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산이 활활, 붉은비가 뚝뚝… 단풍수채화에 넋잃다

오색물감 뿌린듯 설악 주전골·오대 두로령
  • 등록 2007-10-25 오전 11:40:00

    수정 2007-10-25 오전 11:40:00

▲ 붉게 물든 단풍잎에서 가을이 깊어졌음을 느낄 수 있다. 지난해 끔찍한 수해를 입었던 남설악 주전골에도 어김없이 단풍이 물들어 찬란한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위). 오대산 두로령 드라이브길에 만난 가을비. 차창의 빗물에 번져가는 단풍이 가을 나들이객을 우수에 젖게 한다.
[한국일보 제공] 손톱에 밴 핏물처럼 아리도록 짙붉은 단풍.

단풍잎은 색색의 셀로판 필름처럼,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빛을 색으로 투영한다. 붉은 기운 가득한 공간, 단풍의 그늘 아래 서면 적외선 불빛을 쬐듯 피부를 뚫고 들어온 그 단풍의 빛에 몸 속 깊은 곳에 숨겨놓은 마음이 한껏 달궈진다.

강원의 산자락 단풍이 이제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산 아래로 내려온 단풍 덕분에 힘든 산행을 하지 않고도 쉬운 발걸음으로 단풍이 부리는 색의 조화에 빠져들 수 있다.

쉽게 떠날 수 있는 설악과 오대산의 단풍 코스를 소개한다. 한 곳은 지난해 끔찍한 수해를 입고서도 울긋불긋 단풍꽃을 피워낸 남설악의 주전골이고, 다른 한 곳은 오대산 월정사를 지나 상원사에서 홍천 내면으로 넘어가는 두로령 드라이브 코스다.

■ 수마를 딛고 피워낸 주전골의 핏빛 단풍

한계령 아래 남설악 주전골은 지난해 여름 물폭탄을 맞고 폐허가 됐던 곳이다. 1년이 지난 지금도 그 상처가 아물지 않아 곳곳에서 아픈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인제, 원통을 지나 양양으로 넘어가는 국도44번의 한계령 길. 여기저기서 아직도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누더기길이다. 고갯마루 한계령에 올라서면 빨갛고 누렇게 익어가는 설악의 단풍이 내려다 보인다. 멀리서 바라본 설악의 단풍에선 그 지독했다던 수해의 상처가 느껴지지 않는다.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단풍은 여전히 곱고 찬란했다.

주전골 단풍은 계곡 전체를 붉은색과 노란색 그리고 가지가지 색으로 화사하게 물들이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와 바위가 어우러져 매력적인 풍광을 선사한다. 설악산 단풍객들중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도로에 인접해 힘들이지 않고 단풍 터널 속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계령에서 조금 내려와 설악산국립공원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 주차장에 차를 대고 숲길로 접어들었다. 계곡 초입, 높은 나뭇가지에 걸터앉은 까마귀떼가 마치 사찰 입구의 사천왕처럼 단풍객을 맞는다.

급하지 않게 흐르는 계곡물은 양 옆의 산과 나무 그림자를 비춘다. 그 계곡물을 셀카 삼아 남설악의 단풍은 스스로에게 환호한다. 처음 접하는 주전골 명소는 용소폭포. 10m 높이에서 굵은 물줄기가 짙푸른 소 위로 떨어진다.

기암과 어우러진 단풍터널을 뚫고 내려오다 보니 어른 키 두 배 만한 바위 가운데 사람이 겨우 드나들 수 있는 좁은 공간이 있다. 금강문이다. 욕심이 많은 사람은 이 좁은 틈새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한다.

선녀탕에선 작년 수해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선녀탕 안내판을 보면 맑은 물 가득 담은 소 위에 넓은 너럭바위가 있었는데, 지금은 계곡 위에서 떠내려온 집채만한 큰 바위가 그 곳에 우뚝 서있다. 수마가 실어 온 바위덩어리다.

성국사로 가기 전 주전동굴을 가리키는 안내판이 시선을 끈다. 탐방로 건너편 기암 절벽 밑에 뚫린 동굴을 가리키고 있다. 이 골은 하도 깊어 예전엔 찾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이곳에 승려로 위장하고 엽전을 만들었다는 도적떼들이 숨어살았다고 해서 주전골이란 이름이 유래됐다. 양양군과 오색리 주민들은 이 동굴이 작년의 거센 물살 덕분에 동굴의 입구를 막고있던 나무와 바위가 휩쓸려가서 그 모습이 드러난 주전동굴이라고 주장한다.

조선 때 ‘오색석사’였던 작은 절 성국사를 지나 내려오면 오색약수터다. 다 말라붙었던 약수가 수해 이후 다시 콸콸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수마도 양심이 있었는지 몇 가지 혜택은 남기고 갔다.

■ 빗속에 떠나는 단풍 드라이브 오대산 두로령

오대산은 육산(肉山)이다. 설악엔 기묘한 바위가 빚어내는 아름다움이 있다면 오대산에는 넉넉한 품의 여유가 있다.

매표소를 지나 전나무숲, 월정사를 스쳐 오르는 길. 계곡이 깊어질수록 단풍의 빛도 함께 짙어진다. 계곡의 물길을 따라 홍단풍의 붉은 빛이 계속 이어진다.

상원사를 지나 두로령을 넘어 홍천군 내면 명개리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비포장 길이지만 명색이 지방도 446번이다. 이 도로가 일반인들의 차량 통행을 허락하는 기간은 일년 중 7~10월, 넉 달뿐이다.

세조와 문수보살의 전설이 깃든 상원사를 지나 두로령으로 오르는 길은 호젓하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상원사가 최종 목적지이기 때문이다. 비포장 길이지만 승용차로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고개가 높아지면서 단풍은 발 아래로 내려간다. 둥글게 감싼 산세가 연꽃 모양이라는 오대산의 넉넉한 경치가 한 눈에 들어온다. 스님들 공부방인 북대 미륵암을 지나 두로령 고갯마루에 오르니 이곳엔 이미 가을이 깊었다. 잎들이 많이 떨어져 앙상해진 가지 위로 서늘한 기운이 맴돈다.

고개 넘어 명개리쪽은 길이 좁아지면서 가을의 운치를 더한다. 주위를 둘러싼 오대산의 연봉들의 뭉실뭉실한 단풍을 완상하고 있는데 밀려든 먹구름에서 떨어진 빗방울이 차창을 두들겨대기 시작했다.

우중(雨中)의 단풍 구경이라. 색다른 운치다. 수채화로 번져가는 단풍. 차창에 맺힌 빗방울은 붉은 빛을 담아 주르륵 흘러내리고, 노란빛을 또 담아 또로로록 굴러 내린다.

너무 흐려진 차창, 와이퍼로 단풍의 눈물을 닦아내면 선명한 두로령 단풍이 다시 나타났다가 차츰 뭉개져간다. 차창에 맺히는 비의 양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그림에 취해, 뒤에 다른 차가 오는 줄도 모르고 마냥 서있었다.

한 땀 한 땀 발걸음에 가을을 새기려는 단풍 순례객이라면 이 길을 걸어 넘는 것도 방법이다. 상원사 초입부터 홍천 내면 매표소까지 두로령 코스는 18km. 도보로 5,6시간 걸린다.

여행수첩

■ 주전골 산행은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 옆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주차료 5,000원. 1시간~1시간30분이면 오색약수터까지 이른다. 주전골 바로 위 여심폭포와 등선대 등이 있는 흘림골 구간이 2005년 20년 만에 일반에 개방됐지만, 작년의 폭우에 등산로가 크게 훼손돼 아직도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설악산 국립공원 (033)636-7700

■ 오대산 두로령 출입은 오전9시~오후5시까지로 제한돼 있다. 차량 출입은 이 달 말까지만 허용되니 서둘러야 한다. 고개를 넘어가려면 오후 3시 이전에 상원사 통제소나 내면 매표소를 지나야 한다. 월정사 문화재 관람료 2,500원. 주차료 5,000원. 오대산 국립공원 (033)332-6417

■ 오대산과 가까운 평창 진부에 고급 펜션 '명지밸리(www. mjvalley.com)'가 최근 문을 열었다. 단독형 6개 동으로 이뤄진 이 펜션은 10명 이상이 함께 머물기에 알맞다. 2층짜리 1개 동에 3개의 침실을 갖추고 있다. 수영장, 찜질방, 노래방, 바비큐장 등도 있다. 비수기 주중 25만원, 주말 30만원, 성수기(여름, 겨울) 주중 30만원, 주말 35만원. 회원제로 분양도 한다. 1구좌당 3,000만원이다. (033)33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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