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당초 3~5년내 해소토록 강제할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의 경우 처분 명령을 뺐고, 비환상형 출자는 최소 20여개 개별기업에만 출총제를 적용키로 한 발 물러섰다.
자발적으로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기업에게 세제 등 인센티브를 주고 지주회사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도 병행해 당근과 채찍을 함께 주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 소급적용 뿐 아니라 제도 자체에 대한 부처간 이견이 여전하고 세제 인센티브에 대해서도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어 정부안이 도출되기 까지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뿐 아니라 국회내에서도 순환출자 금지에 출총제까지 유지되면 이중 규제가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위의 이 같은 마지막 카드가 확정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해도 "강제 매각 안해"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8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강연에서 "환상형 순환출자는 상호출자의 탈법적 형태라는데 대체로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며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를 강행할 방침임을 재확인했다.
권 위원장은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의 적용대상에 대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이라고 밝혔다. 현행 상호출자제한 적용대상과 같은 58개 그룹이 그 대상.
이중 총수가 있으면서 이미 환상형 순환출자가 형성된 그룹은 18곳이며, 출자 규모가 적은 3곳을 제외하면 총 15곳이 순환출자 금지 소급 적용시 집중 타겟이 된다.
삼성과 현대자동차(005380), SK(003600), 롯데, 한진, 현대중공업, 한화, 두산, 동부, 현대, 대림, 동양, 현대백화점, 영풍, 한솔그룹 등 15곳에 출자규모가 적은 코오롱, 태광, 현대산업개발까지 합치면 18곳이다.
공정위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에 대한 방향은 확정하고, 기존 출자에 대해서는 강제 매각보다는 의결권 제한이나 자발적인 해소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권 위원장은 "기존에는 3~5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해소하는 방안을 생각했지만, 지분 해소에 강제 규정이 없다면 유예기간이 필요없을 것"이라며 강제 지분 매각 방침을 철회했음을 시사했다.
◇비환상형은 출총제 유지.."최소 20개 개별기업만 적용"
피라미드형, 방사형 등 비환상형 출자 규제에 대해 고심하던 권 위원장은 최소 20개 중핵기업에만 출총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마지노선으로 잡았다.
당초 공정위는 출총제 적용 그룹(자산총액 6조원)의 자산 2조원 이상 중핵기업에 출자를 제한해 출총제 기업을 현행 343개에서 30개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권 위원장은 여기서 나아가 출총제 적용 그룹의 자산총액 규모를 6조원에서 10조원으로 완화할 수 있다고 한 발 더 물러섰다.
즉, 비환상형 출자의 경우 그룹의 자산총액이 10조원이고 그중에서도 자산이 2조가 넘는 중핵기업에만 출총제를 적용, 출총제 적용 대상 회사 수를 20여개로 줄일 수 있다는 것.
공정위가 출총제 적용 대상 기업을 최대한 줄임으로써, "현행 출총제보다는 기업의 부담을 덜겠다"는 당초 약속에 대한 명분을 세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센티브· 지주회사 요건 완화 `병행`
권 위원장은 악성 출자는 규제하되, 세제 인센티브나 지주회사 요건 완화와 같은 회유책도 병행할 방침이다.
그는 "대안 마련시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과 인센티브 부여방안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며 "지주회사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도 병행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가 요구하고 있는 지주회사 지분율 요건 완화와 관련해서는 "의원 입법이 발의 돼 있다"며 "필요하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지분율 요건 완화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내비쳤다.
채수찬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주회사의 자회사 주식 보유기준을 비상장 계열사 50%에서 40%, 상장 계열사 30%에서 20%로 각각 10%포인트씩 완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부처협의 · 국회통과 `산 넘어 산`
공정위가 이 같은 출총제 대안을 구상하고 있지만, 이대로 정부안이 확정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 등 관련 부처간 이견이 여전하기 때문.
권 위원장은 부처간 환상형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금지 방안에 대해 합의하지 못한데다 출총제 유지 방침에는 부처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당근으로 내건 세금 인센티브조차 재경부에서는 "과세형평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권 위원장은 "당과의 협의는 더 어려울 것 같다"며 "국회의 의견은 스팩트럼이 넓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