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 표정으로 주총장 떠난 ‘유한양행 창업주 친손녀’ 유일링[화제의 바이오人]

2022년 유한재단 이사직 배제 당시에도 침묵했던 유 이사
이례적으로 귀국해 주총 참석…회장직 신설 우려 때문일 듯
“국민들은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
  • 등록 2024-03-17 오후 6:59:17

    수정 2024-03-17 오후 6:59:17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유한양행(000100)의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의 53주기 추모일인 지난 11일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가 귀국했다. 유일한 박사의 유일한 친손녀인 회장직 신설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이례적으로 지난 15일 열린 유한양행의 정기 주주총회에도 참석했다. 끝까지 자리를 지켰던 그는 결국 “국민들은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며 굳은 표정으로 주총장을 빠져나갔다.

지난 15일 유한양행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 (사진=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유 이사는 2022년 유한재단 이사직에서 배제된 이후에도 유한양행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 일례로 유 이사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유한양행에 대해 “할아버지의 열정과 철학에 동의하고 실천하는 분들이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었다. 그러던 그가 최근 “‘기업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사회와 종업원의 것’이라는 당신의 경영철학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말씀하셨을 것”이라고 태도를 바꾼 데에는 회장직 신설 안건의 영향이 상당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유한재단은 유일한 박사가 1936년 회사를 종업원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본인의 직계가족들은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재단 이사회에만 참여하도록 한 곳이다. 특히 유한재단은 유한양행의 최대주주(지난해 말 지분율 15.8%)로 유한양행 경영진을 견제하는 균형 장치로서 의미도 있다.

이러한 견제 장치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시점은 2022년 이정희 유한양행 전 대표이사 사장이 유한재단 이사로 들어오고 유 이사가 유한재단 이사로 재선임되지 않았을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유한재단은 이사회 이사 10명 중 6명이 유한양행 전·현직 임직원으로 채워져 있다.

유 이사는 유한양행 주총에서 주주로부터 발언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전하고자 하는 말은 할아버지의 경영 철학이 계속돼야 한다는 것뿐”이라며 “모든 것에 대한 평가는 진정성(integrity)과 좋은 지배구조(governance)인지 여부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소 원론적인 말이지만 우회적으로나마 회장직 신설에 대한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주총 내내 회장직 신설을 두고 주주들 간에 격론이 펼쳐졌지만 표 대결까지는 가지 않았다. 해당 안건은 일괄 동의를 구하는 방식으로 처리됐다. 해당 안건은 출석의결권수의 3분의2 이상과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1 이상의 찬성으로 원안대로 통과됐다. 약 95% 찬성률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주총이 끝나자 회사 측 인물들도 유 이사 주변에 모여 인사를 나눴다. 그 중에는 회장 직제 신설에 적극 찬성한 유한양행 OB도 있었다. 유 이사는 OB에게 “난 당신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당신이 내 기분을 아는가. 내 말을 다 들었다면 내가 어떤 심정일지 잘 알 것”이라는 말을 남긴 후 주총장을 떠났다.

이에 회사 측 관계자는 “유 이사가 미국에서 오래 거주해서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유일한 박사가 돌아가실 때 유 이사는 8살(만 7세)이었다. 유일한 정신을 더 잘 아는 것은 회사를 수십년 다닌 임직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 이사는 유한양행 경영에 참여한 적은 없지만 90년대에 한국에 들어와 유한양행 신입사원들에게 무급으로 영어를 가르친 일이 있다. 유일한 정신에 대해 좀 더 배우기 위해서였다. 유 이사는 이렇게 인연을 맺은 직원들과 오랫동안 소통해왔기 때문에 회사의 상황에 대해 충분히 전해듣고 파악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일한 정신이란 과연 무엇일까. 유일한 박사는 항상 “회사의 주인은 개인이 아니다. 그 회사를 키워준 사회다”라고 얘기했다. ‘기업 활동을 통해 얻은 이윤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신조를 지닌 그는 국내 최초로 종업원지주제를 채택하고 1969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정착시켰다.

이후 그는 유언을 남겨 손녀 학자금과 딸 유재라 씨에게 유한중·공업고등학교 일대의 땅 5000평을 제외하고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유 씨는 물려받은 땅을 ‘유한동산’으로 조성해 청년 학생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했으며, 1991년 세상을 떠나면서 200억원대에 이르는 본인의 전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며 2대에 걸친 전재산 사회 환원을 실천했다. 또 유일한 박사로부터 학자금 1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320만원)를 물려받은 유 이사는 유일한 정신을 이어갈 연구재단을 설립했다.

◇유일링(한국이름 유은령) 유한학원 이사 약력

△196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생

△예일대 심리학 학사

△예일대 MBA

△미국서 마케팅 컨설팅사 운영

△애리조나 사격학교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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