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만료 약 삽니다”…제약사, 특이한 파이프라인 전략 왜

보령제약, 작년 항암제 '젬자' 국내 권리 인수
'특허만료 오리지널약' 인수 700억 조달 계획
CNS·항암제 등 2~3개 연내 인수 검토 중
"판권 인수와 달리 '매출·이익률' 모두 잡아"
  • 등록 2021-06-27 오후 5:40:50

    수정 2021-06-27 오후 9:08:19

[이데일리 박미리 기자] 최근 국내 제약업계에 생산부터 판매까지 제품을 둘러싼 ‘모든 권한’을 사들이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 판매 권한만 인수했던 과거와 달라진 행태다. 초기 비용 부담은 크지만 중장기적으로 실적에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결과다.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령제약(003850)은 지난 4월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LBA’(Legacy Brands Acquisition)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LBA는 특허가 만료된 후에도 안정적인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인수하는 것이다. 일단 보령제약은 유상증자로 들어올 자금 중 700억원을 LBA 몫으로 떼어놨다.

LBA는 국내 제약사가 흔히 체결했던 ‘판매권 인수’ 계약과는 다른 개념이다. 판매권뿐만 아니라 생산권, 허가권 등 제품 관련 모든 권한을 가져와서다. 즉 제품의 소유주가 바뀐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LBA가 그동안 해외에서는 종종 발생했지만 국내에서는 흔하지 않았다고 입모은다. 종근당이 뇌기능 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생산·판매하지만 원료는 오리지널사로부터 받아와 LBA는 아니라는 전언이다.

국내에서 LBA가 떠오른 때는 작년이다. 보령제약이 일라이 릴리로부터 항암제 ‘젬자’와 관련한 국내 모든 권리를 샀다. 2015년 젬자의 국내 유통권을 확보해 영업을 해오다가 아예 제품을 인수했다. 젬자는 작년 국내 매출만 124억원을 올린 블록버스터(연매출 100억원 이상) 의약품으로 췌장암, 비소세포 폐암, 방광암, 유방암, 난소암, 담도암 등의 치료에 쓰인다. 다만 보령제약이 아직 직접 제조하고 있진 않다. 계약에 따라 조만간 생산에도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보령제약이 당시 젬자 인수에 나선 것은 중장기적으로 실적에 긍정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오리지널사의 판권을 받아 판매하는 계약은 수수료 정도만 받아 매출은 많이 나오는데 이익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LBA는 매출은 물론 이익률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리지널 의약품의 높은 지위를 활용해 영업 등의 측면에서 보유한 다른 제품과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젬자 인수 후 보령제약의 만족도 높았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젬자 인수로 항암제 포트폴리오 강화와 함께 더욱 안정적인 수익원을 추가할 수 있게 됐고 이익률 또한 더욱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또 젬자를 통해 여러 적응증별 시장점유율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올해 또다시 LBA를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보령제약은 다음달 유증에서 700억원을 활용해 연내 2~3개의 LB를 살 계획이다. 고혈압, 암, 당뇨, 중추신경계(CNS), 이상지질혈증 등 5대 질환을 중심으로 후보군을 살핀 결과 CNS와 항암제 부문을 유력하게 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시장성 있는 제품을 인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국내 권한은 물론 해외 일부 권한을 인수하는 것도 협의에 포함한다.

LBA 이후 보령제약의 성장에는 보다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령제약은 약 400억원의 영업이익을 2025년 12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보령제약이 내수만 보고 LBA를 하진 않을 것”이라며 “신흥국 중심으로 쌓아온 네트워킹, 시설 등을 연계해 글로벌 전략을 고려할 것으로 본다. 원료나 완제품을 오리지널사에 공급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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