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전설은 영원하다...룰라부터 H.O.T까지

조대원 국제대학교 교수
  • 등록 2016-07-20 오전 10:22:08

    수정 2016-09-06 오전 11:10:01

[조대원 국제대 교수] 지난 1993년 일본에서 열린 한국·중국 일본 대표가수들의 합동공연을 본 적이 있다. 당시 한국의 대표 가수로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참여했다. 오랫동안 한국의 레전드로 군림하던 조용필의 바통을 이어받아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서태지와 아이들이 참여한 공연이었다.

당시 문화적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 대부분은 50대를 훌쩍 넘은 중년의 여성이었다. 그들은 남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음악에 맞춰 열광적인 몸짓으로 공연을 즐겼다. 당시 한국의 중장년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색적인 광경에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받았었다.

돌이켜보면 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은 격동기이자 황금기였다. 이른바 신세대의 등장으로 소비문화가 태동한 시기이다. 1987년 이문세의 등장으로 이 땅에 발라드 음악이 시작됐다. 뒤이어 변진섭 이승철 신승훈 김건모 같은 걸출한 스타들이 탄생했다. CD 음악의 중흥을 이끌었던 발라드 음악은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으로 음악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경이로운 대중음악사가 펼쳐졌다. 한순간에 듣는 음악에서 즐기는 음악으로 소비성향이 바뀌는 일대 사건이었다. 젊은이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랩댄스 음악 ‘난 알아요’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에 놀란 기성세대들은 ‘신세대의 출현’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서태지를 ‘문화대통령’으로 치켜세웠다.

20여년이 지난 7월2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공연이 펼쳐졌다. 룰라 노이즈 김원준 인순이 REF 쿨 코요태 DJ DOC 구피 영턱스클럽 소찬휘 김현정 조성모 등이 무대에 올랐다. 격동기이자 황금기였던 199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던 가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관객은 대부분 중장년층이었다. 매진사례였다.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의 몸짓과 모습이 20여년 전 일본에서 보았던 그 광경을 떠올리게 했다. 90년대 소비문화에 길들여진 중장년층의 ‘위대한 컴백’ 같았다. 90년대 두터운 팬층을 확보했던 ‘전설’들의 가요계 귀환은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계속될 전망이다. god에 이어 완전체는 아니지만 젝스키스가 돌아왔다. 수년 전부터 재결합 이야기가 솔솔 피어올랐던 H.O.T 역시 물밑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HOT 재결합의 결정적 키를 잡고 있는 SM의 수장인 이수만 회장의 의중이 변수로 남아 있다. 하지만 팬들의 요구가 워낙 강해 그들의 컴백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90년대 전설’의 귀환은 ‘응답하라’시리즈를 필두로 ‘불후의 명곡’ ‘복면가왕’ ‘무한도전’ ‘슈가맨’ 등 방송사 프로그램의 인기와 맞닿아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1990년대 스타들을 소환한 이유는 문화 소비자인 대중의 욕구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젊은층에겐 아이돌이 대세라면, 아이돌로부터 소외됐던 중장년층들의 적극적인 소비욕구가 발동한 자연스러운 문화현상으로 해석된다.

일부에선 1990년대 음악의 추억팔이 정도로 힐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닌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1990년대 즐기는 음악으로 청소년기 감성의 해방구를 맛보았던 소비문화 세대들이 어느덧 중장년으로 접어들면서 그들만의 소비욕구를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성은 문화이고, 문화는 감성이다.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1990년대 음악을 즐겼던 그들은 어느 세대 보다 적극적인 표현력과 감성을 지녔다. 듣는 음악을 선호했던 이전의 세대들이 소극적이었다면 즐기는 음악에 익숙했던 1990년대 이후의 세대들은 프로슈머(Producer+Consumer의 합성어)에 가깝다. 생산자이자 소비자일 만큼 그들은 적극적인 성향을 보인다. 그들이 가정을 일구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잠시 접어두었던 감성을 다시 표출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존재하고, 그들의 감성이 메마르지 않는 한 그들의 문화소비 행태는 어떤 식으로든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일시적인 추억팔이가 아닌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소비문화 세대의 감성이 살아 꿈틀대는 한 ‘전설’은 영원할 수밖에 없다.

△조대원(국제대학교 엔터테인먼트 계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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