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앞둔 `그린스펀` 화려한 성적표

사상최대 경상적자와 집값 거품은 후임자 `숙제`
  • 등록 2005-08-19 오후 3:54:19

    수정 2005-08-19 오후 3:54:19

[이데일리 강종구기자] 무려 18년이란 긴 세월동안 미국 중앙은행 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게는 수많은 영예로운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경제대통령` 거시경제의 마술사` `통화정책의 마에스트로(거장)` 등...

마치 풀기 어려운 암호처럼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더 유명한 마에스트로 그린스펀은 내년 1월 퇴임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6월 5년 임기의 연준 총재에 재선임됐지만 92년 2월부터 이어진 연준 이사 임기가 만료되면서 연준의장으로서 5번째 임기도 자동 종료된다.

연준 의장으로서 그린스펀의 종합성적표는 어떤 선임자와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출중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 주택시장 거품 등은 `포스트 그린스펀` 시대 미국 통화정책에 남겨진 숙제가 될 전망이다. 

◇ 안정성장과 물가, 두마리 토끼를 잡다

그린스펀 집권 기간동안 미국은 가장 안정적인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을 누렸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그린스펀 재임기간인 87~2004년중 미국의 매년 경제성장률은 이전과 다음연도를 포함한 3년간의 평균치 대비 ±1%포인트를 넘지 않았다. 경기의 급격한 과열이나 냉각이 없었던 셈이다. 또 근원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치 대비 ±0.5%포인트에 불과했다.

그린스펀 이전시대는 어땠을까. 경제성장률은 평균치 대비 ±4%포인트로 들쭉날쭉했다. 물가상승률도 평균치 대비 ±1.5%포인트에 달했다.

미국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은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제고통의 2요소인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을 더한 `고통지수`는 임기초 10.2%에서 지난해 8.0%로 2.1%포인트 떨어졌다. 다만 개선폭은 직전 선임자인 폴 볼커 의장이 -7.4%포인트(17.6%->10.2%)가 워낙 출중해 따라잡기 역부족.

그린스펀의 위대함은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에서 잘 드러난다. 그 확실한 증거는 재임중 경제침체기간이 가장 짧았다는 것이다. 90년 7월부터 8개월과 2001년 3월부터 8개월을 포함해 18년5개월중 16개월에 불과하다.

70년대말 임기를 1년반도 못채운 윌리엄 밀러 의장을 빼면 역시 직전 의장인 볼퍼가 22개월로 2위. 그러나 볼커시절엔 81년 7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매우 긴 침체기가 있었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 것도 그린스펀 영향이 컸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물가안정이 필수라는 인식을 심어줬고 예측가능한 통화정책을 실천했다.

연준이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발표문을 내기 시작한 것은 94년 2월부터다. 그 전에는 시장에서 연방기금금리(FFR)이 변하는 것을 보고 결정내용을 추정했다. FOMC 의사록도 93년부터 공개됐다.

◇ 그린스펀도 어쩌지 못한 두가지, 경상적자와 `거품`



천하의 그린스펀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막지는 못했다.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해 사상 최대. 올해는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계부채는 GDP의 0.9배에 달한다. 역시 사상 최대수준으로 저금리정책이 부른 과소비가 빚어낸 의 대표적인 부작용중 하나로 꼽힌다.

또 90년대말 나스닥 열풍으로 대변되는 주식시장 거품과 2000년대초의 거품붕괴, 최근의 집값 급등도 오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린스펀은 지난해 6월 연속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있지만 집값은 여전히 오르고 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주가거품 붕괴이후에 정책금리를 사상 최저인 1%로 낮추고 장기간 이를 지속하는 바람에 최근의 집값 거품이 유발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다른 전문가들은 성장률과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의 거품을 용인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린스펀의 오점은 그대로 후임자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가계부채의 증가로 인한 세계경제의 불균형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인물이 그린스펀의 뒤를 이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또 유럽과 일본 경제가 살아나면서 미국 달러화 약세가능성이 커졌고 그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도 증대될 전망. 여기에 국제유가의 상승도 후임자의 어깨를 짓누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린스펀의 후임자는 임기초 주가, 환율, 금리 등의 급등락을 각오해야 할 판이다. 그린스펀의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심지어 윌리엄 풀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는 앞으로 몇년간 연준의 물가안정 능력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취약해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미리부터 기죽을 필요는 없다. 그린스펀도 새내기 의장시절 시장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그린스펀 취임 1년후 S&P500지수는 무려 17.5% 하락했다. 앞선 세 명의 의장때는 모두 7% 이상 주가가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볼커 의장때는 11.3% 급등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1년동안 1.0% 상승해 다른 의장의 취임후 1년(0.9~1.2% 상승)과 비슷하다. 그러나 미국 달러화의 명목가치(실효환율 기준) 6.2% 하락해 3명 선배들의 취임초기와 비교해 그 폭이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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