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파출소, 비난의 한가운데 내려진 것"

"교통·인파정리 나섰지만 통제 티도 안나"
"10월 25일 기동대 보내달라 요청..답은 없었다"
"자부심으로 근무했는데 경찰 생활에 대한 회의감 들어"
  • 등록 2022-11-03 오전 10:25:18

    수정 2022-11-03 오전 10:25:18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지원 요청했지만 윗선서 묵살..무능·나태 낙인찍혔다”. 이태원 파출소 직원이라고 밝힌 A씨가 경찰청 내부망에 남긴 글이다.

A씨는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의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다수 있었지만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는 발언을 언급하며 “꼬리 자르기보다는 언론에 이태원 파출소를 내던진 거라고 본다”고 씁쓸해했다.

2일 핼러윈데이 압사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길에서 경력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먼저 A씨는 “책임 여부를 떠나서 이런 이태원 참사에 대한 대규모 참사에 경찰관으로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서 이루 참담함을 말할 길이 없다”며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로윈 참사 당일 사고 4시간여 전부터 ‘압사’ 위험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여러 차례 받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이태원파출소 직원이 60명 정도 되는데 사고 당일엔 22명이 근무를 했다고 밝혔다. 5교대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이곳은 당일 주간팀(오전 7시~오후 9시)이 퇴근을 하지 않고 계속 근무를 해 평소보다 많은 직원들이 근무를 했다고 A씨는 전했다.

그럼에도 “‘인파 통제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는데 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냐”고 하자 A씨는 “출동을 안 한 것이 아니라 이미 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별로, 한 곳의 어떤 지점에서 비슷한 신고가 계속 들어오면 그건 동일 건으로 잡는다. 그러면 떨어질 때마다 새로운 경찰관이 가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처음 나갔던 경찰관들이 계속 그것을 처리하게 돼 있다”며 당일에도 경찰관 4명이 해당 현장에 인파통제를 하러 출동했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인파를 보면 이들의 통제는 티가 나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참사 당일 112 신고에 현장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근본 원인은 경찰 지휘부가 사전에 인력 투입을 결정하지 않은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도 경찰 내부망에 쓴 글에서 “핼러윈 대비 당시 안전 우려로 인해 용산경찰서가 서울경찰청 기동대 경력 지원요청을 했으나 지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사고가 발생하기 나흘 전인 10월 25일경 소장님이 예견을 하시고 지원을 요청했다”며 “보통 지원 요청은 상급 부서에 하게 돼 있기 때문에 서울지방경찰청에 한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답은 없었다”고 했다.

참사 당일에도 마약과의 전쟁에 투입된 경찰이 더 많았고 안전을 위한 경찰력은 정말 소수에 불과했다. 총 137명이 배치됐지만 정복을 입은 경찰은 58명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마약 단속을 위한 사복경찰이었다.

이에 10만 명의 인파가 몰릴 상황에 왜 안전을 위한 ‘혼잡 경비’에 겨울 58명의 경찰력만 투입됐는지 의문도 제기된다.

2일 핼러윈데이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공간이 마련된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국화꽃 등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A씨는 “이미 그렇게 인파가 많다고 신고가 됐을 때는 파출소 직원들, 경찰관만으로서는 부족한 상황이다”이라며 “때문에 사전에 어떤 조치가 있어야 했다. 사전에 계획을 해서 인파에 대한 이 흐름을 좀 우리가 관리했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워했다.

이를 들은 진행자가 “갈수록 인파가 심상치 않은 걸 현장에서 느꼈을 텐데 한 번 더 지원 요청을 해볼 생각은 못했느냐”고 하자 A씨는 “병력을 요청하는 그 권한을 우리가 갖고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A씨는 “저희는 112신고 처리하는 데에 최적화돼 있는 경찰관들이다”면서 “그 상황에 어떤 범죄라든가 어떤 피해자 보호라든가 이런 거에 대해서는 저희가 계획을 수립하고 대응하게끔 돼 있는데 사실 인파에 대해서는 정확하게는 우리가 매뉴얼도 없다”고 말했다.

참사 발생 후 닷새가 지난 3일까지도 경력 투입과 관련한 책임소재가 어디에 있는지는 불분명한 상태로 남았다. 현재 경찰청은 특별감찰팀을 구성해 용산경찰서 실무자 및 지휘관을 대상으로 감찰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경찰 일선에 책임을 돌리려는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이태원 파출소가) 비난의 한가운데 내려진 것이라고 본다”고 한탄했다.

그는 “150여 명이 넘게 사망을 했다. 이를 단순히 저희 지역 경찰이 잘못했다고 저희를 이렇게 내던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나름대로 저희 능력의 150%까지도 쓰기 위해서 항상 노력했던 그런 자부심으로 근무했는데 이제 와서 저희한테 뒤집어씌운다는 건 잘 모르겠다. 경찰 생활에 대한 회의가 너무 많이 든다”고 했다.

끝으로 A씨는 “(당시) 기동대만 와서 인원을, 어떤 흐름을 통제만 해줬어도 이런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저희도 예측을 하고 요청을 했는데 (결국) 안 한 것은 그 위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 그림 같은 티샷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