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에)누가 누구를 탓하랴

  • 등록 2005-09-02 오후 3:02:00

    수정 2005-09-02 오후 6:33:38

[이데일리 문주용 경제부장] 지엽적으로도 보일, 언론 내부 문제를 거론한 것을 독자들은 이해해주기 바란다.

최근 국정홍보처가 각 부처에 내려보낸 언론지침을 갖고 언론사들의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이 지침은 대언론 홍보원칙과 취재지원, 응대 지침을 담은 `정책 홍보에 관한 업무처리기준`이다.

대다수 신문들은 언론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는데 한줄의 문구 때문이다.

"악의적 왜곡보도를 일삼는 언론매체와는 원칙적으로 별도의 특별회견을 갖지 않는 것은 물론 기고나 협찬도 하지 말 것"

이에 대한 언론의 비판중 하나를 보면,

"홍보처는 사법부 대신 `악의`와 `왜곡`에 대한 판단을 자신들이 도맡아 자기들이 악의적 왜곡이라고 도장을 찍은 미디어에 대해선 취재를 가로막겠다고 한다. `비판`을 `악의`로, `감시`를 `편파`로 몰고 싶어하는 것은 권력의 타고난 생리다."

어느 신문의 오늘아침 사설이다. 대부분 신문들이 이런 비판 일색이어서 굳이 특정신문 이름을 거론할 필요는 없겠다.

악의적 왜곡보도의 기준이 자의적이어선 안된다는 것은 맞는 얘기다. 이런 지침이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식으로 나타나서도 안된다는 지적에도 동의한다. 이 지침을 내려보낸 것이 역시 악의적 왜곡보도 사례와 관련있었던 것으로 보여, 지나친 대응이라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악의적 왜곡`에 대한 판단이 사법부여야 한다는데는 동의할 순 없다. 기사를 쓴 기자의 양심이 1차 판단 기준일 터다. 기사를 읽는 독자들도 판단의 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또 악의적인지 왜곡인지, 기사의 취재대상인 정부부처도 판단할 자격이 있다. 정부부처여서가 아니라 취재대상자였기 때문이다. 자신이 한 얘기가 정확히 전달됐는지 여부를 그 자신이 왜 평가할 자격이 없겠는가.

사법부가 결정할 문제라고 하는 것은 맞는 것같기도 하면서 틀린 말이다. 언론이 사법부 뒤로 숨어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한 적이 있지 않았나. 진실의 도피처가 사법부가 될수 없는데도 말이다.

현실에서 모든 진실 판단이 다 법정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가지도 않는다. 법정은 법적 판단만 하고, 진실 판단을 유보한 일도 꽤 있었다.

언론은 보도할 때에, 진실에 대해 확신을 가질 것이다. 또 공익이 더 큰 만큼 보도로 인한 취재원의 반발을 감수하겠다는 자세도 가질 것이다. 보도는 보도이고, 반발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닐게다. 반발이 취재원의 협찬거부로 나와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예컨대 대통령 발언을 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보수언론들이 기사는 기사고, 청와대 협찬은 협찬대로 받겠다 이런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협찬이나 기고거부는 취재원의 대항권 수준에서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 국민예산을 쓰는 정부부처가 취재원이라도 말이다.

이를 마치 `정부가 기사 배급제를 실시하겠다고 한다`는 식으로 비판하니, 그 역시 심한 왜곡이다.

이런 언론만의 문제를 굳이 시비하는 이유는 딴데 있다. 이번 정부 지침에서 비판적인 언론이 가볍게 지나친 또다른 문구 때문이다.

"정부 각부처는 언론의 정당한 취재행위에 대해서는 공평하게 취재의 기회를 제공하고, 출입기자 등록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특정언론사를 차별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이 조항을 대부분 신문사들이 당연한 문구 정도로만 봤을 터이지만, 이데일리는 기사 제목으로까지 부각시켰다. 정부가 그동안 신설 언론사, 또는 전문 언론사에 대한 문호개방에 수동적이었음은 물론이고, 마이너 언론사에 대한 차별도 서슴지 않았다는 점을 환기시키고 싶어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차별이 정부 부처의 자체 판단이 아니라, 메이저 언론의 횡포에 의해서 자행되어 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어서다. 언론이 언론 차별에 앞장섰고, 취재활동을 방해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5년여전부터 이데일리 같은 인터넷 언론이 탄생해 취재활동 범위를 넓혀나갔다. 하지만 취재현장에서 메이저 신문을 포함해 기존 언론들로부터 출입을 제한당하기도 했고, 기관장 기자회견장에서도 참석이 배제되기도 했었다.

경위를 확인하면 정부 홍보부서의 판단이 아니라 기존 메이저 언론사 기자들이 주도하는 기자실 판단일때가 꽤 많았다. 이는 정부부처 뿐만아니라 민간기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자는 이런 경우를 실제로 여러차례 당했다. "언론이 다른 언론의 취재활동을 방해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 언론이 언론의 취재를 방해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언론자유 침해가 어디있나"라고 항변해도 무위였다. 언론이 언론을 향해서 횡포를 부린 것이다.

정부도 말로만 `차별안한다`고 했을 뿐이다. 예컨대 지난해까지만 해도 청와대는 대통령의 중앙일간지 편집국장 간담회에 등록되어 있는 인터넷 언론을 초청하지도 않는등 구태의연한 잣대를 들이대왔다.

지금도 정부는 특별법까지 만들어 특정 언론을 보호하고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이 정책의 정당성도 재검토하고, 메이저 언론 눈치보기, 의존하기를 그만해야 한다.

언론은 비판할 의지만 중요한 게 아니다. 상대 취재원한테도 자유 재량의 대항권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다른 산업에 없는 특권을 내놓길 주저해서도 안될 일이다.

더 중요한 것은 언론 스스로 언론의 사명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다. 장난처럼 악의적 왜곡보도를 일삼지 말 것이며, 언론자유를 스스로 제한하지도 말아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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