고 가학적인 성 착취물을 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불법 영상들은 단계별로 금액이 다른 유료 대화방에 올려 가상화폐를 받고 팔아넘겼으며, 일부 현금화한 돈이 1억 3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돈을 내고 채팅방에 들어온 회원들은 아동 음란물을 유포하고 인증하도록 해 공범으로 만들었고, 적극적인 회원은 ‘직원’이라고 부르며 자금 세탁에 성폭행까지 지시했다.

지금까지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는 74명이며, 이 가운데 미성년자도 16명이나 있었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모씨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에서 나와 경찰차에 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성단체 연대체인 ‘텔레그램 성 착취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몇 달간 텔레그램에서 발견한 성 착취물 공유방 60여 개의 참여자는 26만 명에 달했다. 경찰은 증거를 통해 대화방 하나에 많게는 1만 명대 인원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의 신상공개와 그를 포토라인 세워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3일 오전 8시 현재 215만7213명이 참여하며 역대 최다 인원의 동의를 받았다. 이어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한다’는 청원도 사흘 만에 147만7717명이 참여했다.

이 사건이 이렇게 큰 공분을 일으키는 이유는 그동안 일어난 디지털 성범죄가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고, 그 때문에 더 조직적이고 잔혹한 수법의 범죄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청원인 역시 “(n번방 가입자 전원을) 처벌하지 않을 거라면 그들의 신상이라도 알려달라”며 “저는 알아야겠다. 나라가 아이들을 아동 성 범죄자들로부터 지켜주지 않을 거라면 알아서 피할 수라도 있게”라고 강조했다.

“남녀 간의 전쟁 아닌 범죄와의 전쟁”

지식인에 올라온 글들처럼 정말 실수로 n번방에 들어갈 수 있을까?

n번방 참여자들은 텔레그램에서 해당 대화방을 찾아가 가상화폐 계좌를 개설한 뒤 운영자에게 신분증 사본을 보내 본인 인증을 하고, 70만~100만원을 들여 가입 승인을 받는 절차를 받아야 한다.

호기심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보게 됐다는 변명도 보인다.

초등학교에서 교생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는 한 누리꾼은 “n번방 사건 참여자 전원 신상 공개되면 학교에도 전해지나? 어떻게 기록을 지울 수는 없나? 성욕은 남자의 당연한 욕구니까 한 번 보기만 하고 유포도 안 했는데 처벌되나?”라고 지식인에 묻기도 했다.

사진=네이버 지식인 캡처
이에 대한 답변은 검찰 내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고발하면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확산을 촉발한 서지현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47·사법연수원 33기)의 페이스북 글에서 찾을 수 있다.

서 자문관은 n번방 사건에 분노하며 “‘남자라면 누구다 야동(야한 동영상) 본다’면서 모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만들지 말라”, “‘남자라면 야동 좀 볼 수 있지’라고 남성혐오 좀 부추기지 말아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범죄 문제는 결코 ‘남녀 간의 전쟁’이 아니라, ‘범죄와의 전쟁’이다!”라며 “‘야동’ 아니고 ‘성 착취물’”이라고 강조했다.

지금도 n번방의 수법을 따라 하거나, 이미 유통됐던 성 착취물을 공유하는 대화방이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n번방을 처음 만든 인물로 알려진 ‘갓갓’이란 닉네임을 쓴 운영자를 포함해, 대부분의 n번방 운영진은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자신의 신상과 촬영물이 계속해서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살고 있다.

이 가운데 실수와 호기심이라고 주장하는 방관자와 해외 음란물 사이트의 검색어 상위권에 ‘텔레그램 N번방’이 올라왔다는 사실이 씁쓸함을 안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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