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잘'보다 '어떤 의미냐'가 더 중요해졌다"(인터뷰)

[화통토크]작곡가 김형석 인터뷰
  • 등록 2015-10-26 오전 10:05:46

    수정 2015-10-26 오전 10:05:46

작곡가 김형석 인터뷰(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박미애 기자]‘깃털권위자’ 작곡가 김형석이 MBC 예능 ‘일밤-복면가왕’에 판정단으로 출연하며 새롭게 얻은 별명이다. 그의 예측이 번번이 틀린 데서 붙여졌다. 의도치 않게 ‘허당’ 매력을 발사하며 작곡가 권위를 내려놓은 덕분에 대중과 친해졌다.

지금은 ‘깃털권위자’로 불리고 있지만 김형석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의 작곡가다. 1989년 활동을 시작해 지난 26년간 1000곡 이상의 곡을 만들며, 대중음악의 중심에서 벗어난 일이 없는 독보적인 작곡가다.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이름인 김광석의 ‘사랑이라는 이유로’ 알앤비 대중화를 이끈 솔리드의 ‘이 밤의 끝을 잡고’ 국민가수 김건모의 ‘아름다운 이별’ 임창정 ‘그때 또 다시’ 성시경 ‘내게 오는 길’ 신승훈 ‘아이 빌리브’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김형석은 최근 대형마트 이마트와 손을 잡고 ‘뮤직의 발견’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재 양성 및 지원에도 힘써 음악계의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작곡가 군단을 대거 론칭시키면서 음악 산업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조짐이다. 앞으로 중국에서 한중합작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아이돌’ 시즌 2를 준비하는 등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다. ‘복면가왕’에 출연하는 것 외에도 본업인 작곡과 프로듀싱, 2008년 설립한 실용음악학원 케이노트뮤직를 운영하며 음악지망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의 2016년은 더욱 활기가 넘칠 전망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김형석을 만나 그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복면가왕’·‘슈퍼아이돌’ 방송 출연뿐 아니라 작곡 및 프로듀싱 본업 활동과 케이노트 운영 등 하는 일이 많다. 그중에서도 대형마트 이마트와 진행하는 프로제트가 튀는 것 같다.

△지금의 K팝은 아이돌 음악이 주류다. 마이클 잭슨이 인기였을 때 다 잭슨 같은 음악을 했었고 홍콩 누아르 영화처럼 아이돌 음악 중심의 K팝도 언젠가 그 수명이 다할 거라 생각한다.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중요한데 이마트와 의기투합한 건 그런 측면에서 접근했다. 케이노트를 비롯해 실용음악과가 많고 여전히 생기고 있지만 졸업하면 아이(학생)들이 정작 갈 데가 없다. 큰 문제다. 교수들과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트의 매장을 활용해 음악 하는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기업의 사회 환원 문화에 적합해 이마트에 받아들여졌고 2년 전에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마트 매장이 음악을 제공하는 방송 미디어 역할을 하는 거다. 매장에 공연장을 만들어서 버스킹을 하는 계획도 있고, 수 개월 전에 이마트뮤직 어플리케이션을 론칭했는데 이를 통해 음악지망생 등 숨은 인재들이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얻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이를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인가. 대기업과 손을 잡은 것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도 있을 텐데.

△내가 얻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마트 뮤직프로듀서로서 중간 역할을 할 뿐이다. 이를 통해 얻는 수익금은 전액 음악을 만든 이에게 준다. 나와 이마트는 10원도 갖지 않는다(웃음). 그냥 학생들에 대한 고민과 재미에서 출발한 일이다. 좋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제작이든 할 수 있다.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20~30대 젊었을 때에는 음악을 잘 만드는 게 중요했지만 지금은 어떤 의미로 음악을 만드느냐에 대한 책임이 더 커졌다.

-이달 초 종방한 한중합작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아이돌’이 중국에서 큰 인기였다. 시즌 1의 인기로 시즌 2를 제작하는데. 작곡가로서 또 프로그램 참여자로서 중국의 대중음악과 관련해 어떤 것을 느꼈나.

△‘슈퍼아이돌’의 첫 방송이 온라인 상에서 클릭수가 1억4000만 건을 기록했다. 합중합작 프로그램으로는 거의 톱이라고 하더라. 중국에서는 문화산업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고, 문화적으로도 공통점이 많고 거부감이 덜한 K팝이 큰 이슈다. 청소년들이 K팝에 대한 관심이 엄청난데 청소년들을 가르칠 교육기관이나 전문학원이 없는 거다. ‘슈퍼아이돌’이 뜨면서 케이노트가 주목을 받았고 그러면서 중국으로부터 여러 가지 제안을 받고 있다.

-중국에서 한류가 뜨면서 다양한 합작 프로젝트 및 콘텐츠가 생겨나고 일부에서는 우리의 축적된 노하우를 빼앗기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가 무엇을 우려하는지 잘 알고 있다. 실제로 내가 겪어보니 아이들이 스폰지가 물 빨아들이듯 실력이 는다. 반응 속도가 엄청 빠르다.

어차피 우리가 노하우를 전수하지 않아도 인터넷으로 다 배운다. 차라리 우리가 브리지 역할을 잘 해서 양국 간의 관계를 두텁게 하고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유통이 아닌 문화적인 교류를 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거부할 수 없는 시장이다. ‘슈퍼아이돌’의 가장 인기 많은 친구의 팬 수가 2700만명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반이다. 숫자의 개념이 다르다.

작곡가 김형석 인터뷰(사진=방인권 기자)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재능과 감각은 우리가 앞선다. 기획사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스케일이 다르기 때문에 교육이라든가 문화예술 분야에 대해서는 힘을 모아서 파이를 키워서 대응하고 성과에 대해서는 쉐어하는 방식으로 프레임을 새롭게 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힘을 합치지 않으면 그들의 어마한 자금력, 마케팅, 인해전술 등에 대응하지 어렵지 않을까.

-26년간 꾸준히 활동을 하면서 정상의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려움은 없었나. 한국 대중음악계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서 K팝의 미래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해 달라.

△음악적인 일을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몇 년 전에 기획사를 설립했던 적이 있는데 기획사를 운영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더라. 송충이는 솔잎만 먹어야 한다고 음악 외적인 일을 할 때 가장 힘들었다.

한류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 같지만 아이돌 중심의 K팝은 4, 5년을 넘기기 힘들 것으로 본다. 폄훼하는 게 아니라 패션이나 마케팅 같은 음악 외적인 부분들을 따라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갈 길은 기획상품이 아닌 작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어셔나 크리스 브라운을 단순히 상업적인 맥락으로만 보지 않는 것도 그들이 자기 음악을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싱어송라이터가 각광을 받는 등 우리가 방향을 잘 잡았는데 K팝이 그런 식으로 업그레이드돼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곡가 김형석은…1966년 전남 해남 출생으로 1985년 한양대 작곡과를 졸업했으며 1989년 인순이의 ‘이별연습’으로 작곡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그의 곡이 1000곡 이상이 등록돼 있는 한국 대중음악계의 대표적인 작곡가다. 배우 서진호와 결혼해 아이를 하나 뒀다. 2012년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 등 작곡가로 많은 상을 받았으며 현재는 케이노트뮤직아카데미 공동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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