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생각날 때 ''로모 살따도''를 먹는다

[소울푸드]
페루에서 온 ''마르코''씨…
  • 등록 2008-01-31 오전 10:51:49

    수정 2008-01-31 오전 10:51:49

[조선일보 제공] 한국서 '타향살이'를 하는 외국인들은 고향 생각날 때 어디 가서 먹을까. 그 나라 출신이 추천하는 식당에선 각국 요리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레스토랑, 선술집, 그리고 빵집까지… 주한 외국인들이 '고향의 맛'을 찾기 위해 가는 레스토랑을 추천 받아 소개한다.

<일본>

“한국에 ‘일식’ 간판을 붙인 곳은 많지만 대부분 ‘한국식 일식’이라서 우리는 잘 가지 않아요. 대신 작지만 진짜 일본 맛을 내는, ‘진가스(珍かつ)’ 같은 곳을 찾아가지요.”

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 다니 히로코(谷博子) 소장은 명동 중앙우체국 근처 진가스 (02-777-0741·설 연휴 중 6~10일 휴무)를 추천했다. 점심에는 진가스 특선(8800원·등심 돈가스), 모둠가스 정식(1만3000원) 등 일식 커틀릿인 ‘가스’류가 대부분이지만, 저녁이면 그날 그날 다른 메뉴를 내며 주방장의 진정한 솜씨를 발휘한다. 히로코 소장은 특히 ‘나베야키(鍋 き) 우동(냄비에 닭고기와 버섯 등을 넣어 전골처럼 끓인 우동·9000원)’을 좋아한다고. 저녁에 술을 먹으려면 1만원 넘는 요리를 세 개 이상 시켜야 하므로 서너 명이 함께 가는 게 부담이 적겠다. 식사만 하려면 하나만 시켜도 된다. 98% 정도가 단골이라는 저녁 손님들은 대부분 40~50대 일본인 직장인. ‘이이치코(いいちこ·일본 보리소주·한 병 6만5000원)’ 같은 일본 술이 많이 구비돼 있다.

용산 전자상가 부근 일식 선술집 미타니야 (02-701-2262·튀김 우동 1만2000원 등·설 연휴 중 6~10일 휴무), 영풍문고 옆 건물 지하 동아리 (02-706-3719·닭고기 튀김 8000원·6~10일 휴무)에선 일식 안주를 먹으며 ‘한 잔’ 하기 좋다. 주말이면 보통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홍익대 앞 극동방송 부근의 일본식 라면 집 하카다분코 (博多文庫·02-338-5536·라면 약 5000원·6~10일 휴무)도 ‘고향 생각’에 젖게 한다.


<프랑스>

“프랑스에 있는 레스토랑은 보통 아주 조용하고 음식이 천천히 나와요. 한국서 ‘프랑스 레스토랑’이라고 하는 곳들을 많이 가봤는데, 이곳만큼 진짜 프랑스 같은 분위기가 나는 곳은 찾지 못했어요.”

▲ 프랑스인 다비드 아니에레(오른쪽)씨는‘프랑스의 맛’이 생각나면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 있는‘테이블 34’로 간다. 왼쪽은 때때로 만나 와인 한잔과 함께 고향 얘기를 나눈다는 친구 니콜라 기오숑씨. /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프랑스에서 서울로 온 지 약 3년 된 프랑스 정보통신 기업 ‘APC-MGE’ 한국 지사 다비드 아니에레(Agneray) 차장은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 34층에 있는 프랑스 레스토랑 테이블 34 (02-559-7631·설 연휴 중 6일 저녁만 영업, 7~10일 휴무)를 ‘서울 속 프랑스’로 꼽았다. 프랑스인 주방장 에릭 펠렌(Pellen)이 추천한 ‘진짜 프랑스 메뉴’는 ‘포트와인 허니 소스를 곁들이 표고버섯과 푸아그라(2만6000원)’, ‘에멘탈 치즈 그라탕을 올린 정통 프렌치 양파 수프(1만5000원)’, ‘레드 와인에 졸인 샬롯과 토마토 스시를 곁들인 호주산 쇠고기 안심과 페리고 트러플 소스(4만8000원)’ 등이다.

호텔 레스토랑의 비싼 가격이 부담스러울 때는 이태원의 르 쌩떽스 (Le Saint-Ex·02-795-2465·설 연휴 중 6, 7일 휴무·메인 요리 2만5000~3만원)를 찾는데 매일 바뀌는 메뉴가 정성스러워 보여 좋지만, 북적거리는 분위기는 별로라고. 제주 중문단지 부근 마원 (064-738-1000·설 연휴 휴무 없음)의 말고기 육회(한 접시 1만8000원)는 프랑스서 즐기던 ‘래어(rare·거의 날 것처럼 익힌)’ 말고기 스테이크를 떠올리게 해서 아주 좋아한다.


<독일>

▲ 왼쪽부터 잡곡빵, 브레첼

폭스바겐 코리아 하이케 바이마르(Weimar) 이사는 독일 생각이 날 때마다 한남동에 있는 정통 독일 빵집 악 소 (Ach So·02-794-1142·7, 설 연휴 중 7~10일 휴무)에 간다. ‘악 소’는 독일어로 ‘그래, 이 맛이야’라는 뜻. 허상회 사장이 독일서 직접 공수한 조리 기구와 재료를 써서 겉멋 부리지 않고 검소하며 실용적인 빵을 만든다. 손님의 절반 이상이 독일인으로 이들이 ‘밥’처럼 생각하는 호밀 빵(Roggenbrot·5000원)과 잡곡 빵(Vollkornbrot·6000원)이 특히 인기다. 바이마르 이사는 ‘악 소’에서 가장 좋아하는 빵으로 한국서 흔히 ‘프레첼’이라고 부르는 ‘브레첼(Bretzel·900~1300원)’을 꼽았다.

독일 상공회의소 유에르겐 볼러(Woehler) 소장은 서울 수송동 서머셋 팰리스 1층 베어린 (B rlin·02-722-5622· www.baerlin.co.kr ·설 연휴 중 8, 9일 저녁만 영업)을 즐겨 찾는다. 독일인 요리사들이 직접 만드는 독일식 족발 ‘학세(Haxe·2인분 6만5000원)’, 감자 튀김을 곁들인 버섯 크림소스의 안심 커틀릿 ‘비너 슈니첼(Wiener Scnitzel·2만4900원)’은 독일서 먹던 ‘그 맛’을 낸다. ‘베어린(B rlin)’은 독일 수도 ‘베를린(Berlin)’에 베를린을 상징하는 ‘곰(독어로 ‘B r’)’을 합친 것이다.


<캐나다>

세상에서 아이스 하키를 가장 좋아하는 나라 캐나다에서 온 부천대 영어과 크리스토퍼 쉬어즈(Shears) 교수는 친구들과 북미하키리그(NHL) 관람하던 생각이 나면 이태원 록키 마운틴 태번 (Rocky Mountain Tavern·02-790-8891· www.rockymountaintavern.com ·설 연휴 정상영업)으로 간다. “이 식당이 생기기 전까지 서울엔 캐나다 사람을 위한 펍(pub)이 전혀 없었어요. 사실 한국에는 미국인보다 캐나다 사람이 더 많은데 말이죠.”

저녁마다 틀어주는 NHL 경기를 보며 캐나다 맥주 무스 헤드(Moose Head)를 마시는 캐나다 젊은이들 덕분에 언제나 활기차 분위기다. 캐나다 퀘벡 지방의 요리 ‘푸탱(poutine·6000원)’은 최고 인기 메뉴. 프랑스어로 ‘섞은 것’이란 뜻의 푸틴은 바싹 튀긴 감자에 모차렐라 치즈와 그레이비 소스를 뿌려 만든다. 매주 화요일 저녁은 ‘윙 나이트(wing night)’로 고소한 닭 날개 튀김을 개당 500원에 판다.


<페루>

경기 산본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마르코 푸에티(Pueti)씨는 일요일마다 합정역 5번 출구 부근 페루 레스토랑 쿠스코 (Cusco·02-334-6836·설 연휴 중 6~8일 휴무)에 간다. 페루에서 아버지와 함께 초등학교 때부터 요리를 했다는 요리사 시릴로 로카 아라니바(Aranibar·사진)씨가 만든 페루식 소고기·야채 덮밥 ‘로모 살따도(lomo saltado·1만원)’를 맛보기 위해서다. 적갈색 벽돌로 된 벽에 페루 전통 의상과 페루의 풍경 사진이 걸려 있어서 고향 생각에 편안하게 젖을 수 있다. 접시와 재떨이까지도 페루에서 공수해다 쓴다. 닭고기 수프에 노란 고추와 볶은 닭고기를 비벼 먹는 페루 전통 덮밥 ‘아이 데 갈리나(Aji de Gallina)’는 9000원, ‘페루의 산삼’이라 불리는 뿌리 채소 마카(maca)를 갈아 만든 ‘마카 차’는 5000원.


<인도>

진흙으로 빚은 인도식 화덕 탄두리에 ‘난(인도식 전병)’을 굽고 인도서 공수한 전통 향료로 커리를 만드는 서울 이태원 차크라 (Chakraa·02-792-0758· www.chakraa.co.kr·설 연휴 정상영업)는 인도 출신 영어 강사 마르지씨가 즐겨 찾는 곳이다. 인도 종업원들이 많아서 인도에 간 것처럼 마음이 푸근해진다. 인도에서 결혼식 같이 특별한 날 먹는 ‘양고기 브리야니(인도식 볶음밥)’는 1만4000원, 각종 야채에 부드러운 코코넛 크림을 넣어 만든 ‘야채 코르마’는 1만2000원. 주말에는 커리, 샐러드 등 20여 가지 메뉴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주말 스페셜 뷔페(1인 1만4000원)’가 마련된다.


<태국>

태국 관광청 콘낫 사이톤트 부소장은 태국서 손님이 오면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12층에 있는 타이 오키드 (Thai Orchid·02-772-9926·설 연휴 중 7, 8일 휴무)에 모시고 간다. 제대로 된 태국 음식을 내는데다 창가 쪽에서 서울 전경이 시원스레 내려다보여서 좋다. 사이톤트 부소장은 매콤한 태국 전통 샐러드 ‘얌운센(1만원)’, 쌀국수에 새우를 넣어 다진 땅콩과 비벼 먹는 ‘팟 타이 궁(1만3000원)’, 뜨끈하고 매콤한 태국식 해물탕 ‘톰양궁(1만4000원)’을 주로 시킨다. 인천국제공항 부근에 갈 일이 있을 땐 태국인 종업원들이 반갑게 인사하는 아로이 아로이 (Aroi Aroi·032-743-1531·설 연휴 정상영업)에 꼭 들른다. 커리를 넣은 꽃게 요리 ‘푸 팟 퐁 가리’ 3만원, 태국식 칠리 새우 ‘꿍 팟 남뿌릭 파오’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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