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죽어가는데 웃고 노래한 사람들”… 호주 생존자 ‘오열’

  • 등록 2022-11-01 오전 10:49:42

    수정 2022-11-01 오전 10:49:42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로 친구를 잃은 호주 국적의 네이선 타베르니티가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전하고 있다. (사진=틱톡)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로 친구를 잃은 호주 국적의 네이선 타베르니티가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내 친구가 죽어가는 동안 촬영하고 노래하고 웃는 다른 사람들을 봤다”며 오열했다.

31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 호주9뉴스 등에 따르면 타베르니티(24)는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참사는) 술 때문에 야기된 사건이 아니다. 폭주하는 일은 없었다. 천천히 고통스럽게 일어났다”라며 “사고 예방과 경찰력, 응급 서비스가 부족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친구 그레이스 래치드(23)는 타베르니티를 만나기 위해 호주 시드니에서 한국을 방문했다. 사고가 있던 지난 29일 밤은 그레이스의 24번째 생일을 앞두고 또 다른 친구 2명과 함께 이태원을 찾은 날이었다. 이날 그레이스는 압사 참사에 끝내 목숨을 잃었다. 다른 친구 2명도 현재 중태로 알려졌다.

이들 일행은 사고가 발생한 골목에 서 있다가 밀려 들어오는 인파에 휩쓸렸다. 이들은 천천히 조여오는 압박을 온몸으로 견디다 결국 좁은 공간에 갇혔다. 사람들 틈에 껴 넘어지지도 않았고 선 채로 숨이 막혔다고 한다.

숨진 친구의 행방을 찾기 위해 실종 신고 센터를 찾아 신상정보 등을 말하며 눈물짓는 호주 국적의 네이선 타베르니티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타베르니티는 “숨 막히는 혼돈 속에서 그레이스가 숨을 쉴 수 없다며 고통스러워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중에 나는 겨우 기어서 탈출할 수 있었다. 친구를 구하고 싶었지만 구하지 못했다. 친구가 정신을 잃을 때 그녀의 손을 꽉 잡았지만 맥박이 없었다”라고 울먹였다.

이어 “내 친구가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죽어가는 동안 촬영하고 노래하고 웃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봤다”며 “경찰이 충분하지 않아 군중을 멈추게 할 사람이 없었다. 우리는 ‘뒤로 물러나세요. 사람들이 죽어가요’라고 소리쳤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라고 호소했다.

타베르니티는 경찰이 도착하기까지는 30분, 인근에 있던 일반인에게 심폐소생술(CPR)을 받기까지는 1시간의 시간이 걸렸다고 주장했다. 구조대는 더 지나서야 도착했다고 한다. 그는 “CPR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의료진이 아니어도 누구든지 바닥에 누운 사람들에게 CPR을 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경찰과 구조대가 도착한 뒤에도 혼란스러운 상황은 정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 곁에 있고 싶었지만 경찰이 저지했다. 숨진 친구가 들것에 실려 가는 것을 봤지만 이후부터는 소재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라고 토로했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유실물센터에 유실물들이 놓여 있다. 유실물센터는 이날 밤부터 오는 11월 6일까지 운영된다.(사진=뉴시스)
그러면서 “조금 전 친구의 시신이 있는 곳을 확인하고 동영상을 찍는다”라고 덧붙였다. 타베르니티는 사고 다음 날 그레이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실종신고센터를 찾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외신 카메라에 비치기도 했다.

숨진 그레이스의 가족들은 호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소로 주위를 환하게 밝혀준 아름다운 천사”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성명을 내고 “그의 친절함은 그가 만난 모든 이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라며 “두 자매를 끔찍이 돌봤으며, 재능있는 영화제작자였다”라고 밝혔다. 그가 일하던 주 일렉트릭라임 필름 관계자는 “그녀는 매우 친절하고 열정적이었고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라며 추모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31일 오후 11시 기준 이태원 압사 참사로 사망한 이는 총 155명(외국인 26명)이다. 부상자는 152명(중상 30명, 경상 122명)이다. 사망자 성별로는 남성 55명, 여성 100명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사망자의 국적은 이란 5명, 중국·러시아 각 4명, 미국·일본 각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스리랑카 각 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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