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POP콘]방탄소년단 슈가 '대취타' 신드롬…전세계는 국악 앓이 중

'대취타' MV 8800만뷰…빌보드 양대 차트 진입 신기록
국립국악원 '대취타' 영상 역주행…17만뷰 돌파
  • 등록 2020-06-21 오후 2:45:51

    수정 2020-06-21 오후 2:45:51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이데일리가 한 주 간 쏟아진 팝가수와 빌보드 이슈들을 모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요약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매 주말 주간 팝소식을 선정해 소개합니다.

방탄소년단 슈가 ‘대취타’ 뮤직비디오 장면.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명금일하대취타(鳴金一下大吹打) 하랍신다!”

조선 시대 임금의 행차를 알리는 묵직한 징 소리와 현악이 어우러져 울려 퍼지자 왕좌에 앉은 임금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폭군이 된 광해를 방불케 하는 뮤직비디오 속 임금의 거친 칼춤, 조선 궁궐과 저잣거리가 배경이 된 화면이 웅장한 행진 음악에 랩과 비트를 얹어 새롭게 탄생합니다.

전세계 팬들에게 조선시대 궁중 전통음악과 비운의 조선 임금 광해군을 검색하게 만든 이 노래.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슈가가 어거스트 디(Agust D)란 활동명으로 지난달 22일 발매한 믹스테이프 ‘D-2’의 타이틀곡 ‘대취타’가 K팝을 넘어 한국의 국악과 역사를 알리는 문화 전도사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까지 슈가의 ‘대취타’를 통해 실제 우리의 전통음악인 ‘대취타’를 전세계에 알리는데 나섰습니다.

문체부는 지난 17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BTS 슈가의 ‘대취타’ 덕분에 우리의 전통음악 ‘대취타’에도 전 세계 관심 집중! 하트 모양 눈을 한 웃는 표정 국립국악원의 영상으로 ‘대취타’에 대해 알아볼까요? 영어 자막도 준비 완료‘란 제목과 함께 영상 링크 하나를 게재했습니다. 해당 트윗은 공개된 지 4시간만에 리트윗 3500건과 좋아요 7200건을 기록할 정도로 화제였습니다.

문체부가 내건 영상링크는 4년 전 국립국악원이 유튜브에 게재한 대취타 연주 영상입니다. 국립국악원은 ‘[BTS 슈가SUGA Agust D 대취타(Daechwita) - Explanation version] 청소년이 꼭 알아야 할 우리음악과 춤 15선: 대취타 해설편’이라는 제목을 더해 전통음악인 대취타를 소개했습니다. 4년 전 조회수 수백회에 불과했던 해당 영상은 역주행 끝에 최근 조회수 17만뷰를 돌파했습니다. 전통 음악을 생소해 했던 국내 대중에게는 물론, 해외에서 쏟아지는 해설 요청에 영어 자막까지 더해져 해외 팬들에게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죠.

’대취타‘는 조선시대 왕의 거둥과 군례(軍禮)에 연주되던 전통 행진 음악의 일종입니다. 슈가는 이 음악을 타이틀곡 ’대취타‘의 도입부에 샘플링해 화려한 래핑을 얹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냈습니다. 음악과 전통, 역사와의 만남은 가사에서도 드러납니다. 조선시대 비운의 폭군으로 알려진 임금 ’광해‘를 빗대 자신의 내적 감정과 생각의 과정, 변화들을 거친 가사로 표현해냈습니다.

이 곡으로 슈가는 빌보드 양대 메인 차트인 ’핫 100‘과 ’빌보드 200‘에 동시 진입한 한국 최초의 솔로 가수가 됐습니다. ’대취타‘의 뮤직비디오 역시 공개된 지 4주 만에 유튜브 조회수 8800만회를 돌파, 1억뷰를 넘보고 있습니다.

전 세계 아미(팬클럽)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입니다. 뮤직비디오에는 각국 언어로 약 100만개의 댓글이 달렸고, 유튜브에는 ’대취타‘ 뮤직비디오를 지켜본 해외 팬들의 리액션 영상이 수십개씩 넘쳐납니다. 각국의 해외 팬들이 조선의 전통 가락에 몸을 흔들고 서툰 한국어로 ’울려라 대취타‘ 코러스를 연호하는 광경을 보는 것도 고무적입니다.

영상 댓글, 커뮤니티에서는 그의 곡을 통해 한국의 음악과 역사를 새롭게 알게 됐다는 해외 팬들의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방탄소년단을 응원하는 처킷 남(25·여)씨는 ”사실 한국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는 김치, 불고기, 치킨 등 음식과 K팝,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대부분이었다. 슈가의 곡 덕분에 아름다운 한국의 전통음악과 궁궐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합니다.

호주 팬 미란다(27·여)씨 역시 ”슈가가 뮤직비디오에서 연기한 임금 역할도 그렇고 가사에서도 드러나듯이 조선시대 비운의 임금 ’광해‘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 때문에 광해란 임금의 역사와 시대에 관심이 생겨 영화 ’광해‘까지 찾아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사진=국립국악원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국립국악원 측 역시 ”방탄소년단 슈가의 곡 ’대취타‘ 발매의 영향으로 유튜브 댓글 등 다양한 경로로 ’대취타‘의 역사와 내용을 묻거나 음원을 어디서 받을 수 있는지 등 문의가 많아졌다“고 언급했습니다.

사실 방탄소년단의 기존 발매곡들에서도 대중음악과 전통 국악을 접목시키려 한 움직임은 포착된 바 있습니다. 지난 2018년 발매된 앨범 타이틀곡 ’IDOL‘에서도 ’얼쑤‘, ’덩기덕 쿵더러러러‘ 등 전통 추임새와 뮤직비디오에서 동양적인 미쟝센, 배경을 사용한 것이 돋보입니다. 그 해 말 멜론 뮤직어워드에서는 삼고무, 부채춤, 봉산탈춤 등 전통춤을 접목시켜 이목을 끌었죠.

그럼에도 노래의 제목부터 곡 전체의 메인 테마까지 국악을 앞세웠다는 점, 그를 통해 대중적 성공까지 거머쥐었다는 점에서 ’대취타‘가 거둔 성과는 특히 뜻깊습니다.

세월의 변화로 사라져가는 전통음악이 새롭게 살아남을 수 있는 현대적 가능성을 제시해줬기 때문이죠. K팝의 정체성과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세련되게 표출하고자 하는 방탄소년단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만의 철학이 여기서도 드러납니다.

슈가는 이에 대해 ”대취타를 학교에서 배웠다, 왕의 행차를 위한 군대 음악이 아미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며 ”여러 음원 중 국립국악원의 1984년 버전이 가장 멋있어서 해당 음원을 요청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방탄소년단과 슈가의 시도는 국내 음악계에 특별한 화두를 던져줍니다.

정덕현 평론가는 ”BTS의 행보는 뿌리를 감추지 않고 우리 것을 그대로 전 세계에 흘려보내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이번에 좀 더 적극적으로 드러낸 것은 그만큼의 자신감”이라며 “재즈나 타악 분야에서 국악이 독보적인 것으로 인정받고 있기에 경쟁력 있는 시도다. 오히려 전통의 틀 안에 갇혀있던 한국인들이 국악의 소통력에 대해 깨달은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김헌식 평론가 역시 “좁은 관객층을 벗어나지 못했던 국악계에 다른 차원을 넘어설 수 있게 길을 열어줌으로써 틀을 넓혀줬다. 잘 만든 콘텐츠, 대중문화의 힘이 돋보이는 사례”라고 분석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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