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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에도 떨어지는 대출금리
기준금리 인상에도 대출금리가 떨어지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선 조달금리인 예금금리와 은행채 등 채권금리가 하락한 영향이 크다.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지난해 12월만 해도 4%대 후반, 일부 정기예금 상품은 5%를 넘어섰지만, 현재는 3%대다. 이달 11일 기준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는 3.94~4.2%로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4.81~4.9%)보다 최고 금리 기준 0.7%포인트 낮아졌다.
정치권도 은행들을 압박하고 있다. 진보당 서울시당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출금리 인하와 ‘횡재세’ 도입을 촉구했다. ‘횡재세’는 금리인상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얻게 되는 초과 이익에 대한 특별 과세를 말한다.
금리가 시장 상황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측면도 있다. 최근 채권시장이 안정되면서 은행채가 4%대를 이어가는 등 자금조달이 용이해지자, 은행이 예금금리를 끌어올려 자금을 모아야 하는 압박요인이 줄었고, 이는 16일 발표하는 코픽스 인하 여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선 이날 코픽스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대출금리가 마냥 떨어지긴 어려운 상황이다. 채권시장은 여전히 수요가 많지 않은데다 경기침체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어 대출 자금 조달비용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시중 금리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대출을 받으려는 금융소비자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파격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에도 투자수요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출금리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오르든 내리든 큰 폭으로 움직이진 않겠지만, 시장에선 내년 하반기 금리가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당장 급한 불 끄기가 아니면 대출을 미루는 측면이 있다”며 “부동산 거래가 살아나지 않는 것도 이 영향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