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독립전쟁)⑥돈줄을 찾아라

정부 예산으로 베팅자금 지원중..''줄이자'' vs ''늘리자'' 논란 팽팽
  • 등록 2006-12-13 오후 1:21:09

    수정 2006-12-13 오후 1:21:09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주개발율은 5%가 안된다. 한해동안 쓰는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자원이 100이라면 이중에서 우리가 국내외에 확보한 유전과 가스전에서 나오는 우리 몫의 에너지는 5도 안된다는 뜻이다.

반면 이탈리아는 45, 프랑스는 88이다. 사실 이들 국가들은 '자주개발율'이라는 감성적인 용어나 개념 자체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립도가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돈 문제'로 귀결된다.

우리나라의 모든 기업들이 한해에 석유와 가스 개발에 투자하는 돈을 다 합치면 약 6억달러. 그러나 메이저 석유회사들은 한개 기업의 한 해 투자금액이 100억달러를 넘는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규모가 작은 나라들로 내려와도 한 해 투자금액은 50억달러나 된다.

민간기업들이 석유개발 사업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것도 이 같은 '돈 문제'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탐사정의 사업성공확률은 15%, 생산정은 80%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우리나라는 생산기술이 취약해서 비교적 안정된 생산정 투자에도 실패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기업들이 자체 자금으로 특정 광구의 탐사·개발 사업에 올인한다면 아무리 애국심의 발로라고 해도 뜯어말려야 할 형편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떤 돈으로 해외 석유개발에 나서고 있을까.

각 기업들의 투자 규모에 따라 사정이 다르지만 규모가 큰 경우는 절반 정도의 자체자금과 정부융자를 활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정부의 융자 방식이다.

'성공불융자'로 불리는 이 자금지원 방식은 돈을 빌려서 해외 유전투자에 쓰되, 실패하면 갚지 않아도 되고 성공하면 높은 이자를 물려서 회수하는 방식이다.


▲ 석유공사와 일반기업들의 에너지특별회계 융자현황
비교적 성공확률이 낮은 탐사단계의 유전·가스전에 투자할 경우는 전체 자금의 80%까지 성공불융자 방식으로 빌려준다. 석유공사는 국영기업 우대 차원에서  이 비율을 100%로 높여줬고 정유사는 90%까지 융자를 내준다. 만약 성공해서 융자금을 상환할 때에는 연 2.75%의 이자와 성공수수료에 해당되는 15%(80%를 융자할 경우 12% 수준)의 특별부담금을 내면 된다.

80%를 융자 받아 탐사광구를 사들인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실패할 경우 전체 투자자금의 20%만 포기하면 되기 때문에 충분히 모험을 걸어볼만한 동기가 생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자금 지원 방식을 놓고 업계에서는 서로 다른 불만과 개선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세금 걷어다 대기업에 특혜..빌려만 가고 상환은 쥐꼬리"


▲ 2004년 석유개발사업 정부융자 현황(만달러)
우선 이런 성공불융자제도가 예산낭비에 가깝고 기업들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이다. 성공불 융자규모나 비율을 줄이라는 목소리다.

산업자원부 자료를 보면 석유개발과 관련한 성공불융자 규모는 84년 이후 작년까지 121개 사업(112개 광구)에 1조6549억원이 나갔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성공하거나 상업생산이 가능해 상환한 경우는 23건, 3035억원이며, 석유개발에 실패해 전액감면 받은 것도 45건에 3196억원이다. 나머지는 아직 진행형인 프로젝트들이다.

2000년 이후에는 SK가 6302만달러, 대우인터내셔널이 6182만달러를 빌려가는 등 총 1억7595만달러가 나갔으나 상환은 717만2000달러에 그쳤다. 물론 탐사사업의 성패가 확인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금 운용이 효율적이라고 보기엔 불안한 상황이다.

특히 국제유가가 오르면 유전에 투자한 기업들의 이익이 급격히 커지지만 성공불 융자의 상환시 성공수수료는 빌린 돈의 12~15%로 고정되어 있어 기업들의 인센티브과 너무 과한게 아니냐는 질투어린 시선들도 늘어나고 있다. 


▲ 2000년 이후 성공불융자 회수 현황 (단위 : 천달러)

반면 성공불융자의 수요처인 기업들은 융자규모가 적은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 정부가 한해에 해외 유전개발의 성공불융자를 위해 책정한 금액은 2600억원 가량이지만 그 돈을 10여개 기업이 나눠쓰다보니 늘 신청한 액수보다 적게 나온다는 불만이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규정상으로는 탐사비용의 80%까지 빌려주기로 되어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신청기업이 적어서 기금이 남을때의 이야기고 요즘처럼 경쟁률이 심할때는 비용의 절반도 못받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석유공사처럼 규모가 큰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기업이 거액의 성공불융자를 신청할 경우 단숨에 융자기금이 바닥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높다.

◇"석유사업기금 거둬다 뭐하나..턱없이 부족한 융자규모"

이런 불만의 이면에는 원유를 수입할 때 리터당 14원씩 떼어서 조성하는 석유기금이 석유개발과는 무관해보이는 엉뚱한 곳에 쓰이면서 정작 해외자원개발에 사용할 자금이 줄어들었다는 불만도 스며있다.

지난해 에너지특별회계 예산 2조1660억원 가운데 1조 4000억원 가량은 석유수입부과금에서 거둬들인 돈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해외자원개발 융자에 쓰인 돈은 2580억원으로 12%에 불과했다. 반면 연탄 구입시 지원하는 탄가안정보조금과 폐광대책 예산으로 2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지원됐고 재생에너지 사업에 3000억원, 광업육성자금에 630억원이 쓰였다.

석유사업기금은 유가 안정을 위해 지난 1977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했으나 80년대 중반 국제원유가 하락으로 기금이 남아돌자 다른 부처에서 이 자금을 전용하기 위한 로비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1995년에 이 기금을 '에너지특별회계'라는 이름으로 개편하면서 해외자원개발기금과 가스안정기금, 석탄안정기금, 석탄산업육성기금을 통합했다.

95년에 에너지특별회계가 설치될 때 인계된 자산의 89%는 석유사업기금. 결국 부실한 다른 기금을 석유사업기금으로 메우기 위한 편법이었다.

95년부터 2004년까지 석유와 가스부문에 투자된 금액은 2조8천억원으로 투자금의 26.0%에 지나지 않았지만 석탄산업에는 4조9000억원이 투자되어 45.5%를 차지했다. 석유업계 입장에서보면 예산의 대부분을 내면서 지원금은 석탄업계보다도 적게 받는 억울한 입장인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에너지 자주개발율을 2013년까지 18%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어떤 방식으로 어떤 자금을 투입해서 하겠다는 계획은 전혀 없다"며 "석유사업에서 조성된 기금을 다른 곳으로 전용하는 관행이 계속되는 한 효과적인 해외 자원개발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에너지특별회계 집행실적
◇ '시중의 떠도는 돈' 에너지 개발로 쓰자 

석유업계는 원유를 수입할 때 떼어가는 석유개발기금을 석탄산업 지원에 쓰는 게 못마땅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걷을 수 있는 곳에서 돈을 걷어, 써야 할 곳에 쓰는 게 일인 정부의 입장에서는 석탄산업이나 대체에너지 분야 지원금을 무작정 석유개발로 돌려 퍼부을 수는 없는 일이다. 석탄산업 지원도 나름의 이유가 있으므로 석유기금이 안된다면 별도의 예산계정에서라도 써야 할 돈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독립도 절실하고 메이저 석유회사도 키워야겠는데, 당장 투자할 돈은 없다. 이런 정부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유전개발펀드다. 

지난달 처음으로 출시된 1호 유전펀드는 한국석유공사가 14.25%의 지분을 갖고 있는 베트남 15-1광구 유전의 수익권을 개인투자자들에게 파는 펀드다. 펀드 규모는 2000억원으로 석유공사는 이 20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아 다른 유전개발사업에 투자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석유공사가 챙길 예정이었던 15-1광구 유전 수익의 일부를 나눠가질 수 있게 된다.
 
이 펀드는 오는 2008년까지 발생하는 수익중 3억원까지는 비과세되고 3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도 14%의 세율로 분리 과세되는 세제상 혜택을 줬다. 시중의 뭉칫돈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계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개발 기업의 입장에서는 개발에 성공해서 돈 벌 일만 남은 유전의 미래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일부 넘기는 대신 돈을 보다 빨리 끌어 들이고 회전시켜서 재투자에 사용하는 게 것"이라며 "다만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고위험 고수익의 탐사광구 투자에 쓰일 자금을 직접 모집하기 어렵다는 게 유전펀드의 한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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