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전세대출이 유독 많았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전체 은행권 전세대출(은행 재원)은 약 111조4000억원 규모다. 작년과 비교하면 13조4000억원(13.7%) 늘어난 수준이다.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 증가분(27조2000억원)의 절반을 전세대출이 차지했다. 작년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전세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올 들어 매달 2~3조원씩 전세대출 규모가 늘어났다.
은행도 전세대출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은행의 전세대출은 주택금융공사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의 보증을 끼고 이뤄진다. 은행으로서는 떼일 부담은 거의 없다. 전세대출은 은행의 효자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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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던 전세대출 브레이크..“신용대출 늘어날 것”
민간 보증회사인 서울보증을 통해 전세대출이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정부가 전세대출의 틀어막기로 한 이상 전세대출의 증가세는 주춤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특히 그동안 가계대출 증가율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전세대출의 경우 보증이용 제한과 3억원 초과 아파트 구입 시의 전세대출 즉시 회수가 파급력이 다소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용대출 금리 2~3% 수준 불과
꽉 막힌 전세대출 대신 신용대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용대출 역시 전세대출과 비교해 금리나 한도 측면에서 크게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 5개 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2.92~3.35% 수준이다. 지난해 말 신용대출 금리가 3.25~3.79%라는 점과 비교하면 0.33~0.44%포인트 하락했다. 여기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란 기대 속에 최저 1% 후반 상품까지 등장하고 있다. 대출 최대 한도 금액도 2~3억원까지 가능해 전세대출과 큰 차이가 없다.
실제로 신용대출은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16조5544억원으로 집계됐다. 5월 말과 비교하면 1조8685억원 늘어난 수치다.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의 증가폭이 4월 증가폭과(4975억원)과 5월 증가폭(1조689억원)을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이달 말 코로나19로 신용대출이 역대급 증가세를 보였던 3월의 증가폭(2조2408억원)을 웃돌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용도가 낮은 차주는 제2금융권으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 지난 3월말 기준 보험사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잔액은 121조3000억원이다. 전 분기 말보다 2000억원(0.1%)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외에 전세자금 대출과 비주택담보 대출 등을 포괄하는 ‘기타’ 항목도 작년 말 4조7000억원에서 4조9000억원으로 2000억원(3.4%) 증가했다.
또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차주를 중심으로 저축은행이나 신용협동조합 같은 곳의 대출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서민 부담이 커지고 대출의 질도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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