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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폐지' 손 잡은 의사·간호조무사…눈물의 삭발(종합)

22일 여의도서 의사·간호조무사 대규모 집회
의사·간호조무사 "간호법은 악법…폐기하라"
이필수 의협 회장·곽지연 간호조무사 회장 '삭발'
의사 vs 간호사 갈등 점화…'파업 카드'도 만지작
  • 등록 2022-05-22 오후 5:08:21

    수정 2022-05-22 오후 10:10:24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간호사의 업무범위·처우개선 등을 담은 ‘간호법’이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하자 의사와 간호조무사들이 반발하며 거리로 나왔다.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장(왼쪽)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2일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간호조무사 공동 궐기대회’에서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용성 기자)
서울 도심서 손잡은 의사·간호조무사…“간호법 폐지”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간호조무사 공동 궐기대회’를 진행했다.

‘간호법 저지’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모인 의사·간호조무사 단체는 이날 집회 시작 일찍부터 버스를 대절해 전국 각 지역에서 속속 모였다. 이들은 이날만큼 가운 등을 벗고 ‘간호법안 철회하라’고 적힌 띠를 몸에 둘렀다. 손엔 ‘간호법의 독선 추진 의료체계 붕괴된다’는 피켓도 들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7000여 명이 모였다.

이들 단체는 간호법이 ‘직역 이기주의’가 담긴 법안이라며 간호법이 통과될 시 대한민국 보건 의료체계가 무너지고,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간호사 처우 개선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직역의 독립 법률인 간호법이 제정되면 현행 보건의료체계 붕괴를 초래할 수 있고,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외쳤다.

이날 이필수 의협 회장은 “지난 2년 4개월 동안 코로나19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켜낸 사람들이 간호사뿐이 아니다. 의사와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요양보호사를 포함한 모든 보건의료인이 온몸을 던져 헌신했다”며 “간호법 제정하겠다는 것은 헌신의 보상을 오로지 간호사한테만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의료 시스템은 모든 직역이 협업하는 ‘원팀’ 구조라 명확히 의료법으로 규정해야한다. 간호법이 의료시스템에 균열과 파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간호법이 최종 통과된다면 14만 의사와 85만 간호조무사를 포함한 보건의료 단체가 대대적인 총궐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장도 “간호법의 적용대상이 지역사회로 확대되면 장기요양 간호조무사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거나 간호사의 보조 인력으로 들어가게 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곽 회장은 “간호조무사와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들은 간호사에 비해 상대적 약자다”며 “이들 모두 간호사에게 자신들의 고유 영역을 뺏길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약자들의 눈물 어린 호소를 귀담아 달라”고 호소했다.

궐기 대회 말미에 이 회장과 곽 회장은 간호법 저지에 총력을 다하겠다며 삭발식을 진행하고, 이마에 ‘단결·투쟁’이 적힌 빨간 띠를 둘렀다. 이를 본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눈물을 보였다. 집회가 끝난 단체는 국회 앞으로 거리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간호조무사 공동 궐기대회’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추최 측 추산 7000여명이 모였다.(사진=이용성 기자)
의사 vs 간호사 갈등 점화…의료계 차질 빚나

그간 간호법을 둘러싸고 간호사 단체와 의사 단체 간 ‘기 싸움’을 벌이다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간호법이 통과되자 갈등이 폭발했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를 범위를 규정하고, 근무 환경과 임금 등 처우 개선을 위한 법안으로 대한간호협회(간협)이 1977년부터 추진한 숙원 사업이다. 그간 의료법에 따라 간호사의 업무가 ‘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고 규정돼 있었고, 처우도 열악했다.

그러나 최근 간호사들이 간호 보조 업무뿐만 아니라 요양시설 등에서 돌봄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등 의료기관 외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간호법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했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며 이 같은 움직임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간호법의 주요 내용은 △간호 요구자에 대한 교육·상담 및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과 수행,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건활동 △간호조무사가 수행하는 업무 보조에 대한 지도 등 간호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강화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애초 쟁점이었던 간호사의 업무 범위 규정은 의사 단체가 “간호사들의 의료행위를 합법화할 수 있다”고 반발하자 국회 보건복지위는 현행 의료법과 같이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규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의협은 현행 법 체계 안에서 간호사들의 처우를 충분히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인 중 독자적으로 간호사들만을 위한 법을 따로 제정할 필요가 없다며 간호법 자체를 폐기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협은 한번 간호법이 제정되면 나중에 법 개정 등으로 간호법에 추가 조항이 담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또 간호법이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다른 직군들로 하여금 독자적인 법 체계를 요구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반대 요인 중 하나다.

진료보조인력으로 업무를 수행 중인 간호조무사 역시 간호법을 ‘간호조무사 죽이는 법’이라고 간주하고, 간호법이 제정될 시 간호조무사의 일자리를 잃고, 간호사의 보조인력으로 지위가 악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간호법을 두고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 등 각각 최후의 수단으로 ‘파업’ 카드까지 꺼내며 대치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의사, 간호조무사 등 단체는 간호법이 통과되면 파업을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대한간호협회 역시 간호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파업에 나서겠다고 맞불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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