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개문냉방 단속` 비웃는 명동의 무법자들

"살인적인 폭염?..명동 거리에선 우스갯소리죠"
  • 등록 2017-07-20 오전 9:40:20

    수정 2017-07-20 오전 11:22:50

명동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매장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활짝 열린 문 사이로 매장 내부를 구경하고 있다.(사진=유수정기자)
[이데일리 e뉴스 유수정 기자] “아 시원해. 이제야 살 것 같다.”

18일 오후 명동 한복판의 구두 판매장. 35도, 체감온도는 40도에 육박하는 찜통더위 탓인지 매장 곳곳에선 이런 말들이 심심찮게 들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7일부터 전국의 주요 상권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개문냉방(開門冷房) 영업에 대한 집중 실태점검에 나섰다.

명동의 점검일은 미리 예고된 18일. 그러나 명동 거리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대부분을 문을 열어젖혀 놓고 있었다.

이번 점검이 실제 단속이 아닌 계도 차원인 만큼 미동조차 없는 분위기였다. 국민안전처의 폭염주의보 문자는 명동에선 다른 나라 이야기인 셈이다.

매장 안에 위치한 라인의 대표 캐릭터인 대형 브라운과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매장 밖으로 길게 줄을 서 있다.(사진=유수정기자)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각기 다른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에어컨(냉방기) 바람은 지하철역에서부터 주요 상점가까지 걸었던 단 1분의 시간 동안 흘렸던 땀방울을 모두 식히기에 충분했다. 시원하다못해 차갑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약간의 호객행위는 지나가던 사람들은 ‘나도 모르게’ 매장으로 총총걸음을 향하게 했다.

점검인원들은 에어컨을 가동한 채 문을 열고 영업을 하는 매장에 직접 방문해 ‘개문냉방 영업’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생 인력만으로 운영되는 매장이 대부분인 탓에 계도조치가 제대로 이행될 공산은 크지 않아 보였다. 특히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알바생들은 부라 부랴 한국인 직원을 찾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건물 1층마다 자리한 화장품 브랜드 매장들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매장 문을 활짝 연 채 고객을 맞이하고 있었다.(사진=유수정기자)
명동에 매장을 두고 있는 한 화장품 브랜드 매장 매니저는 “매장에 방문하는 80% 이상은 지나가다가 우연히 들린 사람”이라며 “이 과정에서 매출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명동 상권에 대해 말문을 뗐다.

그는 “사실 명동이라는 상권의 특수성상 특정한 물건을 사고자 일부러 매장을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같은 브랜드라 하더라도 최소 2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이 그렇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솔직히 매장 앞 호객행위로 방문을 유도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문 닫고 영업하라는 것은 임대료 비싼 명동 땅에서 망하라는 소리 아니냐”며 “가뜩이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인 관광객도 뚝 끊긴 실정에서 너무한 것 같다”고 호소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21일까지 전국 18개 상권에서 총 300여명을 투입해 지자체와 합동으로 개문냉방 집중 점검을 펼친다.

‘에너지 사용제한 조치’가 시행된 이후 개문냉방으로 단속될 경우 처음에는 경고로 끝나지만, 두 번째부터는 위반 횟수에 따라 50만~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위에서 아래로 압축공기를 분출시키고 흡입구를 아래쪽에 설치해 공기유막을 생성, 바깥쪽과 안쪽을 차단하는 에어커튼(air curtain)을 설치하고 가동하지 않으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길을 걷던 행인이 매장 문이 활짝 열린 아디다스 매장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유수정기자)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미모가 더 빛나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