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태어나줘서 고마워[씬(scene)나는 경제]

영화 ‘브로커’, 아기 인신매매단의 우여곡절 로드 무비
아기를 버리려는 부모와 얻으려는 부모, 쫓는 형사 그려
인구절벽 현실화…아이 낳아 기를 환경 대책 마련 시급
  • 등록 2023-03-12 오후 6:17:49

    수정 2023-03-12 오후 6:17:49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영화 속 장면 곳곳에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담겨있습니다. 씬(Scene)을 통해 보이는 경제·금융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스포일러 주의: 영화의 줄거리와 결말이 노출될 수 있습니다.

신생아 우성을 키워줄 새부모를 찾기 위해 전국 일주에 나선 소영, 상현, 동수 일당. (사진=CJ ENM)


한명의 신생아를 두고 두쌍의 부부가 만납니다. 언뜻 보면 지인들의 모임 같지만 실상은 아이를 팔고 사기 위한 거래 현장이었습니다.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으로 자식이 생겨버린 소영(아이유)은 아기 우성이를 키워줄 부모를 찾고 있었습니다.

소영 곁에는 아이의 거래를 도와줄 ‘브로커’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가 함께 합니다. 전국을 돌며 ‘값’을 충분히 매겨줄 사람을 찾아다닙니다. 인신매매단으로도 보이는 이들의 울퉁불퉁한 여정은 역설적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고령국가 일본인 감독이 그린 한국의 현실

영화 ‘브로커’는 일본 영화 거장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한국 영화입니다. 이전 작품인 ‘어느 가족’을 통해 2018년 제71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 권위의 황금종려상을 받기도 했습니다(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이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이번 영화 또한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상현과 베이비 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동수는 시설의 버려진 아이를 빼돌려 자녀를 원하는 부부들에게 내다 팔아 생활비를 벌곤 합니다. 소영은 성매매를 하다가 낳은 우성을 베이비 박스 앞에 버렸으나 이들과 엮이면서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동하게 됩니다.

브로커지만 진심으로 자녀를 키워줄 자녀를 찾는 상현 일행과 상처가 가득한 채 마음을 닫았던 소영은 우성을 중심으로 어울리고 서로를 보듬으면서 가족의 정이란 것을 쌓아가게 됩니다.

이들을 뒤쫓던 형사 수진(배두나)에게 결국 잡혀 감옥에 들어가게 되지만 수진 역시 3년의 시간 동안 우성을 돌보는 역할을 맡습니다. 아이가 없던 수진 부부는 우성의 부모 역할을 기꺼이 맡아 출소하게 될 소영을 기다립니다.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늘 돈이 모자란 상현, 같은 보육학원 출신인 동수와 함께 브로커 일을 하고 다닌다. 다만 진심으로 아이를 키워줄 부모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사진=CJ ENM)


원치 않는 아이를 버렸으나 결국 잊지 못한 소영,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이의 새 부모를 찾아주는 보육원 출신 동수, 아이가 없는 유부녀로 아이를 버리는 부모들을 증오하는 수진, 아이를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어 암거래를 알아보는 부부들까지… 아이를 둘러싼 다양한 캐릭터들이 영화에 녹아 있습니다.

미혼모, 베이비박스, 인신매매 등 여러 사회 문제까지 포함했지만 영화는 아이를 중심으로 한 가족의 소중함을 다루고 있습니다. 살인 혐의로 징역을 살고 출소한 소영과 인신매매범으로 죄의 대가를 치른 동수, 멀리 떠났던 상현과 이들을 기다리는 수진은 결국 만났을까요? 영화가 마지막 결말을 보여주진 않지만 행복한 앞날을 그리기에 충분할만큼 영화는 따뜻합니다.

인구 감소=생산성 저하, 실효성 대책 마련해야

사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아이는 정말 중요합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한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수)는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합계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일단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한명도 낳지 않는 가정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혼을 하는 시기가 늦어지는 영향도 있고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남녀도 많아져 아이를 낳을 가정이 줄고 있는 이유도 있습니다.

출생아수가 자꾸 줄어들면서 한해 태어나는 사람보다 사망자수가 더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가 발생한지도 2020년부터 3년째입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해외에서 인구 유입도 끊기면서 아예 국내 총인구가 감소하는 ‘인구 절벽’이 생겼습니다.

인구 절벽이 심각한 이유는 생산가능인구, 즉 돈을 벌어야 할 사람들이 줄기 때문입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인력이 많이 필요한 제조업이나 도소매업 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인구 감소세라면 일자리가 있어도 일할 사람이 없는 상황이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 거래 현장을 잡으려는 수진과 이형사는 ‘아이를 버리기 전 여자를 먼저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를 주제로 다투기도 한다. 아이를 버릴 환경을 만들지 말자는 호소이기도 하다. (사진=CJ ENM)


한국경제학회는 최근 한 논문을 통해 2050~2060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9%에 그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작년 한국 GDP가 전년대비 2.6% 성장했으니 한 30년 후에는 성장세가 3분의 1 수준에 머물게 되는 것입니다. 매년 연봉 증가율이 9%였던 직장인이 3%로 깎일 때 충격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별 효과는 없는 모양입니다. 단순히 출산장려금을 얼마 더 준다고 해서 자녀 계획이 없는 가정이 아이를 낳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영화를 보면 하나의 해결책이 보입니다. 바로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난임 부부들입니다. 지금도 시행하고 있지만 난임 부부들에 대한 지원 확대나 기술 개발이 실질적인 자녀 대책이 될 수 있겠습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게 무서운 ‘헬조선’에서 가정, 가족의 중요함을 일깨우는 노력도 필요하겠죠. 물론 내집 마련, 주거 안정, 사교육 등 실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나오길 꼭 고대하겠습니다.

인구절벽과 인구위기라는 흉흉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사랑을 받으며 태어난 아이들에게 영화의 명대사를 그대로 전하며 축복하고 싶습니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영화 평점: 3.5점, 경제 평점: 2점(5점 만점)]

영화 ‘브로커’ 포스터.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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