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택시 잡기가 참 어렵다. 택시호출 애플리케이션을 여러 개 돌려봐도 심야시간대 ‘택시 대란’은 피할 수 없는 모습이다. 택시를 잡기 위해 1시간 대기는 기본이며, 택시가 도통 잡히질 않아 평소 요금의 2~3배 이상의 프리미엄 택시를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하는 이들도 있다.
심야에 택시를 잡을 수 없다는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이데일리는 17일 서울 성동구 인근 기사식당과 법인택시 차고지에서 택시기사들을 만나 실태를 들어봤다. 택시 기사들은 “택시는 있는데 현장에서 뛸 기사가 없다”며 “거리두기 해제 이후 손님은 늘어나겠지만, 택시 대란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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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들의 이탈은 코로나19로 전반적인 수입은 줄어든 반면, 비대면·초단기 일자리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7년째 법인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이모(49)씨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하루에 6만~8만원 밖에 벌지 못했다”며 “사납금(서울 법인택시 평균 10만~15만원)도 내기 부족한데, 어떻게 버티느냐”고 토로했다. 10년째 택시를 운행하는 최모(65)씨도 “요즘 배달기사들이 돈을 더 잘 벌지않느냐”며 “우리처럼 술 마신 승객들과 부딪힐 일도 없고, 혼자서 일해도 돈을 더 잘 버는데 다시 돌아오겠느냐”고 반문했다.
진상 승객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나 ‘워라밸’ 문제로 심야시간대 운행을 꺼리는 기사들도 있었다. 퇴직 후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67)씨는 “예전에는 심야시간대에서 새벽까지 운행해 많으면 한 달에 400만 가까이 벌었다”며 “지금은 손님도 없고, 술 취한 고객 대하기도 어렵고, 야간 운행은 피곤하기만 해 오후 8시면 퇴근한다”고 말했다.
택시 환경 열악…“임금구조 개편해 처우 개선”
문제는 거리두기가 완전히 풀려도 이 같은 현상은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택시기사로 20년 넘게 일했다는 김모(64)씨는 “2년 동안 코로나19 여파를 견디지 못해 택시기사 자체가 이미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거리두기 제한 이후 “영업제한 시간에 맞춰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 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지겠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임봉균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은 “일단 사납금이 너무 비싸고, 일한 만큼 기사들이 가져가는 돈이 적다”며 “예전 같았으면 기사들이 업계로 다시 돌아왔을 텐데 떠나간 기사들이 화물업이나 배달 쪽 일을 해보니 임금이 훨씬 좋아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운송원가를 따져서 임금 구조를 개선하고, 택시 요금 체계를 개편해 기사 처우를 개선하는 유인책을 펼쳐야 궁극적으로 택시 대란이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