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콘텐츠' 급증에…전문가 "K-콘텐츠 경쟁력 약화" 우려

제작사 자금난 악순환, 저품질 콘텐츠 양산
"IP 판매 보다 2·3차 수익화 모델 찾아야"
중국 등 해외 유통채널 확보도 해결책 중 하나
  • 등록 2024-03-21 오전 10:00:00

    수정 2024-03-21 오전 10:00:00

[이데일리 최연두 기자] 국내 제작사들이 콘텐츠 품질 보단 화제성에 중심을 두고 영화·드라마를 찍어내면서, 방영되지 못한 일명 ‘창고 콘텐츠’가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제작사들의 자금난을 더 악화시키고 저품질 콘텐츠 양산으로 이어져 결국 한국(K)-콘텐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사진=픽사베이)
20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 따르면 국내 편성된 드라마 개수는 2022년 135편에서 지난해 125편으로 7.4% 감소했다. 콘텐츠 화제성 조사 업체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은 자체 보고서에서 작년 TV비드라마 콘텐츠 신작이 272편을 기록해 2022년(349건)에 비해 22.1%(77편) 감소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제작사들이 자금난 개선과 투자비 회수 등을 목적으로 우후죽순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일부 창작자 집단(감독·작가·배우)은 지속적으로 제작비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데다 방송·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채널 편성이 미뤄지면서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국내 제작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 영화사들까지 시리즈에 집중하고 OTT 업체 등이 투자를 가속하면서 콘텐츠 공급이 과잉됐다”며 “기반 투자에 비해 채널과 OTT가 수익이 나지 않자 공급을 줄였는데, 그간 만들어진 시리즈들이 표류하며 자금부족 문제가 더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표류하는 콘텐츠가 증가하는 것은 콘텐츠를 일종의 투자 대상으로 인식하는 잘못된 관점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좋은 스토리가 아닌 유명 배우나 연예인을 앞세워 반짝 흥행을 일으키면 이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제작사나 OTT 업체들 가운데 스타성이 있는 배우에 기댄 소수의 작품 제작에 집중하면서 단가를 올리고, 편성을 약속했다가 철회하는 사례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콘텐츠 제작비가 치솟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제작사의 자금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익 창출을 위해 지식재산(IP) 판매에 집착하는 현상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장 상황을 개선해 고품질 IP로 2차, 3차 사업화가 가능한 밸류체인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해외 감독이나 작가, 배우와 협업하는 등 모델도 고려 가능하다.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를 지낸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은 “K-콘텐츠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사실상 이를 통해 수익성을 지속 확보할 만한 사업 모델이나 매니지먼트 역량에 대한 개발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나서 스페인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연구개발(R&D)하고 관련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등 해외 국가에 채널을 확보해 콘텐츠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제작사 고위 관계자는 “불법 콘텐츠 유통으로 집계가 어려운 중국 시장이 공식적으로 열리면 굉장히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글로벌 OTT에만 집중하는 것보다 해외 다양한 채널과 제작사가 소통하며 비지니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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