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무역” 압박한 EU, 중국은 “당신들 일이나 잘하라”

EU-중국 4년만 정상회담, 겉으론 “상호 이익 협력”
EU, 중국에 전기차 보조금·러시아 압박 등 요구해
中 매체 “유럽 지도자, 중국에 간섭말아야…불쾌해”
  • 등록 2023-12-08 오전 11:32:07

    수정 2023-12-08 오전 11:32:07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유럽연합(EU)과 중국이 4년여만에 열린 정상회담을 마무리했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상호 이익을 기반으로 한 협력 의지를 다지며 순조로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면에는 EU의 대(對)중국 무역적자,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 조사 등 현안을 두고 의견차를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7일(현지시간) 외신과 중국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열었다.

지난 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유럽연합(EU)과 중국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오른쪽에서 첫번째)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AFP)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중국은 EU 27개국을 핵심 경제·무역 파트너로 삼고 인공지능을 포함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협력할 용의가 있다”며 “양국 관계에 대한 모든 종류의 간섭을 제거하고 상호 이해와 신뢰를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셸 의장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EU는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를 기초로 안정적이고 건설적인 관계에 대한 공동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중국과 EU 관계는 부정적 측면이 증폭된 반면 긍정적 측면과 합의는 무시되거나 과소평가됐다”며 “양측 관계의 실제 상황은 서구 여론이 묘사하는 것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펑중핑 중국사회과학원 유럽연구소장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에 “이번 정상회담은 향후 중국과 EU 관계의 발전 방향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며 “이번 회담이 중국-EU 관계의 안정을 촉진하는 동시에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해결책을 모색할 긍정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불공정 무역과 디리스킹(위험제거) 등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양측이 엇갈린 시각을 드러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유럽은 중국과 분리를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정치적으로 유럽 지도자들은 불공정 경쟁으로 인해 우리 산업 기반이 훼손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자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과도한 보조금을 줘서 유럽 내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는 기존 EU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EU는 이와 관련해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회담 도중 불편한 기색이 나타나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EU는 중국측에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군에 제재 품목을 판매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우회해 유럽의 첨단기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셸 의장은 이와 관련해 “오늘 우리의 의견을 듣고 중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며 추가적으로 EU의 제재가 가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EU는 또 중국에 우크라이나가 주도하는 평화협정에 참여해 러시아를 압박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중국측은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EU의 제안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GT는 “유럽 지도자들은 중국을 방문하거나 고위급 소통을 할 때마다 중국을 압박할 이슈 목록을 작성하는 경향이 있다”며 “솔직히 이러한 접근 방식은 중국 사람들에게 상당히 불쾌감을 준다. 유럽인들은 자신의 일을 잘 관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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