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제약업계 '리베이트' 발목잡기 언제까지?

10년전 문제 다시 들춰내는 상황 반복
업계 '환골탈태' 자구책 시행 중
"리베이트 하려면 목숨 걸어야" 인식
리베이트 대신 신약개발·글로벌화 화두로
  • 등록 2018-06-13 오후 3:26:45

    수정 2018-06-13 오후 3:26:45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이제는 리베이트를 하려면 옷 벗을 각오를 해야 하는 분위기가 완전히 자리잡혔습니다. 현 시점에서 과거를 문제 삼으면 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제약사는 단 한 곳도 없을 겁니다. 글로벌 진출, 신약 개발 등 앞만 보고 가기에도 벅찬 상황인데, 과거 문제로 발목 잡으려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이 지난 12일 불법 리베이트 제공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은 후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자조섞인 한숨이 나오고 있다. 강 회장은 2007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회사 자금 총 736억원을 횡령하는 한편, 부산지역 의료기관 21곳에 979차례에 걸쳐 리베이트 62억원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다.

재판에서 다뤄진 기간은 약 10년이지만, 대부분 혐의는 2007년부터 2010년 사이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쌍벌제(2010년 시행)와 투아웃제(2014년 시행) 등 강력한 리베이트 근절책이 마련되기 전의 일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전신인 동아제약은 전국 1400여곳 의료기관에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2013년 대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당시에도 2008년 전후에 있었던 일이 문제가 됐다. 이번 건과 판결 내용과 장소만 다를 뿐 리베이트가 행해진 시기는 비슷하다.

동아제약은 이후 동아쏘시오홀딩스라는 지주사를 설립한 후 각 계열사를 전문경영인이 책임경영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아쏘시오그룹의 각 계열사는 그 이후 실적 감소를 무릅 쓰고 클린 영업을 하는 회사,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로 탈바꿈했다”며 “하지만 이번 오너 구속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리경영은 비단 동아쏘시오그룹의 얘기만은 아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해 윤리경영 국제표준인 ‘ISO 37001’ 도입을 결의, 현재 7개 회사가 인증을 마친 상황이다. ISO 37001는 회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보다 지켜야할 것이 훨씬 많고 전 직원이 참여해야 하는 만큼 윤리경영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인증과 운영에 적지 않은 비용도 든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ISO 37001을 도입하는 이유는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리베이트 등 오명을 씻어내고 ‘깨끗한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국민 시선이다. 협회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리베이트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제약업계가 리베이트나 일삼는 집단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과거의 일을 지속적으로 문제삼으면 업계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는 잇단 기술수출 성공과 경쟁력 있는 신약 개발 등을 경험하면서 리베이트에 기댄 영업만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정부도 제약·바이오산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삼고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원책은 미래로 향하는데 또 다른 쪽에서는 지속적으로 과거를 문제 삼고 있는 모양새”라며 “이런 식이라면 리베이트 문제는 제약업계의 영원한 굴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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