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숨바꼭질]③필요악?..`합법과 불법 사이`

`의사 처방권 독점·제약사 과열경쟁` 주요 배경
"처방대가면 불법"vs"정상적 판촉행위 인정" 논란
  • 등록 2011-04-26 오후 1:31:00

    수정 2011-04-26 오후 1:48:40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제약산업에서 리베이트 관행이 근절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의사들의 처방독점권과 제약사들의 과열경쟁으로 비롯된 양측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처방권 독점·과열경쟁으로 리베이트 관행 `고착화`

현행 의약분업 체계에서는 의사들이 처방권을 독점하고 있다. 처방에 의해서만 복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의 매출을 의사들이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의사들의 처방권 행사는 제약사의 매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리베이트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더욱이 똑같은 성분의 의약품이 많게는 100여개 존재하는 제네릭의 경우 의사의 처방 선택 폭은 훨씬 넓어지기 때문에 제약사의 영업 목표는 `좋은 약 홍보`보다는 `의사 환심사기`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제약사는 비록 경쟁사와 똑같은 약이지만 선택을 받기 위해 의사들에게 금전적인 대가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된다.   의사 역시 처방을 꼭 해야하는 특정 의약품이 아니라면 자신에게 물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업체의 의약품을 선택하게 되는 셈이다. 의사들 사이에선 "똑같은 약이 많게는 100개 이상 존재하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혜택을 많이 제공하는 업체의 약을 처방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한 비밀이 돼 있다.   국내 제약사 한 영업사원은 "제약사 입장에서는 의사가 자사의 약을 처방하고 있더라도 조금이라도 미운털이 박히면 즉각 처방을 다른 약으로 바꿀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기 때문에 현행 시장 구조상 리베이트는 결코 사라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제약사, 리베이트 vs 정상적 판촉행위 `시각차`

의약품 영업현장에서 합법적인 판촉행위는 어디까지일까.

정부는 "처방 증대가 목적이라면 단돈 1만원도 리베이트"라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국민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산업일 뿐더러 제약사가 제공하는 현금·물품이 일반 소비자가 아닌 의·약사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이유에서다. 리베이트로 인한 의약품 처방 증대가 건강보험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배경도 있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이러한 정부의 시각에 대해 가혹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국내제약사 한 임원은 "과도한 금액으로 처방을 늘리는 행위를 불법행위로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최근의 규제는 정상적인 판촉행위마저 금지하는 수준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제약업체의 영업활동 목표는 의약품 매출을 늘리는 것이며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전문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85% 정도에 달한다. 대부분의 영업활동은 전문의약품의 매출 증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의약품의 영업활동은 처방을 늘리는 것이 주 목적인데, 신약이나 개량신약처럼 경쟁력을 갖춘 의약품이라면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하지 않아도 학술정보 등의 제공 정도로 처방이 이뤄지지만 제네릭 영업은 사정이 다르다.

동일성분의 제네릭은 모두 똑같은 약이기 때문에 판촉활동에 따라 매출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국내제약사들이 동일 시장에 무차별적으로 뛰어들다보니 매출 증대를 위한 리베이트가 사라질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의약품 판촉활동 과정에서 제약사가 의사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현금·물품 제공이 유일한 영업 무기일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똑같은 약을 판매하는 제네릭 영업의 경우 영업활동의 유일한 무기인 판촉활동을 차단하는 것은 제약사들이 영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강변했다.

지난달 제네릭 시장이 개방된 대웅제약(069620)의 `가스모틴` 시장은 64개의 제네릭이 출시됐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지 않아 당장 출시가 불가능한 동아제약(000640)의 `스티렌`과 아스트라제네카의 `크레스토`는 각각 54개, 69개의 제네릭이 이미 약가를 받았을 정도로 제네릭 시장은 과열 그 자체다.

이러한 영업현장 분위기에서는 리베이트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관측이다.

국내사 한 영업사원은 "의사가 (현금이나 물품을) 달라고 하는데 안된다고 얘기할 영업사원이 과연 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눈 앞의 매출 증대를 위해서는 다소 위험이 있더라도 리베이트를 줄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최근 리베이트 쌍벌제의 하위법령이나 제약협회가 마련한 공정거래규약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제약사가 판매촉진 목적으로 의·약사들을 지원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다만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대금결제 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시판 후 조사 등에 대해서는 일부 허용가능한 원칙을 제시했는데, 이는 제약 영업현장의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이라는게 제약업체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예를 들어 견본품 제공의 경우 제약사의 최소포장단위로 제공해야 한다. 해당 의약품에 샘플이라는 표기가 명확해야하며, `색상·맛 변경` 등과 같은 샘플제공 목적이 있을 경우에만 반복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학술대회 지원은 참가하는 발표자·좌장·토론자 등이 학술대회 주최자로부터 교통비·식비·숙박비·등록비 용도의 실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제약사가 학술대회 참가자에게 직접적인 지원을 해서는 안된다.

제품설명회에서 의사 등에게 제공하는 실제 비용의 교통비, 5만원 이하의 기념품, 숙박, 식음료 지원이 가능하지만 현금으로 지원해서는 안된다. 해외에서 국내 의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제품설명회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며 판매촉진 목적의 강사료, 자문료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

제약사 관계자는 "국내사들이 차별화된 신약을 만들지 못해 제네릭 판매에 의존하는 현실에 대해 제약사들이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다"면서도 "사실상 제네릭 영업 활동을 차단하게 되면 의사들이 오리지널 의약품 사용을 늘릴 수밖에 없어 오히려 건강보험재정에 더욱 부담만 늘리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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