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날을 만들자)<2부>⑧"주식 살 돈은 없다"

브릭스 경제 증시자금 몰리며 부흥..한국은 답보
주식 회피현상 심각..금융자산중 주식 `미국의 1/5`
  • 등록 2006-11-15 오전 11:32:31

    수정 2006-11-15 오전 11:34:18

[이데일리 배장호기자] 브릭스(BRICs) 경제가 꿈틀댄다. 한때 전 세계를 호령하던 명나라와 무굴제국의 영광이 21세기 중국과 인도 대륙에서 재현될 조짐이다.

얼어붙었던 땅 러시아 경제도 해빙 무드에 들떠 있다. 2006년 러시아 주식시장은 이머징마켓 중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영석유회사 가즈프롬의 시가총액은 엑슨모빌, 제너널일렉트릭(GE)에 이어 세계 3위다.

브라질 경제도 무섭다. 지난해 국가별 GDP 순위에서 한국을 제치고 세계 11번째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이들 국가의 경제 발전상은 주식시장의 눈부신 성장세를 통해 쉽게 증명된다. 인도의 경우 지난 2002년 2000포인트 대에 머물던 뭄바이 지수는 올 11월 현재 1만3000포인트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2002년 1만포인트 아래에 머물던 브라질 주식시장(BOVESPA)도 현재 4만2000포인트를 상회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100포인트대에 머물던 러시아(RTS Techical) 증시는 무려 17배가 넘는 1700포인트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경제 발전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자본시장을 가지고 있는 중국 조차도 2000년대 초반 30포인트대에 머물다가 최근 100포인트를 넘어서며 본격 상승세를 탈 기세다.

이들 국가의 국민들은 지금 행복하다. 고성장하는 자국 증시에 투자한 덕에 가계의 부(富)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이렇게 증대된 부(富)는 다시 소비시장 확대를 통해 기업들의 부를 축적시킨다.

이들 기업들의 눈부신 성장을 경이로운 눈으로 지켜본 글로벌 자금이 그냥 지나칠리 없다. 브릭스 시장엔 글로벌 투자가 몰려오고, 이에 힘입어 주식시장이 한층 상승하면서 주식 투자자들의 호주머니 사정은 더욱 더 넉넉해진다.

◇'부(富)의 효과'가 사라진 한국 증시

2006년 한국 주식시장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주가지수는 올해 봄 1400선을 넘어서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신기원을 향해 내달리기도 했다.

전고점 돌파를 위해 증시 에너지를 힘겹게 축적하고 있지만, 우리 증시의 과거 10~20년과 비교하면 요즘같은 증시는 그야말로 '호황'이다.

하지만 요즘 여의도 증권가의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하다. 주변에서 주식 투자해 큰 돈 벌었다는 얘기는 거의 듣기 힘들다. “주택담보대출 이자에, 자녀 학원비 감당하기도 버거운데 주식은 무슨..”이란 반응이 다수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증시도 최근 몇 년새 많이 올랐다. 6년 전인 2000년 11월 500포인트대에 불과하던 코스피 지수는 현재 1400포인트 부근까지 올라와 있고, 200조원을 밑돌던 시가총액이 현재 700조원을 넘보고 있다.

불과 6년사이 국내 주식투자자들의 주식 자산이 무려 500조원이나 늘었음에도 우리 국민들이 전혀 풍요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은 우리 증시에 대한 외국인 비중이 높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 기업들의 주식을 우리 국민들이 지나치게 적게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 9월말 현재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주식을 시가로 환산하면 무려 254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주식 중 무려 38%를 외국인이 가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04년에는 42%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지난해 주가가 급등하면서 외국인이 대거 차익실현에 나서 그마나 줄어든 수치다. 한 국가의 증시에서 외국인이 40% 이상 지분을 쥐고 있기는 핀란드 등 몇나라 외에는 흔치 않다.

특히 외국인들이 보유한 주식이 삼성전자, 현대차, 국민은행 등 한국을 대표하는 초우량주들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인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가가 올랐다고 우리 국민들이 좋았을 리 없다. 주가 상승의 수혜는 고스란히 외국인 몫이 되고, 변변찮은 종목으로 한순간의 대박을 쫓다보니 돌아서 보면 남은 것이 없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주가가 유난히 많이 올랐던 지난 한해동안 외국인은 주식 배당금으로만 7조원 이상 벌어갔다. 주가가 최고 수준에 있는 동안 외국인들이 대거 차익 실현에 나섰기 때문에 시세차익도 고스란히 외국인 몫이 됐다.



◇한국가계 주식보유 OECD 국가 중 꼴찌

지난 2001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계의 주식 직접투자 규모는 가계 총금융자산의 7.7%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의 34.1% 뿐만 아니라 한국, 미국, 일본을 제외한 여타 OECD 17개 국가의 평균 20.8%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펀드를 통한 간접적인 주식 투자분까지 포함할 경우에는 우리나라 가계의 주식투자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간접투자를 포함한 한국 가계의 주식투자 규모는 총 금융자산의 9.3%에 불과한 반면 미국 가계는 51.6%, 한·미·일을 제외한 OECD 17개국 가계는 평균 33.4%를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전체 OECD 20개 국가 중 오스트리아를 제외하고는 꼴찌다.

그렇다면 유독 우리나라 가계만이 유일하게 주식 투자에 인색한 원인이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한국증권연구원의 김재칠 박사는 “우리나라 가계의 주식 보유를 저해하는 원인은 자본시장 관련 정책만으로 해소되기는 힘들다”고 지적한다.

그는 “선진국에 비해 금융자산 축적 정도가 낮다거나, 은행 예금이나 부동산에 대한 지나치게 선호하는 경향은 다분히 투자 문화와 연관된 것이고, 가계 소득이 불안정한 것도 전체 고용시장 안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투자환경과 투자문화는 지난 1997년 IMF 이후 질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한국은행 산하 한국금융연구원의 유경원 박사에 따르면 당시 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가계 예금자산이 일시 급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이후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며 2001년 74%까지 상승했다. 반면 주식과 채권 비중은 외환 위기 전후로 별 변동없이 3~5%대에 머물렀다.



◇'주식 빈곤' 문제 점차 인식..해결은 먼 미래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그럼에도 불구 우리 국민들은 가계자산 중에서 금융자산과 비금융자산간의 구성비가 1대 1이 되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올해 3월 대한상공회의소의 가계자산 서베이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이상적인 가계자산 구성비를 '금융자산 45.8%-비금융자산 54.2%'로 보고 있었다.

또 '향후 1년내에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가' 하는 질문에 "여건이 개선되면 투자하겠다"는 응답이 65.8%로 "결코 투자할 생각이 없다"는 응답(30.1%)을 크게 앞질렀다.

서베이 직전인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이 높은 수익률을 보여준 영향이 컸다고 보여지긴 하지만, 주식투자에 대한 이상과 현실간의 괴리가 얼마나 큰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이러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김철배 자산운용협회 기획부장(이사)은 "한국 사회가 고령화, 저금리 시대에 대한 경고에 대해 머릿속으로는 이해하기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최근의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금리 시대의 도래, 고령화 사회로의 급속한 진전, 불안해진 고용 사정 등 21세기 한국 사회를 사는 우리네 가계들이 ‘이대로는 안된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다만 이러한 현실 인식이 과연 언제쯤 실행에 옮겨질 지에 대해서는 ‘아직 요원하다’고 시인할 수 밖에 없다. 현실(context)과 인식(text)간의 간극을 단기간에 메우기에는 그 간극의 폭이 너무 넓기 때문이다.

* 협찬 : 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증권선물거래소, 증권예탁결제원, 한국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 후원 :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 도움주신 분들 :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 김일선 자산운용협회 이사, 변진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임종록 한국증권업협회 상무, 최창환 대우증권 전문위원 (가다나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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