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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상금 3억원과 2장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출전권 그리고 중형 세단까지. 프로 13년 차 이태희(34)가 대박의 주인공이 됐다.
27일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마지막 4라운드. 혼전 속에 우승 경쟁이 펼쳐졌다.
이태희는 조용히 우승에 다가섰다. 14번홀(파4)에서 승부를 걸었다. 이 홀은 전장이 311m 밖에 되지 않는다. 그린 공략에는 두 가지 옵션이 있다. 페어웨이가 2개로 나눠져 있어 공격적으로 그린을 노리거나 혹은 페어웨이 우측으로 안전하게 공략해야 한다. 선택의 기로에서 이태희는 과감하게 그린을 노렸다. 쭉 뻗어 날아간 공은 그린에 멈췄고 이글 기회로 이어졌다. 침착하게 퍼트를 한 이태희는 이글이 빗나갔지만, 버디를 성공시키며 이정환(27)과 공동선두를 이뤘다.
이후 우승 경쟁은 더 치열했다. 이태희가 달아나면 이정환이 추격했고, 이정환이 앞서 나가면 이태희가 물고 늘어지는 명승부가 연출됐다.
이태희는 유명세에 비해 우승이 적었다. 2015년 넵스헤리티지에서 데뷔 10년 만에 첫 승을 신고한 게 유일한 우승이었다. 지난해 5월에는 카이도 드림오픈에서 2타 차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18번홀에서 더블보기를 해 연장으로 끌려갔다가 김우현에게 역전패를 허용하기도 했다. 그 뒤 이렇다 할 우승 기회가 없었다.
이태희의 골프인생은 바꾼 건 아내 덕이다. 2016년 시즌을 끝낸 뒤 사귀던 여자친구 권보민(30)씨와 결혼했다. 아내 권씨는 스포츠매니지먼트사에거 프로골퍼들의 매니저로 근무하다 이태희와 결혼한 뒤 직장을 그만뒀다. 그리고 그는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매니저가 됐다.
이태희에게 아내는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더욱이 프로골퍼의 삶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더 큰 힘이 됐다.
이태희는 지독한 연습벌레였다. 데이트를 하다가도 운동할 시간이 되면 지체 없이 연습장으로 달려갔고, 연습에 몰두하다 아내를 바람맞히기도 했다. 아내 권씨의 눈에는 그런 이태희가 믿음직스럽게 보였다.
골프를 포함해 스포츠 선수들에겐 ‘기저귀 효과’(Nappy Factor)라는 게 발생한다. 심리학자들은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선수에게 심리적 격려, 책임감, 행복감을 안겨 줘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아빠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를 이렇게 분석하고 이를 ‘기저귀 효과’로 부르고 있다. 아빠가 된 이태희에게도 ‘기저귀 효과’가 찾아왔다. 이태희는 “믿고 기다려주신 부모님과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태어난지 100일 된 아들에게 고맙다”며 “우승했습니다”라고 크게 외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태희는 우승으로 상금 3억원과 함께 10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CJ컵@나인브릿지와 내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팰리세이즈에서 개최되는 제네시스오픈에 출전할 수 있는 티켓을 받았다.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중형세단 제네시스 G70까지 보너스로 챙겨 대박의 꿈을 이뤘다.
단독 선두로 출발한 이정환은 이날 2타를 잃어 2위(5언더파 283타)에 만족했고, 김성용(42)이 3언더파 285타를 쳐 3위에 올랐다. 김형성(38)과 정한밀(27)이 공동 4위(2언더파 286타), 디펜딩 챔피언 김승혁(32)은 이상희(26), 황중곤(26)과 함께 공동 8위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