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CEO 신년인터뷰]어윤대 "올해는 추가 구조조정 없다"

"앞으로 10kg은 더 감량해야..올해는 쉬고 내년 감량"
"올해 1분기 실적개선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신년인터뷰 일문일답
  • 등록 2011-02-14 오후 12:03:03

    수정 2011-02-14 오후 4:09:16

[이데일리 이학선 이준기 기자] "아직은 요주의 상태입니다. 평소 63kg의 몸무게가 정상이라면 KB는 90kg에서 80kg으로 줄인 것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10kg은 더 빼야 합니다."   어윤대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은 "갈 길이 멀다", "만족해선 안된다"는 말을 몇번이나 반복했다.   지난해 7월 취임식에서 KB금융을 비만증 환자에 비유하며 과감한 체질개선을 강조했던 어 회장은 국민은행 직원 3200여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실적 불량자를 219명을 성과향상추진본부에 배치하는 등 적극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KB금융=과체중`이라는 진단을 거두지 않았다.

▲ 어윤대 회장은 "KB금융은 아직 요주의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올해는 구조조정 대신 인력의 질적 향상에 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사진=한대욱 기자)
하지만 "올해 추가적인 인력구조조정은 없다"고 못박았다. "한꺼번에 감량하면 부작용이 생긴다"는 게 그 이유였다. 속도조절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대신 꺼내든 게 직원 개개인의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은 고액자산가 등을 상대하는 프라이빗 뱅커(PB)에게 매일 아침 `지식 비타민`이라는 5쪽짜리 보고서를 주고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시험을 치르게 한다. 연수원 기능도 강화해 교육량을 2배로 늘렸다.

"초기엔 불평이 있었죠. `힘들게 들어왔는데 또 시험이냐`는 건데요. 지금은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고객을 상대할 때도 자신감이 생겼다는 반응입니다"

어 회장은 `직원들의 월요병이 더 심해지겠다`는 농담에 "적어도 일요일에는 술을 못마시겠죠. 그래도 집에 계신 부인이나 남편은 좋아할 것"이라며 웃으며 넘겼다.

취임 후 7개월. 어 회장의 추진력은 안팎에서 합격점을 받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명예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냈지만,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턴어라운드에 들어섰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적발표 다음날 KB금융은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주가가 올랐다.

어 회장은 "지난해 4분기는 명예퇴직 관련 6000억원 가량의 비용이 반영됐지만, 올해 1분기에는 그런 변수 없이 실적 개선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어느때보다 자신감을 보였다.

또 "비용수익비율(CIR·Cost Income Ratio)도 당초 임기내 맞추려고 했던 45%를 올해 연말이면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IR은 인건비 등 은행의 각종 비용을 수익으로 나눈 것으로 어 회장이 생각하는 가장 핵심적인 경영지표다. 어 회장이 취임 당시 생각했던 것보다 1년6개월 가량 앞당겨 목표를 실현하게 됨을 의미한다.

다음은 어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명동 KB금융지주 본점에서 이데일리와 가진 신년인터뷰 일문일답 내용이다. [대담=김기성 금융부장, 정리=이학선 이준기 기자, 사진=한대욱 기자]
▲ 어 회장은 "여러 노력의 결과들이 올해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며 실적개선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사진=한대욱 기자)


- 지난해 실적 평가는. 올해 실적은 어떻게 보나 ▲6000억원대의 명예퇴직 비용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실적은 지난 4분기부터 턴어라운드 했다고 본다. 올해 실적의 경우 우리의 자체 예상치보다 밖에서 더 후하게 보는 것 같아 고민이다. 금융위기 전 수준인 2007년의 실적(순이익 2조7700억)보다는 적겠지만 올해 정상화될 것이다. 그렇다고 예단할 수는 없다. 잘될 것 같으면 어려움이 닥치고 아무리 힘들어도 열심히 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 새 경영진 프리미엄은 있는 것 같지만 기업은 기복이 있는 요철과 같은 존재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걱정보다 내년에 대한 걱정이 더 많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장이기 때문이다.

- KB금융의 비만증은 해소됐다고 보나 ▲아직까지는 요주의 상태다. 만족하면 큰일 난다. 사람으로 치면 90kg의 몸무게에서 80kg 정도로 빠졌다. 적정 몸무게는 63kg이다. 앞으로 10kg은 더 빼야 한다.

- 추가 인력 구조조정이 있는 것인지 ▲갑자기 감량을 하면 체질 문제가 생긴다. 올해는 쉬고 내년에 다시 감량할 것이다. 상시적인 경량의 체중조절은 있겠지만 대대적인 명예퇴직 등은 하지 않기로 민병덕 국민은행장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올해에는 인력의 질적 향상에 초점을 둘 것이다.

- 인력의 질적 향상을 위한 방안은 ▲금융, 재정, 국제금융 등 매일 발생하는 현안을 5페이지로 요약해 1000여명의 PB(Private banker)들에게 나눠주고 매주 월요일에 시험을 치른다. 은행에서 시험까지 보느냐는 불평이 있었지만 지금은 새 지식 습득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 최근 일어나는 국내·외 금융사정을 잘 알게 되니 고객 대할 때도 자신감이 생긴 것 같더라. 시험점수는 연말 인사고가에 반영된다. 반영 점수가 크지는 않다. 잘하는 사람에 대한 격려 차원으로 보면 된다.

- 취임 후 조직의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대학 교수 출신이다 보니 역시 교육에 관심이 크다. 우선 연수원을 강화해 일반 행원들의 교육 양도 2배 정도 늘렸다. 아울러 5~6년 뒤 국제화에 대비해 오는 5월 외국대학 출신 한국인 100명을 뽑을 계획이다. 이들 인력의 90% 이상은 은행에 배치된다. 출신 학교는 가리지 않지만 주로 미국이 될 것이다. 공고는 2월에 낸다.

- 올해 최대 중점 분야는  ▲대기업 영업을 활성화하려고 한다. KB금융에서는 그동안 비중이 없는 분야였지만 1월부터 획기적으로 수익이 늘어나고 있다.

-중점적으로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나 ▲외환과 무역관련 업무다. KB금융에서 제일 취약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제 이쪽 부문을 강화하지 않으면 지속성장이 불가능하다. 기업금융에서도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른 결과로 올해 1월 외환관계 업무, 즉 비즈니스 볼륨이 작년 1월에 비해 40% 늘었다. 이와 함께 리스크관리에도 중점을 둘 것이다. 그동안 대출해주면 이에 대한 책임이 없었다. 하지만 은행에 있는 동안 끝까지 책임을 묻도록 내부 규정을 바꿨다. 대출심사위원회 구성도 과거와 달리 영업쪽 인원을 줄이고 심사, 법규쪽 사람들을 늘려 집행보다 통제를 강화했다.

- 그동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3배가 되면 M&A가 가능하다고 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시장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예측하기 힘들지만 오를 것이다. 여러 가지 노력의 결과들이 올해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 당초 2013년 임기 말까지의 목표였지만 비용(Cost) 관리를 잘해 올 연말에 CIR 45%를 달성할 것 같다. 순이자마진(NIM)도 이자율 상승에 따라 개선되고 있다.   - 비은행권 M&A 계획은. 특히 우리투자증권이 분리 매각시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은 ▲KB금융은 추가 증자 없이 M&A를 위해 7조원까지 자본을 동원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입장은 아직까지 M&A 준비가 안돼있다는 것이다. 비은행 부문의 규모를 늘려야 하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우리투자증권 인수는) 대답하기 어렵다.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다.

- 올해 실적 위험요인이 있다면 ▲예측하지 못한 산업의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이를 테면 해운업이 좋아진다고 했다가 갑자기 흔들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이런 것은 금융 산업 전체에 대한 걱정이다. KB금융의 경우 변수는 BCC(Bank CenterCredit)다. 한국경제와 관계없이 카자흐스탄 경제와 연계돼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턴어라운드 시킬 것인지가 문제다.

- BCC는 어떤 상태인가 ▲대출에 대한 신용(크레디트)리스크다. 지난해 4분기에도 1000억원 넘는 충당금을 쌓았다. 재미난 점은 우리는 이렇게 걱정하고 있는데 BCC가 카자흐스탄의 올해의 은행(Bank of the year)에 뽑혔다는 것이다. 카자흐 은행 중에서는 가장 우량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3류 은행에서 1등을 해서는 소용이 없다. 인도네시아, 인도 은행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임기 내 중점 추진 계획이 있다면 ▲우리나라 금융이 달라져야 할 점을 꼽으라면 외환 관리 부문이다. 아직 이에 대한 철학이 없는 것 같다. 현재 외화 대출이 있으면 리스크관리를 위해 무조건 외화차입을 해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것은 비즈니스가 아니다. 외화 머니마켓에서 KB금융은 차입자가 아닌 대출자 입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파워가 생기고 스위스의 UBS, 독일의 ING 같은 세계적 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이러한 리스크를 안기에는 준비가 안돼 있다. KB금융이 이를 주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어 회장은 "대기업 영업을 활성하려고 한다"며 "지난달부터 수익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사진=한대욱 기자)


- 구체적 방안을 설명해 달라 ▲지금 남아도는 원화를 달러자산을 바꾸면 더 이상 외화를 조달할 필요가 없어진다. 환리스크가 생길 수 있지만 잊어야 한다. 그러면 중국은행 등이 더 이상 씨티은행 등이 아닌 국민은행을 찾을 것이다. 아울러 환율이 오르내리면 중앙은행에 부담을 주는데, 시중은행이 1차적 쿠션 역할도 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도 좋은 일이다. 금액은 최소한 외화단기차입금이 없을 정도가 돼야 한다. 현재 내부적으로 경영진의 컨센서스를 만들고 있다.

- KB국민카드가 3월초 분사된다. 경영 계획은 ▲우선 안전 관리다. 지주사의 재무담당 임원을 카드사로 보낼 정도로 리스크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은행 대출의 경우 신용등급 4~5등급까지 가능하지만 카드 발급은 이보다 2등급 아래까지 해준다. 경기가 나쁘면 문제가 될 수 있어 항상 조심해야 한다. 자산 경쟁을 지양하고 신규 카드 발급도 보수적으로 할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전문화된 마케팅이다. 3월부터 KB국민카드 광고가 눈에 띌 것이다.

- 경쟁업체들은 경계하는 모습이다 ▲카드업이 KB에서 처음 시작됐기 때문에 당연하다. KB가 조용히 지내는 동안 다른 카드사들이 마켓쉐어를 뺐어갔지만 이제 잠을 깨웠으니 걱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저축은행 인수 의향은 있는지 ▲인수자가 직접 저축은행을 설립해 자산과 부채를 떠안는 자산·부채 이전(P&A) 방식이라면 금융 산업 안정화 측면에서 해야할 것 같다. 여기에 예보기금 내 금융기관 공동계정 설치 등이 이뤄지면 저축은행 업계도 안정되지 않겠나 싶다. KB는 리딩뱅크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유동성이 확보되는 대로 인수를 할 것이다.

- KB투자증권과 KB선물 합병은. IT통합 법인 설립은. ▲증권과 선물의 합병은 3월말께 될 것이다. IT쉐어서비스센터의 경우 향후 4년간 코스트가 더 들어 간다는 컨설팅 보고서가 나왔다. 4년 후에도 비용이 줄어들 것이란 확신이 없어 중단했다.

- 올해 경제 전망은 ▲생각보다 좋아질 것이다. 일본이 지난 4분기부터 거의 4%대 경제성장을 이루고 미국경제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호전하고 있다. 중국의 긴축은 오히려 한국에 더 좋다. 긴축으로 9%대의 성장률이 6%대로 곤두박질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내수 확대로 우리의 수출은 더 늘어날 것이다. 위안화 절상도 국내 물가 인플레 압력은 있겠지만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남유럽발 재정위기란 변수가 있지만 국제경제 여건은 우려했던 것보다 좋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을 거둬들인다면 말이 달라진다. 이를 제외하고는 한국 경제는 괜찮다. 부동산은 일시적인 휴식기다. 현재는 휴화산이지만 2~3년 뒤 또다시 부동산 폭락 사태가 터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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